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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사는 황부자
마포에서 인천까지 걸어 다니며 돈을 모은 황부자(김승호)는 쌀 드는 것이 아까워서 마누라를 얻지 못하고 돈 드는 것이 아까워서 딸 금숙(최지희)을 시집도 보내지 않았다. 금숙은 도화동 윤사장의 대지에 허가 없이 천막학교를 하고 있는 선생(남궁원)을 사랑하지만 황부자의 성화에 윤사장과 마음 없는 선을 본다. 황부자가 운영하는 “찹쌀은 미리 말씀하시오” 써 있는 방앗간, 일수 돈을 받으러 다니는 시장, 금숙과 윤사장의 맞선 장소인 짜장면 집 등 다양한 서민들의 공간을 배경으로 이봉래 감독은 특유의 신랄한 대사로 물질 만능사회를 풍자한다. 중매잡이로 잠깐 등장하는 전옥과 가슴이 훤히 다 들여다보이는 ‘런닝구’를 입고 황부자를 유혹하는 도금봉 등 조연들의 연기 맛이 구수하다. 이마 한복판에 사마귀를 달고 연신 욕을 해대며 중얼거리는 김승호는 황부자에 단연코 적역임은 두말하면 잔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