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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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전시

2016년 기획전시 III

유현목: 현실과 영화 사이에서

  • 기간|2017.03.13.(월) ~ 05.21.(일)
  • 장소|한국영화박물관 기획전시실

최근 한국영화는 소위 “세계 5대 영화강국”의 위상을 점하며 성세를 구가하고 있지만, 아직도 한국영화사와 한국고전영화는 소수의 영화 매니아와 연구자들 외에는 미지의 세계다. 그러나 한국영화는 100년에 육박하는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수많은 영화인의 활동과 영화사의 걸작들로 그 역사를 채워왔다.

이번 전시는 한국영화사상 가장 위대한 감독 중 한명인 유현목 감독의 7주기를 기념하며, 그의 영화세계와 인생, 한국영화사적 의미를 돌아보기 위해 기획되었다.

유현목전시 도입부


왜 유현목인가

유현목 전시 전경

유현목은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한국영화의 황금시대를 이끈 영화사의 거장 중 한 명이다. 1925년 7월 2일 황해도에서 출생한 유현목은 1956년 <교차로>로 감독으로 데뷔하여 1994년 <말미잘>에 이르기까지 극영화 43편, 실험영화 및 기록영화 3편 등 총 46편의 영화를 연출했고, 2009년 6월 28일 타계했다. 그는 무엇보다 <오발탄>의 감독으로 기억된다. 이범선의 원작 동명 소설을 1961년 영화화한 <오발탄>은 거의 모든 한국영화 설문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기록한 한국영화사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평가 받는다. 가난한 계리사와 퇴역군인인 동생을 주인공으로 1950년대 가난한 가족의 고단한 일상과 범죄가 창궐할 수밖에 없는 시대상을 그려낸 이 영화는 당대 한국사회를 날카롭게 비판하는 동시에 출구 없는 현실을 절망적으로 묘사한다. 2014년 한국영상자료원이 발표한 한국영화 100선에는 <오발탄> 외에도 <김약국의 딸들>(1963), <<장마>(1979) 등 그의 대표작 세 편이 포함되었다. 유현목 감독이 한국영화사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단순히 한 명의 빼어난 예술가 이상이다. 그는 한국영화계에 큰 그늘을 드리운 스승이자 영화운동의 발의자이기도 했다. 유현목 감독은 1964년 씨네포엠이라는 실험영화동호회를 만들었고, 1976년부터 동국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수많은 후학을 키워냈으며, 1978년에는 동서영화동우회를 만들어 척박한 영화문화 풍토에서 초기 씨네마테크운동을 이끌었다.


실존과 구원의 작가

유현목 전시 실험

이번 전시는 유현목 감독의 영화세계를 실존(분단), 구원, 실험 등 세 개의 키워드로 정리했다. 월남한 실향민으로 개신교도였던 유현목은 자신의 영화 속에 부조리한 한국사회에 대한 날선 비판과 그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실존적 개인의 고뇌와 좌절을 거의 모든 영화 속에 오롯이 담았다. 그의 현실 비판의 근원에는 분단 상황에 대한 인식이 있다. 그가 직접적으로 분단을 다룬 영화들도 적지 않지만, 그렇지 않은 영화들이라 하더라도 개개인의 삶을 억압하는 현실의 깊은 원인으로 유현목은 한국전쟁과 분단이라는 역사적 현실을 가리키곤 했다.

유현목전시 실존과 구원 섹션

또한 그의 영화에는 종종 신에 대한 호소가 자리한다. 그것은 우리가 아는 통상적인 개신교의 기복신앙을 넘어서는 것이다. 그의 영화들은 현실의 비극을 탈피하고자 구원을 향해 몸부림치지만 침묵하는 신 앞에서 고뇌하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그린다. 그리하여 영화는 다시 인간 실존의 문제로 돌아온다. 마지막 키워드는 실험이다. 그는 통상 한국적 리얼리즘의 작가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사조로 평가할 때, 그의 영화에는 오히려 사실성보다는 표현성과 실험성이 두드러진다. 그것은 그가 통상적인 상업영화나 리얼리즘의 문법을 벗어나 영화를 예술로 사고했던 결과이기도 하다.


방대한 자료를 통해 보는 감독 유현목, 인간 유현목

유현목 전시장 내 쇼케이스

유현목 감독에 대한 방대한 실물자료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게 한 것이 이번 전시의 특징이다. 이것이 가능하게 된 것은 부인인 박근자 님이 영상자료원에 고 유현목 감독님의 자료를 대규모로 기증하셨기 때문이다. 박근자 님은 2016년 7월 이후 유현목 감독의 60여 점에 달하는 수상 트로피에서부터 부부간의 여행 등 개인적인 기록을 담은 8mm 영상물, 유현목 감독의 메모가 빼곡히 들어찬 시나리오와 콘티들, 개인 서적들, 생전에 쓰던 서가에서 책상에 이르기까지 수백 점에 달하는 자료를 기증 또는 위탁했다. 이들 중 엄선된 자료들과 영상자료원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스틸사진과 포스터, 주요 영화 장면들까지 전시된다.

유현목 전시 사유의 공간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유현목 감독의 책상과 의자, 서가와 장서, 부인인 박근자 화백의 그림까지 옮겨 온 “유현목 사유의 공간”이라는 코너가 눈에 띈다. 서재라는 일상적이고 내밀한 장소를 통해 한국영화사의 거장이 자신의 예술세계를 가다듬어갔던 정신적 흔적과 공기를 직접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전시는 감독 유현목과 인간 유현목, 그리고 그의 영화세계를 이해하는 데서 나아가 한국영화의 역사를 돌아보는 귀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