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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놈일수록 잘 잔다
悪い奴ほどよく眠る (The Bad Sleep Well)
1959년 구로사와 감독이 설립한 ‘구로사와 프로’의 첫 작품으로 공직 사회의 부패와 현대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 대한 비판이 가장 직접적으로 표출된 작품으로 꼽힌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연상시키는 복수극의 형식으로 전개되는 영화는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과 부패의 근원을 파헤쳐가는 한 청년의 복수와 갈등, 좌절의 과정을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장르를 빌려와 극적으로 그려간다.
정부 주택공사 이와부치 부회장의 딸 요시코와 비서 니시의 결혼식장에 의문의 케이크가 배달된다. 5년 전 뇌물 스캔들에 휘말려 투신자살한 후류야가 뛰어내린 건물 모형의 케이크를 본 후 굳어지는 이와부치, 그는 모리야마, 시라이 등과 함께 당시 스캔들의 배후로 지목됐던 인물이었다. 한편 공사 입찰과 관련된 뇌물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에게도 비리와 관련된 의문의 정보가 계속 전달된다. 이와부치는 그 비밀의 인물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후류야에게 숨겨진 아들이 있었고 그가 바로 니시였음을 알게 된다. 니시는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이와부치의 딸과 결혼까지 했지만 요시코에 대한 동정과 사랑, 죄책감에 괴로워하고 요시코 역시 자신에게는 좋기만 한 아버지가 악인이라는 사실에 갈등한다.
구로사와 영화로는 드물게 부패를 파헤치던 주인공의 실패와 비극적인 최후를 그리고 있는 영화는 비관적인 제목 그대로 불의가 정의를, 악이 선을 지배하는 부패한 현실의 단면과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거대한 구조적 모순에 대해 비판한다. 그 거대한 고리 속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은 이와부치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세상의 악을 대표하는 인물이지만 모두가 떠난 후 홀로 남은 채 고위 관리의 전화에 굽신거리는 이와부치의 모습은 어떤 의미에서는 그 역시 권력과 구조의 희생자임을 보여준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는 이 영화를 특히 좋아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특히 <대부 2>의 마지막 장면은 권력과 지위는 지켰지만 홀로 외로이 남겨진 이와부치의 모습을 담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연상케 한다.
2010.07.07.수 16:30 시네마테크KOFA 1관 E영어자막
2010.07.11.일 19:00 시네마테크KOFA 1관 E영어자막
2010.07.16.금 19:00 시네마테크KOFA 1관 E영어자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