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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계
Transgression
관객과의 대화 : 6월 23일(월) 17:00 1관 - 이화시(배우) with 김영진(영화평론가)
전쟁 고아 출신인 침애는 덕망 있는 젊은 승려로서 고승의 법통을 이어받을 마지막 후보가 된다. 단식과 율법 대결 등을 거친 그에게 마지막 과제로 아름다운 비구니 묘혼을 통한 이성에의 진리탐구가 주어진다. 영화는 고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지만 원작은 물론 깨달음을 위한 구도정진을 주로 그리는 대개의 일반적인 불교영화와는 궤를 달리한다. 법통 계승을 둘러싼 올깨끼(어린 나이에 절에 들어온 승려)와 늦깨끼(장성하여 절에 들어온 승려)의 경쟁과 권력 다툼을 중심으로 침해와 묘운이라는 젊은 남녀승이 떠맡은 사랑과 육신의 업을 다루고 있는 영화는 산사를 배경으로 한 불교영화의 외피 속에서 인간의 욕망을 둘러싼 힘의 쟁탈전을 그리고 있다. 계속되는 난해한 대사들의 행진과 정확한 줄거리를 파악하기 힘든 에피소드 중심의 전개, 강렬하고도 그로테스크한 이미지, 수시로 들리는 죽비 때리는 소리의 파찰음이 만들어내는 청각의 이미지화 등은 김기영 감독의 다른 영화들의 연장선상에 있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 역시 기괴하기는 마찬가지다. 법통에만 집착하다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죽음에 이른 큰스님, 속세의 욕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침해와 묘운, “건강한 사내라면 5분마다 여자 생각을 해야 한다” 말하는 수도승, 그리고 옷을 벗어 승려들을 유혹하고 진짜 승려인지 승부를 거는 여승과 그런 그녀를 죽비로 사정없이 내리치며 “불도는 성불구자가 되는 것을 연습하는 것이 아니다”라 말하는 고승 등 영화에 등장하는 승려의 모습이나 대사는 우리에게 익숙한 불도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파계가 아닌 파멸을 향해 달려가는 침해와 묘운은 어쩌면 끝내 버리지 못한 고승의 법통에의 집착이든, 권력 다툼이든, 해소되지 못하는 육체에의 갈망이든 결코 욕망에서 자유롭지 못한 영화 속 모든 인물들의 번뇌와 갈등을 대변하는 이들일 것이다. 묘운은 침해를 유혹하면서도 성불을 원하고 이러한 이율배반적인 집착은 침해 역시 마찬가지다. 백주의 바위산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두 사람의 섹스 장면, 뒤집혀진 카메라에 가로로 길게 잡혀 빨간 장삼을 입고 마치 날아가듯 달려가는 묘운의 모습 등은 관객들에게 기괴한 판타지를 제공한다. 정일성 촬영감독의 수려한 영상 속에 불교의 파계와 영화적 파격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영화는 14살 소녀 임예진의 데뷔작이기도 하다. 김기영 감독의 페르소나 이화시 역시 옷을 벗어 승려에게 도전하고 자멸케 하는 파괴적인 구도자인 여승으로 분해 짧지만 강렬한 특유의 존재감을 선보이고 있다.
2008.06.23.월 17:00 시네마테크KOFA 1관 GV관객과의 대화 (Guest Visit) E영어자막
2008.06.28.토 14:00 시네마테크KOFA 1관 E영어자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