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종전 직후, 암시장이 성행하는 도쿄 변두리. 메탄 가스가 부글거리는 늪지 옆에서 진료소를 운영하는 의사 사나다는 주정뱅이 반골이지만 환자에 대한 책임감만은 그 누구보다 강하다. 암시장을 관리하는 야쿠자 마쓰나가가 총상 치료를 위해 진료소를 찾아오는데, 사나다는 마쓰나가의 폐에 이상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치료를 권한다. 하지만 젊고 고집스러운 마쓰나가는 폐결핵 따위 무섭지 않다며 허세를 부릴 뿐이다. 게다가 형님 격인 오카다가 출소해 세력권을 두고 다투면서, 마쓰나가의 건강은 급속히 악화되어 급기야 피를 토하기에 이른다. 사나다는 마쓰나가를 진료소에 입원시켜 정성을 다해 돌보지만, 오카다에게 모든 것을 잃은 마쓰나가는 복수를 위해 칼을 들고 나선다.
가치가 붕괴되어 가는 전후 사회 속에서 진실로 강한 인간의 모습을 찾으려 하는 구로사와 특유의 윤리관이 명확하게 표현된 작품. 감동적인 내용 외에도, 구로사와 영화의 두 간판 배우인 시무라 다카시와 미후네 도시로의 불꽃 튀는 연기만으로도 볼 가치가 충분한 영화다. 노련하고 기백 넘치는 연기를 보여 준 시무라와 강렬한 야성미의 매력을 마음껏 발산한 미후네는 이후 구로사와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배우들로 자리 잡는다.
영화에서 또 한 가지 빠뜨릴 수 없는 볼거리는 극중 카바레 공연 장면. 여가수가 열창하는 노래 ‘정글 부기’의 가사는 구로사와가 직접 썼으며, 온몸을 뒤흔들며 정력적으로 노래하는 이 가수는 바로 ‘부기의 여왕’으로 일세를 풍미했던 가사기 시즈코(笠置シヅ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