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영춘권의 그랜드마스터인 엽문과 궁가 64수의 유일한 후계자인 궁이는 무예를 겨루며 서로에 대한 애정과 존경을 품게 된다. 하지만 일제의 침략과 전쟁으로 인해 두 사람은 가족을 잃고 무예의 길마저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엽문이 빗속에서 십 수명의 상대와 결투를 벌이는 오프닝 시퀀스는 무려 30일간 촬영했다. 촬영 기간만 3년이나 걸린 <일대종사>는 왕가위 감독의 야심작이자 자신 역시 상하이에서 홍콩으로 이주한 이민자로서 개인사를 투영한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는 무인의 삶과 무예의 흥망성쇠를 외피로 두르고 중국과 홍콩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대표적인 예로 전쟁을 피해 홍콩으로 건너간 엽문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길 기다리지만, 결국 돌아갈 수 없음을 깨닫고 신분증용 증명사진을 찍는다. 이 장면만으로도 영화는 중국과 홍콩의 시대적 아픔과 그 속의 사회 구성원의 고독과 향수를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