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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나비를 쫓는 여자
자살 충동에 사로잡힌 고고학도 영걸(김정철)은 나비 채집을 갔다가 정체모를 여인이 주는 독이 든 쥬스를 마시고 중독되었다가 살아난다. 이후 그는 집에서 삶의 의지를 극복하겠다는 책장사를 만나 죽이지만 끝없이 되살아나는 책장사를 만나기도 하고 2000년 만에 해골에서 부활하여 사람의 생간을 먹어야 살 수 있다는 여인을 만나 정사를 나누기도 한다. 고고학을 연구하는 박사 밑에 조수로 들어간 영걸은 심상찮은 상황에 휘말리면서 죽음을 맞이하지만 삶의 의지로 되살아난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에 이 모든 상황은 과대망상에 걸린 청년들의 환상임이 밝혀진다. 김기영 감독의 독특한 영화세계가 가장 개성적으로 드러난 영화 중의 하나. 마지막 환상임이 밝혀지는 장면은 그의 전작 <하녀>나 <칼리가리박사의 밀실>을 떠올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