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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러운 피 Santa sangre
어린 시절 서커스에서 자라면서 아버지가 어머니를 성적으로 학대하고, 끝내 살해하는 모습을 목격한 소년이 성인이 된 후 어머니의 환영에 사로잡혀 연쇄살인을 저지른다. 89년 칸느영화제에서 최초 공개돼 선풍적인 이슈를 낳았던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의 야심작. [엘 토포(El Topo, 1970)], [성산(The Holy Mountain, 1973)] 등으로 컬트영화 진영에 깊은 족적을 남겼으나 대중과의 접점을 찾지 못했던 조도로프스키가 '관객이 보고 좋아할만한 영화'를 만들겠다며 작심하고 제작한 작품이다. 멕시코에서 실제 발생했던 여성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그는 정신병원에서 퇴원한 후 세 권의 소설을 집필했다)을 취재해 재구성한 이야기로, 쉽게 "[싸이코(Psycho, 1960)]의 아류"라고 말하기 힘든 조도로프스키 특유의 정서가 잘 살아있다. 극중 사제 역으로 카메오 출연하는 자신과 주연을 맡은 악셀 조도로프스키를 비롯, [엘 토포]에서 엘 토포의 아들 역을 연기했던 브론티스 조도로프스키와 아단 조도로프스키 등 일가족을 총출동 시켰다는 점이 흥미롭다. 민망할 정도로 삭제 당했던 비디오 출시판으로 [성스러운 피] 보고 "아 훌륭한 영화다"라고 느꼈던 분들은 이번에 무삭제판을 보고 가슴을 부여잡고 땅을 데굴데굴 구르며 "이젠 죽어도 여한이 없다"라고 절규하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 허지웅(ozzy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