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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없는 눈 Les Yeux sans visage
교통사고로 얼굴이 망가진 딸. 그녀에게 이전의 얼굴을 돌려주기 위해 젊고 아름다운 여자들을 납치, 얼굴을 뜯어내 이식수술을 시도하는 과학자 아버지. 이쯤 되면 눈치 챘겠지만 조르주 프랑주의 <얼굴 없는 눈>은 <신데렐라> <페이스 오프>등 이른바 ‘얼굴 가로채기’스토리텔링의 원전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시점 상 우위는 <얼굴 없는 눈>과 여타 유사영화들의 차이점을 구별할 때 가장 나중에 거론될만한 성질의 미덕이다. <얼굴 없는 눈>은 몽환적인 동시에 극단적으로 아름다운 이미지들, 그리고 신체를 절단하고 훼손하는 일련의 행동을 더 없이 차갑고 관조적인 시선으로 응시하는 풍경이 공존하며 더 없이 독특한 분위기를 직조하고 나선다. 극 전체를 부유하는 이 같은 공기가 관객의 의식을 침범하고 급기야 온전히 정신을 쏙 빼놓을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제목처럼)크리스티앙의 하얀 가면 뒤로 홀로 번뜩이며 수 만 가지 표정과 의미를 전달하는 눈동자는 숨조차 마음대로 쉬지 못하게 할 만큼 가공할 존재감을 드러낸다. 파국이 휩쓸고 간 자리 위로 크리스티앙의 마지막 모습을 초연히 바라보는 카메라의 시선은 그래서 더욱 끔찍하고, 슬프다. 허지웅(ozzy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