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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의 약속
Promises
이만희 감독의 대표작 <만추>(1966)를 리메이크 한 작품. ‘흑백영화 시대를 대표하는 <만추>를 컬러시대에 김기영 식으로 만들고 싶어서’ 제작을 시작하였고 감독의 말처럼 ‘원작의 30% 이상을 사용하지 않는 감독 자신의 불문율 때문에’ 원작과는 전혀 다른 영화가 되었다. 모범수로 잠깐 나온 여죄수와 범죄자 청년이 기차에서 만나 잠깐의 사랑을 나누고 떠난다는 기본 설정은 변함없지만 인물들의 캐릭터나 그들 사이의 관계, 이미지의 교직은 원작과의 비교 자체를 무의미한 것으로 만든다(물론 <만추>를 만날 수 없는 현재로서는 비교가 불가능하지만 말이다), 남자들에게 속아 맥없이 ‘처녀성’을 잃고, 홀로 갓난아기를 키우는 홀아비라 속여 접근한 남자에게 몸을 빼앗기고 나아가 아기의 진짜 아버지인 중늙은이에게까지 수모를 당하다 결국 살인을 저지르게 됐지만, 또 다시 기차에서 만난 젊은 청년에게 몸을 내어주는 주인공 여인(김지미)의 모습이나 천진한 듯하면서도 여성에 대한 뒤틀린 정의로 가득차 있는 청년(이정길)의 모습은 이만희식의 심리나 배경 묘사와는 다른 남성들에 대한 여성의 피해망상과 뒤틀린 욕망을 다룬 김기영 감독 식의 인물에 다름 아니다. 죄수를 길들이기 위해 여간수가 여자의 입에 물려주는 붉은 사탕이나 어두운 바닷가 벤치 위로 비치는 등대의 이미지 같은 기묘한 이미지 역시 김기영의 인장과도 같은 장면들이다.
2008.06.21.토 16:00 시네마테크KOFA 2관 E영어자막
2008.06.26.목 17:00 시네마테크KOFA 1관 E영어자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