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박물관

한국영화의 모든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는 보물창고

현재/예정 전시

2018년 기획전시 II

아름다운 생존: 한국여성영화감독 박남옥, 홍은원, 최은희, 황혜미, 이미례, 임순례

  • 기간|2018.10.02.(화) ~ 12.08.(토)
  • 장소|한국영화박물관 기획전시실 및 소극장

“나는 하루라도 더 살고 싶다. 우리나라 여성 영화인들이 좋은 작품을 만들고 세계로 진출하는 것도 보고 싶다”
박남옥 감독


한국영화계의 두 명의 거목이 쓰러졌다. 2017년 4월 미국 LA에서 박남옥이, 2018년 4월 한국 서울에서 최은희가 우리 곁을 떠났다. 하루라도 더 살아 우리 여성영화인들이 세계로 진출하는 것을 보고 싶어 했던 최초의 한국여성영화감독 박남옥이, 영화보다도 더 영화 같은 삶을 살아온 영화인 최은희가 지상에서의 삶을 마무리한 것이다.

한국전쟁 직후 영화현장의 현실이 아직도 열악할 때 박남옥은 어린 딸을 포대기에 업고 제작비 조달부터 촬영, 편집, 녹음 등 모든 것을 본인의 수고로 해결하며 한 편의 영화를 힘겹게 완성하였다. 이렇게 박남옥은 전쟁미망인의 이야기를 다룬 <미망인>으로 한국여성영화계의 선구자가 되었다. 그 후 이미 시나리오 작가로 주목받고 있었던 다재다능했던 홍은원이 1962년 <여판사>를 선보였고, 1965년 한국의 고전적인 여인으로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던 배우 최은희가 메가폰을 잡고 <민며느리>를 연출하면서 한국영화사에서 세 번째의 여성감독이 되었다.

영화인으로 서로 교류가 있었던 박남옥, 홍은원, 최은희와 달리 네 번째 여성감독인 된 황혜미는 혜성 같은 존재였다.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김승옥의 소설에 매료되어 그의 『무진기행』을 영화로 기획한 황혜미는 유럽영화의 영향 아래 감각적이고 실험적인 영화 <첫경험>(1970)을 만들어 평단을 놀라게 하였다. 그러나 이로부터 무려 14년이나 지나서야 다음 여성감독이 데뷔하였으니 27살의 나이로 데뷔한 이미례였다. 유현목 감독 아래서 영화 수업을 받은 이미례 감독은 <수렁에서 건진 내딸>(1984)로 상업적인 흥행을 거둔다. 그리고 <리틀 포레스트>로 현재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임순례, 그녀는 1996년 장편 <세친구>로 데뷔한 후 경쟁 사회의 논리에서 벗어난 이들을 지속적으로 다루며 대중성과 작품성을 다 만족시킨 작품들을 내놓고 있다.

이번 전시는 한국영화사에 가장 중요한 챕터이나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다루어졌던 여성영화인들, 특별히 감독들에 초점을 맞추어 그들의 영화에 대한 집념과 지난한 분투 과정을 살펴보려한다. 어려서부터 영화와 예술을 사랑한 이들의 영화에 대한 들끓는 열정을 그들의 삶을 통해 돌아보는 것은 사실 쉽지 않다. 너무나 힘들었던 시대였고, 그래서 억척스럽게 살아야했으며, 포기해야 하는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영화를 꾸준히 만들었고 영화를 통해 자신들의 삶을 지속시켰다. 참으로 ‘아름다운 생존(生存)’이다.

주최: 한국영상자료원
후원: 여성영화인모임

전시 연계 프로그램 
영화 상영
<아름다운 생존> (임순례, 2001) 화 ~일 15:00
<미망인> (박남옥, 1955) 화, 목 11:00 수, 금 17:00
<여판사> (홍은원, 1962) 수, 금 11:00 화, 목 17:00
상영장소: 한국영화박물관 내 소극장

‘여성영화인’ 사진 전시
<씨네21>와 함께 한국여성영화인 20인의 사진을 전시한다. 
전시장소: 한국영상자료원 지하1층 시네마테크KOFA 2관 복도 로비
 

“한국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 선구자가 되다”
박남옥 (朴南玉, PARK Nam-ok)
1923~2017

박남옥 감독

1923년 경북 하양에서 태어난 박남옥은 일본에서 발행하는 『세계미술전집』을 한 권 한 권 사 모으고 조선영화 최고 스타였던 김신재에게 매일 팬레터를 쓰며 영화 포스터를 수집하는 미술과 영화를 열렬하게 사랑하는 소녀였다. 여고 시절 이미 163센티미터에 60킬로의 좋은 체격과 뛰어난 운동신경으로 전국체전에서 투포환 부문 우승을 차지하기도 한 다방면에서 재능을 보인 여걸이기도 했다.

<대구일일신문> 문화부 기자로 영화평을 쓰던 그녀가 1946년 전창근 감독을 만나 “대구에서 올라 온 영화학도 박군”으로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은 후, 광희동 촬영소에서 <자유만세>, <새로운 맹서> 등 굵직한 영화 작업에 참여하며 영화에 대한 의지를 불태운다. 한국전쟁이 끝난 후 박남옥은 언니가 준 돈으로 ‘자매영화사’를 세우고 남편 이보라가 쓴 시나리오로 <미망인>을 기획, 연출 한다. 저예산인 관계로 영화는 16밀리로 찍어야 했는데, 돌도 지나지 않은 아기를 맡길 곳이 없자 그녀는 딸을 포대기에 둘러업고 현장으로 나가야 했다.

종로구 관훈동 184번지, 200평 공지에 판잣집을 세우고 영화를 시작했지만 당시 서울은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상태였고, 영화 기재 역시 구하기 힘든 때였다. 촬영, 녹음, 제작비 조달, 편집 등 영화 전반적인 사항을 다 보살피면서 온갖 난관을 거쳐 최초의 여성감독 박남옥의 영화 <미망인>은 1955년 4월 2일 개봉된다. 그렇게 그녀는 한국영화계의 선구자가 되었다.

필모그래피
미망인 (1955)

“다재다능한 시네아스트, 홍일점 여성감독으로 화제가 되다”
홍은원 (洪恩遠, HONG Eun-won, 예명 홍진아, 홍설아)
1922~1999

홍은원 감독

1922년 전남 순천에서 출생한 홍은원은 교육열이 높은 집안의 재능 많은 어여쁜 둘째 딸이었다. 경기고녀 시절부터 프랑스 영화에 심취하여 <여인들만의 도시>, <무도회의 수첩>, <망향>을 좋아했다. 1940년 아버지를 따라 만주로 건너간 그녀는 신경음악단 성악부에 입단, 솔로 싱어에서 오페라의 여주인공으로 활약했고 해방 후 서울의 중앙방송국(현 KBS) 합창단 멤버로 활동하다, 1946년 최인규 감독을 만나게 된다. 최 감독의 권유로 홍은원은 <죄없는 죄인>의 연출부로 합류하여 스크립터 일을 시작하게 된다. 이후 전창근, 이강천 등 당대 유명감독과 작품 활동을 하면서 영화 수업을 이어나가다가 1959년 신경균 감독의 <유정무정>의 시나리오 작가로 데뷔하여 최초의 여성 시나리오 작가가 되기도 한다.

1962년 이미 수 십여 편의 영화에서 단단하게 기초를 닦은 그녀는 당시 사회에 충격을 주었던 여판사의 자살을 소재로 한 <여판사>의 연출을 맡게 되면서 박남옥에 이어 두 번째 여성감독으로 주목받게 된다. “탄탄한 짜임새와 세심한 여성심리의 묘사가 돋보인다는 호평을” 받은 <여판사>에 이어 홍은원 감독은 자식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미망인을 다룬 <홀어머니>와 사회 통념에 저항하는 여인의 삶을 다룬 <오해가 남긴 것>으로 자신만의 여성영화를 연출한다.

필모그래피
여판사 (1962)
홀어머니 (1964)
오해가 남긴 것 (1966)

“메가폰을 잡은 스타 - 대 인기여배우가 감독이 되다”
최은희 (崔銀姬, CHOI Eun-hee, 본명 최경순)
1926~2018

최은희 감독

1926년 경기도 광주에서 태어난 최은희는 속눈썹이 길고 눈이 큰 평범한 아이였다. 그러나 고집이 세서 ‘심술패기‘라고 불린 그녀는 공부보다 예체능에 능했고, 세상 구경을 해보고 싶어 했다. 우연히 방공연습을 갔다가 친구의 소개로 당시 연극계에서 주연을 맡고 있던 문정복을 알게 되어 극단 ’아랑‘의 연구생이 된다. 집안의 반대에도 최은희는 <청춘극장>으로 연극무대에 성공적인 데뷔를 하고 신경균 감독의 <새로운 맹서>로 영화계에 발을 디딜 때까지 연극 활동을 지속한다. 1949년 <마음의 고향>(윤용규)에서 아이를 잃고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젊은 미망인으로 호평을 받으면서 ’한국의 고전적인 여인상‘을 보여준 배우로 1950~60년대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인기대스타가 된다.

그런 그녀가 영화인생의 파트너이자 연인이었던 신상옥 감독의 권유로 1965년 메가폰을 잡게 된다. “나는 배우인데, 내가 어떻게 감독을 해요”라고 망설였지만, 최은희는 카리스마도 있었고 꼼꼼하기도 한 22년차 영화인이었다. TV 연속극으로 인기 있었던 <민며느리>는 최은희의 고전적인 이미지를 이용할 수 있었던 최선의 작품이었다. 본인의 열연으로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한 <민며느리>는 이렇게 최은희를 한국영화사에 있어서 세 번째 여성감독으로 이름을 올려놓게 한다. 신상옥과 신필름이라는 든든한 울타리가 있었겠지만 이후 그녀가 <공주님의 짝사랑>, <총각선생> 그리고 북한에서의 연출작 <약속>을 통해 보여준 것은 “어쩌면 배우 최은희가 꿈꾸던 또 다른 자아를 표출한 것일지도” 모른다.

필모그래피
민며느리 (1965)
공주님의 짝사랑 (1967)
총각선생 (1972)

“이지적이고 감각적인 영상을 실험하다”
황혜미 (黃蕙美, HWANG Hye-mi)
1936~

황혜미 감독

1936년 만주에서 출생한 황혜미는 어려서부터 미성년자 관람 불가인 영화도 몰래 들어가 볼 정도로 영화광이었다. 이화여고를 거쳐 서울대에서 불문학을 공부한 후 프랑스 유학생으로 뽑혔으나 결혼 문제로 유학을 미룬다. 이후 잠시 프랑스에 머물면서 트뤼포의 <400번의 구타>나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영화를 즐겨 보았고 유럽영화에 매우 심취해있었다.

귀국하여 김승옥의 소설을 읽고 매료된 황혜미는 남편 김동수의 도움으로 『무진기행』을 영화화 한 <안개>(김수용, 1967)를 제작하게 된다. 이렇게 영화계에 입문한 그녀는 김승옥에게 아예 연출을 맡겨 <감자>(1968)를 제작한다. 두 번의 영화 기획, 제작을 거치면서 영화에 대한 자신감을 얻은 그녀는 본인의 영화, <첫경험>으로 감독 데뷔한다. 1970년 11월 27일 국도극장에서 개봉된 <첫경험>은 권태로운 부부의 일상과 탈선을 섬세하게 그려낸 영상미가 뛰어난 영화였다. 백상예술대상에서 신인상을 수상하는 등 평단에서 인정을 받은 <첫경험>은 흥행에서도 무난한 성적을 거두었는데, 70년대 초반 주류를 이루었던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희생하는 여인’을 눈물겹게 보여주는 멜로드라마와 달리 불륜을 신파적으로 다루지 않고 감각적으로 그려내어 화제가 된다. 연이어 <슬픈 꽃잎이 질 때>, <관계>를 연출하나 필름이 전부 유실되어 안타깝게도 그녀의 지적이고 실험적인 영상을 볼 수가 없게 되었다.

필모그래피
첫경험 (1970)
슬픈 꽃잎이 질 때 (1971)
관계 (1972)

“대중적 호소력을 지닌 상업 영화를 연출하다”
이미례 (李美禮, LEE Mi-rye)
1957~

이미례 감독

1957년 경기도 화성에서 출생했다. 서울 금란여중고에 다닐 때부터 교내 연극반을 만들어 활동한 이미례는 연극연출을 꿈꾸며 동국대 연극영화학과에 진학한다. 재학 시 스승인 유현목 감독의 스크립터로 영화계에 입문하여 여성영화인이 아직도 드물었던 70년대 후반~80년대 초반 화제가 된다. 1984년 이미례는 약관 27살의 나이로 비행청소년을 다룬 가족영화인 <수렁에서 건진 내딸>을 연출하여 그 해 흥행 순위 5위를 기록하면서 성공적인 감독 신고식을 치른다.

본인이 “여감독이 아니고는 도저히 만들어낼 수 없는 영화”라는 평을 듣고 싶어 했던 세 번째 연출작인 <물망초>로 24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신인감독상을 수상하여, 황혜미 감독 다음으로 신인상을 수상하는 여성감독이 되기도 한다. 이미례 감독은 대중적인 호소력을 지닌 청춘물과 멜로드라마를 본인 특유의 감각으로 재치 있게 연출함으로써 상업영화로 성공한 여성감독이 된 것이다.

필모그래피
수렁에서 건진 내 딸 (1984)
고추밭의 양배추 (1985)
학창보고서 (1987)
물망초 (1987)
영심이 (1990)
사랑은 지금부터 시작이야 (1990)

“대중과 예술, 여성의 경계를 넘어서다”
임순례 (任順禮, LIM Soon-rye)
1960~

임순례 감독

만주에서 태어나 자란 아주머니를 통해 어려서부터 극장을 들락거리기 시작한 임순례는 1960년 인천에서 출생했다. 인일여고 재학 시, 당시 가장 인기가도를 달리던 임예진이 출연한 <쌍무지개 뜨는 언덕>이 임순례의 반에서 촬영되는 아주 중요한 일이 벌어진다. 배우들도 꼼짝 못하는 젊은 감독의 위력에 ‘도대체 감독이라는 사람이 무엇이기에’라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대학시절 불란서문화원을 통해 색다른 영화들을 접하게 되면서 점점 영화에 대한 갈증을 느낀다. 결국 프랑스 파리 제 8대학으로 유학을 떠나게 되었고 그곳에서 천편 이상의 영화를 보면서 그 갈증을 해소한다.

1992년 서른셋에 귀국한 그녀는 여균동 감독의 <세상밖으로>로 영화계에 입문하였고, 그 해 여름 “불쑥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단편영화 <우중산책>(1994)을 만들어 서울단편영화제 1회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다. 대학진학을 못한 보잘 것 없는 세친구의 이야기를 덤덤하게 찍은 <세친구>로 장편 데뷔 후 <와이키키 브라더스>, <그녀의 무게> 등 사회에서 소외된 약자의 이야기들을 지속적으로 다루면서 평단의 주목을 받게 되고,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활약한 여자 핸드볼 선수단의 이야기를 담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선보이면서 상업적인 성공도 거두게 된다.

2018년 <리틀 포레스트>로 여전히 작품성과 상업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임순례 감독은 여성영화인이 말하는 영화 <아름다운 생존>의 작업을 통해 인연을 맺게 된 박남옥 감독 이후 한국영화사에서 6번째 여성감독으로 그리고 22년차 영화인으로 저력을 보이며 영화현장에 부드럽고 단단하게 서있다.

필모그래피
우중산책 (단편) (1994)
세친구 (1996)
아름다운 생존-여성영화인이 말하는 영화 (다큐멘터리)(2001)
와이키키 브라더스 (2001)
여섯 개의 시선 중 그녀의 무게 에피소드 (2003)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2007)
날아라 펭귄 (2009)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2010)
미안해, 고마워 중 고양이 키스 (2011)
남쪽으로 튀어 (2012)
제보자 (2014)
리틀 포레스트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