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있는 곳, 영화를 만나는 곳, 영화가 당신을 기다리는 곳
영화, 만화를 만나다
기간: 2012.04.17.화 ~ 05.03.목
장소: 시네마테크KOFA영화, 만화를 만나다
ㅇ 일 시: 2012.4.17(화)~5.3(수)(15일간, 월요일 휴관)
ㅇ 장 소: 시네마테크KOFA 1관, 2관
만화의 영화화를 포함해 영화와 만화의 근접조우는 지금 세계영화계의 주된 흐름 중 하나다. 한국영화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일상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자유로운 상상력과 작가 개인의 개성이 녹아있는 독특한 그림체로 고정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만화들은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도 여전히 속속 영화화되며 관객들과의 새로운 만남을 시도하고 있다.
물론 과거 한국영화와 만화의 궁합은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었다. 1986년 이현세의 인기만화를 영화화한 이장호 감독의 <이장호의 외인구단>이 당시 28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만화의 영화화 붐을 일으켰지만 연이어 제작된 박봉성 원작의 <신의 아들>, 허영만 원작의 <카멜레온의 시>, 이현세 원작의 <지옥의 링> 등은 모두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2000년 열성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김혜린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40억의 제작비와 홍콩 무술진이 참여한 화려한 와이어 액션, 중국 현지 촬영 등의 숱한 화제 속에 제작됐던 <비천무> 역시 빈약한 내러티브와 어색한 연기 등으로 인해 원작을 망쳤다는 원성을 자아내기도 했다. 새로운 볼거리를 원하지만 동시에 원작의 묘미도 잃지 않을 것,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가 어려운 것은 이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이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만화의 평면적이고 분절적인 이미지에 움직임을 부여하지만 상상 속에 존재하던 만화적 세계가 살아 움직일 때의 그 어쩔 수 없는 괴리감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국영화와 만화의 만남이 언제나 엇박자였던 것만은 아니다. 허영만의 동명만화를 원작으로 정우성이라는 당대 최고의 청춘스타와 세련된 카메라 워크를 동원해 희망 없는 청춘의 초상을 감각적으로 그려낸 <비트>나 일본 원작만화에서 설정만을 가져와 영화적으로 새롭게 재해석한 박찬욱 감독의 <올드 보이>, 노름판에서 속임수를 잘 부리는 ‘꾼’을 이르는 제목처럼 도박만화의 일가를 이루었던 허영만, 김세영의 동명의 원작과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으로 이미 범죄 영화의 모든 것에 능통한 ‘꾼’의 기질을 여실히 보여줬던 최동훈 감독이 만난 영화 <타짜> 등은 만화와 영화의 차이와 개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며 관객들의 호응을 얻어냈다. 그리고 이러한 기분좋은 만남들은 강풀 원작의 <그대를 사랑합니다>나 윤태호 원작의 <이끼> 등 웹툰 만화의 영화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결과가 언제나 균질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이제 한국영화에서 만화와의 조우는 드문 일이 아니다. 그것은 만화의 영화화라는 직접적인 방식만은 아니다. 평면성, 빗금을 통한 속도감의 표현, 말풍선, 만화의 컷, 과장된 캐릭터와 상황 같은 만화적인 상상력과 표현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만화 같은 영화들이 한국영화에 하나의 개성을 부여하고 있다. 만화를 벤치마킹한 영화라 할까? 이는 아마도 만화적 화법에 익숙한 새로운 관객과 감독의 등장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어려서부터 대본소에서 만화를 보고 자란 세대. 즉, 이미 만화적 화법과 상상력에 익숙한 관객 그리고 영화제작자들에겐 이러한 만화적인 표현들이 전혀 낯설거나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만화가 지닌 과장과 함축, 그리고 그로 인한 판타지 때문일 것이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도 얼마든지 가능한 만화의 특성, 그것이 현실의 영화 속에 인용됐을 때 우리들은 묘한 해방감에 젖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지금 영화가 만화적 세계에 열광하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4월 시네마테크KOFA에서는 한국영화와 만화의 근접조우를 만나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장호의 외인구단>부터 <그대를 사랑합니다>까지 한국만화계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스크린을 통해 새로운 시선으로 만나는 자리가 될 것이다. 특히 이번 상영은 4월부터 시작되는 한국영화박물관의 2012년 전시기획 ‘행복한 상상-만화, 영화로 보다>와 함께 진행되어 기간동안 만화와 영상을 함께 비교해 볼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 될 것이다.
상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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