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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정진우, 유현목 감독과 함께 한 기묘한 옴니버스 영화. 한 남자를 중심으로 세 명의 신비한 여인들과 가발에 얽힌 사연들이 각각 다른 스타일의 세 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펼쳐진다. 애초의 제목은 <여여여>였지만 ‘여(女)'가 세 개 모이면 ’간통(姦)‘이 된다는 검열당국의 조치에 따라 <여>로 바뀌었다. 한 남자(신성일)가 험준한 산 속에서 만난 신비한 여인(문희)을 만나고 그녀는 머리카락을 남긴다.(시정(詩情)). 가발을 만들려는 남자는 아름답고 유능한 가발공장 여공장장(김지미)과 남자를 찾아 8년째 서울역을 서성이는 시골처녀가 쌍둥이처럼 닮아있음을 알고 그녀들의 정체를 의심한다.(환상) 남자는 한국전쟁에서 잃어버린 아들을 찾고 있는 마담(최은희)을 돕는 대신 자신의 가발을 돌려받으려 한다.(의식) 시간의 흐름을 암시하기는 하지만 굳이 동일한 서사나 시간의 연장선상에 있지 않은 이 세 에피소드 중 김기영 감독의 연출작은 마지막 세 번째 에피소드로 한국전쟁의 그늘에서 벗어났다 생각하지만 여전히 자유롭지 못한 당시 시대를 반영한다. 경제적으로는 성공했지만 전쟁 당시 잃어버린 아들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새로운 생명을 낳는 여성으로서의 본능 역시 못 느끼는 여인이라는 설정이나 그녀가 찾는 아들을 꼭 닮은 남자와 벌이는 성애 장면 등 ’김기영다운‘ 체취로 가득하다.
2008.06.22.일 19:00 시네마테크KOFA 2관
2008.06.26.목 19:00 시네마테크KOFA 2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