1933년에 데뷔한 가수 이난영과 1935년에 데뷔한 작곡가 겸 가수 김해송. 함께 오케레코드 전속으로 활동하던 두 사람은 1936년 크리스마스이브에 신랑이 직접 부르는 축가가 울리는 가운데 결혼했다. 결혼식장에 이미 부른 배로 입장했던 이난영은 이후 십년 동안 거의 매년 아이를 낳았다고 한다. 그 가운데 딸 셋이 1950년대 초반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고, 이후 김시스터즈라는 이름으로 정식 데뷔해(김시스터즈 멤버는 이난영의 조카 이민자가 가입하면서 한 차례 바뀌었다) 1959년에는 전 세계 대중음악의 중심 미국 무대로 진출했다.

딱 100년 전인 1911년에 태어난 김해송은 가히 대중음악의 천재라 불릴 만한 인물이었다. 기타·하와이안기타 등 악기 연주에 능했고, 작곡가 겸 가수였고, 다양한 퍼포먼스를 선보인 그룹 ‘아리랑보이즈’의 일원이었고, 조선악극단의 명지휘자였고, 직접 K.P.K악단을 설립해 운영하며 화려한 무대를 연출했고, 작품 수가 많지는 않으나 <아내의 윤리>, <반도의 처녀>, <그대와 나>(이상 광복 이전), <그들의 행복>(광복 이후) 등 영화의 주제가를 작곡하기도 했다. 그 가운데 <그대와 나>는 6·25전쟁 때 세상을 떠난 김해송이 생전에 직접 관여한 영화 중 현재 남아 있는 유일한 작품이다. 한동안 대중의 뇌리에서 사라졌던 김해송은 세상을 떠난 지 반세기 가까이 지난 1990년대에 선구적인 대중음악가로 새롭게 조명받기 시작했고, 그의 음악도 많은 영화에서 다시 들을 수 있게 되었다. <해피엔드>, <태극기 휘날리며>, <라디오 데이즈>, <박쥐>, <전우치> 등은 김해송의 작품을 다양한 형태로 접할 수 있는 대표적인 근작들이다.

한때 ‘가신(歌神)’으로까지 불렸던 김해송의 아내 이난영은 구구한 설명이 필요 없는 당대의 명가수. <목포의 눈물> 같은 히트곡은 물론 김해송이 작곡한 영화주제가도 불렀고, 오케레코드 동료들과 함께 <노래 조선> 등 몇몇 영화에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곡절 많고 극적이었던 이난영의 삶은 영화·드라마·소설·연극 등으로 여러 차례 작품화되었는데, 그가 세상을 떠나기 한 해 전인 1964년에 개봉한 영화 <님은 가시고 노래만 남아>는 현재 필름이 남아 있지 않지만, 1969년 개봉작 <이 강산 낙화유수>에서는 이난영과 말년의 연인 남인수의 사랑을 문정숙과 김진규의 연기로 볼 수 있다.

한류 스타 제1호로 꼽히는 김시스터즈의 활동이 기록된 영상은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음악이 풍성한 코미디 영화 <청춘쌍곡선>에는 1956년 당시 풋풋한 10대 소녀그룹이었던 김시스터즈가, 영상자료원의 복원작 <노래하는 세 자매>에는 1970년 귀국 공연 당시의 원숙한 김시스터즈가 등장한다. 그리고 그 사이 미국에서 눈부시게 성장해 나아갔던 모습은 김시스터즈의 맏언니 김숙자가 제공한 자료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김해송·이난영 부부의 아들들이 결성한 김브라더즈의 공연과 1963년에 김시스터즈와 함께 노래한 이난영의 마지막 영상은 김숙자 제공 자료에서 빠뜨릴 수 없는 ‘가문의 영광’스러운 모습들이다.

단편적인 장면에 그치는 경우도 많지만, 김해송·이난영 일가의 삶과 음악을 직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영상을 한데 모아 보는 의미는 각별하다. 그것은 한 음악 집안의 영광스러웠던 과거를 증언하는 동시에 한국의 대중음악, 대중음악과 영화의 접점, 나아가 전체 대중문화의 빛나던 한 시절을 잘 보여 주는 자료이다. (음악평론가 이준희)


미미시스터즈 공연안내



일시: 9.24.(토) 20:00 (김시스터즈 영상(40분 버전) 상영 후)

'장기하와 얼굴들'에서 독립하여 최근 1집을 낸 '미미시스터즈' 그리고 그들의 전담밴드 '미남미녀'와 함께, 이름하여 '미미시스터즈 with 미남미녀'가 공연을 합니다. 김시스터즈 편집 영상물 중에서 40분 분량의 숏버전을 상영한 후 공연이 진행되며 '미미시스터즈'의 노래와 함께 김시스터즈의 대표곡과 퍼포먼스 등도 재현해 줄 예정입니다.

영상(40분) 상영 + 10분(세팅) + 공연(40분 가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