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FA 컬렉션

2018년 주요 디지털화 작품

한국영상자료원은 2018년에 총 40편의 한국고전영화 필름을 디지털화 하였고,
이 중 10편을 복원했습니다.
<성춘향> 신상옥, 1961

‘춘향전’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대중적이고 역사가 오랜 구전 소설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영화기술이 한 단계 도약하거나 전환기를 맞이할 때마다 그 순간에는 어김없이 ‘춘향전’이 있었습니다. 한국 최초의 유성영화, 한국 최초의 컬러 시네마스코프, 한국 최초의 70mm 영화, 판소리 양식을 처음으로 결합한 한국영화 작품은 모두 ‘춘향전’의 옷을 입고 태어났습니다. 한국영상자료원은 한국 최초로 컬러영화의 자막을 모두 제거하는 4K 디지털복원 프로젝트의 주인공으로 <성춘향>을 선택하여 2017년부터 2년 간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이 작품의 오리지널 네거티브 필름은 불완전판이었고, 가장 완본에 가까운 프린트 필름은 영문자막본인데다가 거의 붉은 색으로 탈색된 상태였습니다. 따라서 106분의 오리지널 네거티브 필름 컷들과 38분의 프린트 필름 컷 들을 비교, 합본 편집한 후, 프린트 부분의 영어자막을 모두 제거하고 색상을 최대한 살려서 네거티브 필름과 프린트 필름 화면의 차이가 가급적 덜 느껴지도록 했습니다.

<이어도> 신상옥, 1961
<짝코> 임권택, 1980
<바람불어 좋은 날> 이장호, 1980
<미스염의 순정시절> 김선경, 1975

한국영상자료원이 5년 만에 테크니스코프 필름의 디지털화를 재개했습니다. 아직 작업되지 못한 테크니스코프 필름은 100여 편 가량입니다.

세계적으로 반 프레임(half frame) 제작방식, 즉 한 프레임 영역에 두 프레임을 촬영하여 제작비 절감을 효과를 얻고자 하는 시도가 있었는데, 한국에서도 이런 흐름의 일환으로 1970년대에 테크니스코프(Techniscope)라고 불리는 고유 기술이 개발되어 사용됐습니다. 이후 영화 제작환경이 변하고 테크니스코프 전용 장비들이 폐기되면서 이 방식으로 제작된 필름을 볼 방법마저 사라졌습니다. 한국영상자료원은 10여년의 각종 연구와 테스트를 거쳐 2008년부터 테크니스코프 디지털화 작업을 시작, 40여 년간 볼 수 없었던 필름들을 순차적으로 공개하기에 이르렀으나, 편당 작업 시간이 오래 소요되는 단점 때문에 한동안 작업할 수 없었습니다.

<미스염의 순정시절>은 음향 면에서도 특이한 이슈가 있었습니다. 마그네틱 음향 릴이 오랜 시간 감긴 채로 있을 경우 자화 동기 현상에 의해 바깥 릴와 안쪽 릴의 음향이 서로 어느 한쪽으로 덧입혀지는 현상을 전사효과(print-through effect)라고 하는데, 이 작품은 유독 이런 현상이 심하여 장면과 관계없는 소리가 작게 삽입된 컷이 많았습니다. 따라서 음향복원 과정에서 모두 수작업으로 제거하였습니다.

<아빠품에> 안현철, 1970

이 작품은 국내에 필름이 남아 있지 않았으나, 2017년에 홍콩필름아카이브로부터 듀프 네거티브 필름(화면) 및 사운드 네거티브 필름을 수집하여 디지털화하게 되었습니다. 듀프 네거티브 필름은 과거에 홍콩에 수출됐던 홍콩판 편집본이고, 사운드 네거티브 필름은 원래의 한국어 편집본에 맞춰진 한국어 음향 버전이었습니다. 우리는 비교 목적으로 디지털화 작업을 통해 국내판, 홍콩판의 2개 버전을 제작했고, 그 결과 홍콩판이 한국판보다 약 30여초 짧았습니다. 따라서 국내판은 한국어 음향에 맞춰 홍콩 편집본을 재편집하면서 일부 무지(검은 화면)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으나, 극 중 가장 중요한 장면이라고 할 만한 주인공의 무대공연 장면에서 배경음악이 온전히 원래 모습을 되찾았습니다.

<marine battlegeound=""></marine> 밀턴 맨, 1966

<돌아오지 않는 해병>(이만희, 1963)을 미국에서 1966년 세계 배급용으로 개작했던 작품으로서, 기존 줄거리에 대한 후일담 형식으로 재편집하고 베트남 장면 일부를 새로 촬영하여 넣은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2017년, 뉴질랜드 '나 타옹가 영상음향 아카이브'에서 35mm 프린트 필름을 제공받아 디지털화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별히 기술적인 이슈는 없으나 후에 <돌아오지 않는 해병>을 작업하게 되면 일부 유실 장면 또는 더 나은 품질의 장면을 이 필름에서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낮은 목소리’ 3부작 중 일부 디지털화

한국영상자료원은 그동안 주력해 왔던 주류 상업영화의 디지털화 작업 외에도 그동안 소외됐던 다양한 유형의 영화필름을 작업하기 위해 고민 중입니다. 이른 고민의 결과로 2018년부터 독립영화의 고해상도 디지털화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작품이 변영주 감독의 ‘낮은 목소리’ 3부작 중 <낮은 목소리 2>(1997)과 <낮은 목소리 3 ? 숨결>(1999)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3부작의 출발을 알렸던 <낮은 목소리 - 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1995)은 현재 필름이 남아 있지 않으며, 백방으로 소재 파악을 시도했으나 결국 찾지 못했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필름이 발견되어 3부작 디지털화를 완성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