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있는 곳, 영화를 만나는 곳, 영화가 당신을 기다리는 곳
현해탄은 알고 있다
The Sea Knows
이미지와 사운드 일부 결권
<하녀>의 흥행에 힘입어 제작된 대규모의 전쟁영화. 해방 후 금기시되던 일본에서의 로케이션 촬영을 처음으로 감행한 영화다. 한운사의 인기 라디오 드라마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지만 원작과 많이 달라진 작품을 보고 원작자가 항의했다는 일화가 있다. 1944년 1월, 조선인 아로운(김운하)은 일본 명고옥(名古屋)에 있는 수송부대에 학병으로 입대한다. 아로운은 총독에게 대든 전력 때문에 이노우에(이상사)와 함께 요주의 인물이라는 낙인이 주어져있다. 고참병 모리(이예춘)는 특히 아로운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똥이 묻은 군화 밑창을 핥게 하거나 개처럼 소리내고 행동하라고 하는 등 횡포를 부린다. 아로운은 우연히 일본 여인 히데꼬(공미도리)를 알게 되어 사랑에 빠지는데, 처음에는 조선인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던 그녀도 그에게 마음을 열고 힘든 병영생활을 위로하게 된다. 두 사람은 히데꼬 어머니(주증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냉수를 떠놓고 결혼식을 올린다. 그러나 미군 포로들을 관리케 하여 스파이로 몰아가려 하는 등 아로운에 대한 부대 고참들의 괴롭힘이 계속되고, 패전이 임박한 분위기 속에서 부대의 사기는 바닥으로 떨어진다. 결국 아로운은 미군의 대공습 직전에 탈영하여 폭격이 쏟아지는 거리를 방황한다. 일본 천황군에 징병된 조선인을 주인공으로 반전(反戰)의 메시지를 담아낸 이 작품의 후반부는 당대 최고의 흥행 감독으로서 김기영 감독의 큰 스케일을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화염과 주검들을 뚫고 살아나오는 아로운을 담아낸 장면의 장엄함은 압권이다. 중간에 일부 사운드와 화면이 유실된 불완전판이지만 시네마스코프 화면의 대미를 장식하는 군중신을 보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극장에서 보아야 할 작품이다. 주연인 김운하와 공미도리, 이상사는 모두 김기영 감독이 기용한 신인이다. 재일교포인 공미도리는 이 작품으로 부일영화제 신인상을 받았으며, 이후에도 일본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에 출연했다. 여기서 훌륭한 악역 연기를 보여준 이예춘은 제1회(1962) 대종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김기영 감독의 <황혼열차>로 데뷔한 김지미의 모습도 볼 수 있다.
2008.06.23.월 20:00 시네마테크KOFA 1관
2008.06.29.일 14:00 시네마테크KOFA 1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