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의 모든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는 보물창고
1931-1975 이만희 감독 40주기 기념전
영화의 시간 A Time of Cinema
1931-1975 이만희 감독 40주기 기념전 '영화의 시간 ‘A time of Cinema’은 이만희 감독 40주기를 맞아, 이만희 감독의 영화세계를 느끼고 반추할 수 있는 특별기획전시이다. 전시는 크게 이만희의 영화인생 작품세계 이만회 영화에 관련된 인물과 이야기 등 3개의 구역으로 구성되며, 이는 다시 '만추, 찾아야할 영화', '전장과 인간', '검열'과 '발굴' 등 9개의 하위섹션으로 나누어진다.
특히 이만희 영화세계의 특성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지리의 공간', '심상의 공간', '전장과 인간', '도시의 이면' 등의 섹션을 통해 전쟁, 사회, 인간에 대한 이만희 감독의 사유를 종합적으로 이해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고, 만추, 찾아야 할 영화에서는 200장에 가까운 <만추>의 스틸사진을 전시함으로 필를이 사라진 아쉬움을 채울 수 있도록 하였다. 이번 전시는 한국영화사의 뚜렷한 족적을 남긴 거인, 영화 천재 이만희의 영화세계를 종합적으로 이해할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당신은 포탄 속을 묵묵히 포복하는 병사들 편이었고, 좌절을 알면서도 인간의 길을 가는 연인들 편이었고, 그리고 폭력이 미워 강한 힘을 길러야 했던 젊은이의 편이었다" (이만희 감독 묘비명)</blockquote>이만희 감독은 1931년 서울 왕십리에서 태어나 1975년 마지막 유작 편집 작업 중에 사망하기까지 짧으면 짧다 할 수 있는 45년의 인생 동안 한국 영화사의 뚜렷한 족적을 남긴 한국영화 거장 감독 중 한 사람이다.
그는 1961년 첫번째 작품 <주마등>부터 1975년 <삼포 가는 길>까지 14년 동안 51편의 한국 영화를 만들었다. 1960년대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 시대에는 한국 영화의 부흥에 동참하였고 1970년대 한국영화가 쇠락기에 접어들자 그도 함께 힘든 시기를 겪었다. 그는 기존 <돌아오지 않는 해병>, <만추>, <삼포 가는 길> 등 몇몇 대표작으로만 알려져 있었으나, 2005년 부산국제영화제 2006년 한국영상자료원의 회고전을 거치면서 재발견되어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한국영화사를 대표하는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만희는 전쟁, 액션, 스릴러, 멜로드라마, 사극, 문예영화(혹은 예술영화) 등 다양한 종류의 영화를 만들었다. 종류별로 고유한 그만의 색깔을 가지면서도 이만희의 영화세계라는 하나의 큰 흐름으로 통합된다. 이번 전시는 이만희 영화의 다양한 면모를 담아보았다
“가을이 왔다. 여자도 왔다. 여자는 남자보다 먼저 왔다."</blockquote>《만추》는 이만희 감독 작품 중 정점이라 불리는 작품이다. 낯선 남녀가 겪는 3일간의 이야기를 절제된 대사와 리얼한 연기, 꾸미지 않고 정감 있는 이미지로 묘사하였다. 당시 4개 영화상의 작품상, 감독상등을 휩쓸었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필름이 남아있지 않다. 이만희감독의 《만추》 는 이후 국내에서 3명의 감독에 의해 리메이크되었다. 필름이 없는 《만추》를 사진으로 보는 한편의 영화 《만추》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이만희만큼 풍부하게 서울의 풍경을 담아낸 감독은 없을 것이다. 그에게 도시는 단순하 삶의 터전 혹은 지도로 추상화된 공간 이상의, 영화 속에 투영된 당대 인물들의 내면 풍경을 외화하는 심상의 공간이었다. 그의 영화 속 도시 공간은 사람만큼 다양한 표정을 가지고 있다. 이 표정은, 공기는 인물의 걸음걸이에, 기우등한 건물에, 바람에 흔들리는 가지에, 벽지와 가구속에, 창틀에, 전철과 기차의 엔진소리에 묻어 있다. 서울 지형도 공간 표시를 통해 지금은 사라진, 또는 과거 지역의 모습을 이만희의 작품속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영화 속한 장면의 당시 아파트 내부공간을 재현한 전시공간에서는 관람객들이 직접 영화 속 공간을 체험할 수 있다.
세번째 영화 《다이얼 112를 돌려라》(1962)의 큰 성공 이래, 미스테리/스릴러(혹은 강스터)는 전쟁영화와 함께 이만희 감독이 가장 애착을 가진 장르였다. 어두운 인간의 욕망, 폭력과 그에 맞서는 폭력, 죄악과 처벌의 제의가 공사중이거나 폐허가 된 건물들, 비를 맞아 반짝거리는 밤 도시의 아스팔트, 화려한 건물의 후미진 뒷면, 달리는 밤기차의 폐쇄된 공간, 어두운 수술실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느와르의 어두운 분위기를 연출한 공간에서 그의 작품 속 분위기를 보며 느낄 수 있다.
한국영화사에서 이만희만큼 한국전쟁을 많이 다룬 감독은 드물다. 반공 메시지의 단순한 전달수단으로 삼았던 당대 많은 전쟁영화들과 달리, 그의 영화는 전쟁의 본질을 파고든다. 이만희에게 전쟁은 국가라는 집단의 폭력이며, 인간이 자신의 인간성을 시험당하고 무고한 자가 희생당하는 잔인한 운명의 계기였다. 그 한복판에서 그는 과연 인간에게 전쟁이 필요한 것인지를 묻는다.
이만희는 검열과 관련하여 정부와 크게 갈등을 빚은 감독중 한 명이었다. 반전 사상, 한국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 예술가적인 자유로운 기질이 투영된 그의 영화는 당시 정부에게는 위험하고 불온한 것이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당시 검열서류 등을 통해 검열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이만희 감독은 1961년에 데뷔한 이후 15년간 51편의 영화를 제작했다. 한 해 3-4편의 영화를 제작한 셈인데, 1967년에는 무려 10편의 영화를 개봉했다. 믿을수 없는 다작이었다. 이와 같이 다작이 가능했던 것은 그에게는 영화 작업을 함께하는 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촬영감독, 시나리오 작가, 음악감독, 조감독과 같은 스탭에서부터 주조연 배우에 이르기까지, 이만희는 일단 함께 한 사람들과의 인연을 쉽게 끊지 않았다. 시기에 따라 구성원은 달랐지만 이렇게 인연을 맺은 이만희의 사람들이 그의 영화인생을 든든하게 받쳐주었다. 이만희 감독 활동시기의 초기부터 후반기까지 함께 했던 영화제작 스텝과 영화배우들을 살펴볼 수 있다.
2000년대 이후 한국영상자료원의 이만희 영화 발굴은 느리지만 꾸준히 이루어졌다. 2005년 부산국제영화제 회고전을 지원하던 과정에서 《휴일》(1968)을 발굴하였고, 2006년 한국영상자료원 전작전 도서를 준비하던 과정에서 《고보이 강의 다리〉(1970)에 대한 소재를 파악하여 국방홍보원으로부터 수집할수 있었다. 2009년에는 개인소장자를 통해 《흑룡강〉(1965)을, 2015년 3월에는 《잊을수 없는 연인》(1966)을 발굴하였다. 한국영상자료원의 발굴목록은 앞으로도 이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