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테크KOFA

영화가 있는 곳, 영화를 만나는 곳, 영화가 당신을 기다리는 곳

지난 프로그램

충녀

Chungnyeo

감독: 김기영 출연: 윤여정,전계현,남궁원
1972년 120분 35mm
KMDb에서 자세히 보기
줄거리

관객과의 대화 : 6월 21일(토) 17:00 1관 - 손태웅(<해부학교실> 감독)

욕망의 화신과도 같은 ‘괴물’ 여성들에 의해 몰락하는 무능한 가장과 가부장적 가정. <하녀>로부터 시작된 지속적으로 반복, 변주되었던 김기영 감독의 대표적인 세계는 1972년작 <충녀>에서 더욱 노골적으로 확대, 재생산된다. 실제 있었던 ‘명보극장 살인사건’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영화는 이후 감독 자신에 의해 비슷한 내용의 <육식동물>로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영화는 성적, 경제적으로 무능한 남자가 젊은 여인을 첩으로 얻으면서 분출되는 본처와 첩 사이의 권력관계와 그로 인한 가부장의 붕괴를 다룬다. 첩의 자식이기에 아버지를 본처에게 빼앗긴 명자(윤여정)는 가족의 생활비와 오빠의 학비를 벌기 위해 어머니의 손에 떠밀려 바에 나가게 되고, 결국 운수업을 하며 성공한 본처(전계현)에게 억눌려 성불구가 된 사장님(남궁원)의 첩이 된다. 남자는 젊은 여인을 첩으로 맞아 남성성을 회복하지만 식단에서 체중, 성생활에 이르는 그의 모든 것은 본처와 첩의 관리대상이 되고 본처에게서 생활비를 타 쓰며 남자를 공유해야 하는 첩은 남자를 온전히 차지하고자 욕망한다. ‘벌레여자’라는 제목 그대로 영화 속 여인들은 교미 후 수거미를 죽이는 암거미처럼 비대한 욕망과 광기로 가득 차 있다. 빼앗기 위해 혹은 빼앗기지 않기 위해 점점 괴물로 변해가는 그녀들의 투쟁은 두 개의 서로 다른 공간을 통해 형상화된다. 하얀 본처의 침실에서 남자는 마치 무덤에 들어선 것처럼 모든 에너지와 성 기능 자체를 상실하고 붉은 색으로 치장된 어둡고 습한 명자의 침실은 젊음과 ‘처녀성’의 상징이지만 동시에 그곳은 남자를 죽음으로 이끄는 치명적인 곳이기도 하다. 밤이면 들려오는 아이의 울음소리, 하얀 쥐가 출몰하고 냉장고 안에는 아기가 죽은 채 숨겨져 있는 어둡고 음습한 명자의 집은 죽음의 공포와 파멸의 광기로 가득하다. 절망적인 죽음의 이미지는 역설적이게도 형형색색의 눈깔사탕 위에서 벌어지는 야릇한 섹스신으로 형상화된다. 둔탁한 소리를 내며 탁자 위로 쏟아지는 눈깔사탕과 그 위로 뭉겨지듯 겹쳐지는 젊은 여인의 육체, 그리고 유리 탁자 아래로 보여 지는 일그러진 육체와 얼굴은 가학과 피학, 욕망과 죽음이 공존하는 기이한 이미지를 창조해낸다. <화녀>에 이은 윤여정의 기묘한 눈빛과 그로테스크한 미장센이 강렬한 인상을 자아낸다.

관련 프로그램 및 상영일정
  • 2008.06.21.토 17:00 시네마테크KOFA 1관 GV E

  • 2008.06.25.수 20:00 시네마테크KOFA 1관 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