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테크KO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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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프로그램

살인나비를 쫓는 여자

A Woman After a Killer Butterfly

감독: 김기영 출연: 남궁원,김자옥,김정철
1978년 110분 35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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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관객과의 대화
. 6월 24일(화) 17:00 1관 - 김곡, 김선(곡사)(<뇌절개술> 감독)
. 6월 28일(토) 16:00 2관 - 김정철(배우) with 허지웅(<프리미어> 기자)

우연히 만난 여인이 권한 음료수를 마시는 바람에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살아온 주인공. 그 후 어쩐지 삶의 의지를 잃은 그는 몇 번이고 자살을 기도하지만 그렇다고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도 아니다. 다만 “하루에 밥을 몇 번을 먹어도 배가 고프니 그만 죽어야겠다”며 기둥에 목을 매는 그. 그런 그에게 한 책장수가 찾아와 삶의 의지를 설파한다. 책장수는 사소한 다툼 끝에 죽게 되지만 몇 번을 죽어도 그 때마다 되살아나 ‘삶의 의지’를 외친다. 기이한 일을 겪은 주인공은 친구와 함께 오래 된 동굴을 찾고 그 곳에서 천 년된 뼈조각을 주워온다. 집에 돌아와 모든 뼈 조각을 맞추자 천년 전 살았던 아름다운 여인으로 되살아난다. 그 후 그는 유골을 수집하는 박사와 나비를 박제시켜 판화를 만드는 아름답지만 도도한 딸이 있는 수상한 집에서 지내게 된다.
마치 '환상특급‘의 한 에피소드를 보는 듯한 기괴한 세 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영화는 그 자체로 무의식의 세계를 여행하는 듯 산만하고 엉뚱하면서도 매혹적이다. 종잡을 수 없는 이야기 전개와 “의지다, 삶의 의지다”를 외치며 죽여도 죽여도 되살아나는 시체, 책을 읽듯 문어체로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읊어대는 인물 등 엉성하지만 상식을 뛰어넘는 전개와 마술적 상상력은 영화 내내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불과 23일 만에 완성됐고 정작 감독 자신은 이 영화에 대해 기억조차 하지 못하던 작품이었지만 1997년 부산영화제에서 열렸던 회고전에서 재발견돼 이후 영화광들의 열렬한 추앙을 받는 작품이기도 하다. 죽음의 의지와 삶의 의지 사이에서 방황하는 주인공처럼 영화에서 죽음과 삶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는 죽음의 길에 동반자를 만들고픈 여인들에 의해 자꾸만 죽음의 세계로 유혹되지만 죽음의 순간에서 그가 선택한 것은 지독한 ’삶의 의지‘였다. 집착에 가까운 놀라운 삶의 의지를 보여주는 상상을 초월하는 후반부의 장면은, 아버지와 딸이 함께 승천하는 마지막 장면, 그리고 뻥튀기 기계 앞에서 벌어지는 전무후무한 정사신과 함께 김기영식의 상상력과 표현의 극한을 보여준다. 천년 만에 환생해 살기 위해 인간의 간을 먹어야 한다는 신라시대 여인으로 분한 이화시와 김자옥의 젊은 시절 모습을 만날 수 있는 것도 특별한 즐거움이다.

관련 프로그램 및 상영일정
  • 2008.06.24.화 17:00 시네마테크KOFA 1관 GV E

  • 2008.06.28.토 16:00 시네마테크KOFA 2관 GV 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