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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꿈
중학교 선생 손학수(김승호) 가족은 정부가 지어 분양한 후생주택에서 다달이 주택 할부금을 갚아가며 빠듯하게 살아간다. 어느 날 손선생과 아내(문정숙)는 재미교포 찰리 홍(허장강)을 알게 되고, 찰리의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달콤한 말에 귀가 솔깃해져 돈을 빌려 그에게 준다. 찰리는 그 돈을 들고 잠적해버리고 충격을 받은 부부를 보다 못한 아들 영준(안성기)이 찰리를 잡아오겠다며 집을 나갔다가 교통사고를 당한다. 아들의 시체 앞에서 부부는 통곡한다. 영화의 도입부에 보여주는 60년대 서울의 부유촌과 판자촌의 대조되는 풍경, 공휴일 10시까지 늦잠자고 있는 “나일론 대가리” 손학수의 무능력한 모습, 남편의 뱃살을 청승살이라고 구박하며 바가지를 긁는 그의 부인 등 세심하게 재현된 서민들의 생활상과 일확천금을 꿈꿀 수밖에 없는 그들의 고단한 삶을 동정적으로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이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