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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서강범, 김후중, 고두현, 강혜연, 김래원
110분 디지털파일 컬러 1212세이상관람가

교민의 밤 The Night of Strangers
서강범 l 한국 l 2017 l 디지털파일 l 26min l color l 전체 l 극영화
맛 좋기로 소문났지만, 때에 따라 두드러기처럼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음식이 있다. 간장게장이다. 영국 사우스햄튼으로 유학을 온 민교는 선배의 초대로 한국교민 공동체 파티에 방문한다. 이곳 사람들은 그에게 따듯한 환영과 함께 맛있는 간장게장을 선물한다. 하지만 민교는 온갖 콤플렉스와 스테레오타입으로 물든 그들의 이면을 발견하게 된다. 겉으론 친절하나 뒤에선 폭언을 일삼는 이곳 사람들에게 밤새도록 시달린 민교는 결국 폭발 직전에 다다른다. ‹교민의 밤›의 교민 사회는 실재라기보다 온갖 한국적 관습으로 물든 기괴한 환상에 가깝다. 민교는 그의 이름처럼 교민 사회라는 상상의 공동체의 결을 거슬러 읽는다. 거기서 느껴지는 맛은 간장게장처럼 짜고 비리다. (DIAFF 박치영)

꼬리 Tail
김후중 l 한국 l 2018 l 디지털파일 l 28min l color l 12세 l 극영화
종학은 20년간, 탈북자 상담을 담당하는 국정원 공무원이자 남파 간첩으로 성실하게 살아왔다. 그는 결혼도 하지 않고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않으며 첩보 업무에 매진한다. 그러나 그동안 꼼꼼히 작성했던 보고서들이 창고에 방치된 채, 단 한 건도 북으로 보내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 그가 괴로운 것은 배신당한 신념 때문이 아니라 지금껏 해왔던 업무들이 결국 그 무엇도 바꾸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20년 동안 조국과 자신을 이어줬다고 믿었던 그 보고서들은 소리 없는 메아리에 불과했다. 덕분에 연좌제로 사살당해야만 했던 많은 이들이 살 수 있었다는 이야기는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지금 그를 짓누르는 건, 전에 없던 고립감과 잃어버린 존재의 이유이다. (DIAFF 김경태)

목소리 Poltergeist
고두현 l 한국 l 2017 l 디지털파일 l 10min l color l 전체 l 다큐멘터리
영화는 폐허 공간 위 버려진 빈 의자에서 시작한다. 영화는 마석가구공단의 텅 빈 기숙사 공간들을 가만히 응시한다. 그리고 낯선 억양의 목소리가 틈입한다. 외국인 이주노동자로 18년을 살아온 A의 목소리다. 그는 인생의 반을 한국에서, 가구공장에서, 불법체류자로 살아왔다. A는 기숙사 단속이 있는 날, 숙련공이 되자마자 불법체류자가 되어야 하는 상황, 한국도 미얀마도 오롯이 정주할 수 없는 자신의 상황을 담담히 들려준다. 폐허의 빈 공간 속 A의 경험담이자 목소리는 존재와 부재 사이의 틈을 일깨운다. 영화 마지막, 노동조합 대투쟁 집회는 이를 보다 명시적으로 드러낸다. 그 많은 노동자와 노동투쟁 구호 속에서 외국인 노동자의 자리는 보이지 않는다. 그저 의자만 놓여 있을 뿐이다.  (DIAFF 이승민)  

백일몽 Day-dreaming
강혜연 l 한국 l 2017 l 디지털파일 l 20min l color l 12세 l 극영화
실험실 조교로 생활하고 있는 탈북민 혜진은 정 박사로부터 차별과 혐오에 시달린다. 정 박사의 히스테리가 지속되던 어느 오후 혜진은 현기증으로 쓰러진다. 다음 날 재실험이 필요하다는 혜진의 논문은 고작 하루 만에 게재가 확정되고 정 박사는 갑자기 국가지원금 횡령 의혹에 휘말린다. 백일몽은 소망이 충족되는 시간이다. 혜진의 상황은 나아져간다. 그러나 그녀는 곧 충격적인 사건 하나와 마주하고 불현듯 과거 망명의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백일몽›은 디아스포라와 젠더가 접경하는 곳에서 그녀를 깨운다. 이곳에서 긴장은 사라지지 않는다. 혜진은 날선 호루라기 소리를 피해 어디론가 달아나야 한다. (DIAFF 박치영)

인디펜던스 데이 Independence day
김래원 l 한국 l 2017 l 디지털파일 l 26min l color l 12세 l 극영화
타고 짓밟혀 바닥을 나뒹구는 꽁초들의 삶이다. 광복절을 하루 앞두고 국기 게양 준비가 한창인 탈북자 거주 임대 아파트. 경비로 일하고 있는 노인 김 씨는 불법주차민원이 많다는 관리소장의 핀잔을 듣고는 고급 외제차에 주차위반 딱지를 붙이고 만다. 이를 본 차주가 노발대발하며 김 씨의 멱살을 붙잡는다. 탈북민 청년 하나가 이를 말리러 달려오지만 빨갱이는 끼어들지 말라는 언성만 돌아올 뿐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인디펜던스 데이›는 오늘날 탈북자와 고령 노동자가 나뒹구는 한국사회의 바닥을 보여준다. 그들은 담배처럼 타 들어간다. 그러나 여기서 타들어 가고 있는 게 비단 담배뿐일까. (DIAFF 박치영)
 

관련 프로그램 및 상영일정
  • 2018.09.09.일 16:00 시네마테크KOFA 2관 GV 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