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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녀82
Hwa-nyuh of 82
<하녀>(1960), <화녀>(1971)에 이은 세 번째 변주. 김기영 감독은 10년을 주기로 <하녀> 시리즈를 변주했는데 이를 통해 변화하는 시대의 모습들을 반영하고자 했으며 이를 통해 당대 관객들의 욕구에 호응하고자 했다. 서울 근교의 한 양계장을 배경으로 한 <화녀 ‘82>는 <하녀>의 기본 줄거리를 바탕으로 <화녀>의 미스테리 형사물의 형식을 일부 빌려와 새롭게 변주한다. <화녀>에서 흥분상태에서 발작을 일으키던 식모의 모습은 갑자기 발에 쥐가 오르는 것으로 변주된다. 시골에서 올라온 식모 명자(나영희)는 고향에서 이미 처녀성을 잃었고 그에 대한 죄의식과 정신분열은 ‘시집을 못 갈 것 같은 공포’와 발에 쥐에 오르는 것으로 표현된다. 영화에서 특히 흥미로운 점은 식모 명자와 집주인 정순(김지미)의 관계다. 주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명자는 안주인이 되기를 욕망하지만 동시에 정순 역시 남편 앞에서 ‘명자가 되려고’ 한다. 붉은 스테인드글라스가 보는 이를 압도하는 독특한 색감과 벽을 가득 채운 괘종시계 등 영화는 그로테스크란 미장센과 색채대비를 통한 심리적인 영화언어의 절정을 보여준다. <화녀> 이후 중요한 색채영화에 함께했던 정일성 촬영감독의 유려한 촬영 역시 주목할 만하다.
2008.06.24.화 19:00 시네마테크KOFA 2관 E영어자막
2008.06.29.일 16:00 시네마테크KOFA 2관 E영어자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