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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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기획전시 III

필름영사: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 기간|2018.12.21.(금) ~ 03.23.(토)
  • 장소|한국영화박물관 기획전시실

영사기 수선공 브루노 빈터는 오래된 극장에서 영사기를 고치며 왕년에는 무성영화 음악가였던 영사기사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많은 영화가 릴이 12개 혹은 14개나 되어서 거기 문제가 생기면 이어 맞추느라 밤을 새워야만 했다네, 다시 끼어 맞추면서… 그래도 여전히 이가 맞지 않았어.......,” 나이 든 영사기사는 <니벨룽겐>(1924)과 <벤허>(1925)를, 그리고 자기가 소유했던 극장을 추억한다.

오랜 시간, 영화는 필름으로 영사기에 걸려 상영되었다. 1895년 12월 28일 파리의 한 카페에서 시네마토그래프라는 촬영과 영사가 가능한 기기가 선보인 이래, 35mm 셀룰로스 베이스 위의 은 입자에 빛으로 인해 맺힌 이미지들의 프레임은 1초에 16에서 24개의 속도로 이 기계에 걸려 빛을 받으며 움직이는 이야기들을 흰 스크린에 보여 주었다. 곧 일반인들도 가정에서 자신들의 일상을 찍고 볼 수 있도록 소형 포맷 필름과 영사기들이 제조되었다. 1920년 초반 프랑스 파테사에서 10~20미터 길이의 필름을 스크린에 비쳐 볼 수 있도록 9.5mm 영사기를 소개했고, 1920년~30년대에 미국 코닥사에서 8mm, 16mm 필름과 영사기를 선보였다. 휴대폰이 없었던 시절, 부유한 사람들은 자신의 여행기, 가족사를 이 작은 필름에 담아 영사기로 돌려 본인들이 한순간 소유했던 시공간을 자랑했다. 영화 필름은 기술의 발전으로 소리를, 총천연색을, 큰 화면을 얻어 갔고, 이에 걸맞은 영사기와 극장이 구비되어 보다 완벽한 매체가 되어 갔다. 그러나 이제 이렇게 필름으로 영화를 만들고 그 프린트를 영사기로 돌려 보던 시대는 점차 먼 시간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이번 기획전은 한국영상자료원이 2018년 수집한 소형 영사기를 전시하면서, 디지털 파일과 디지털 영사기에 자리를 내주고 있는 ‘필름 영사와 영사기’를 다시 무대 스크린 위에 투영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 필름을 영사기 두 대에 걸고 번갈아 가며 돌렸던 영사기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한다. 8mm, 16mm, 35mm 영사기를 돌리며 “반은 기억이고 반은 망각 속에 사라진 시간의 잔재를” 흔들리는 연속적인 이미지들로 되찾으려고 한다.

영화에서 브루노가 영사기 수선을 위해 마지막으로 들른 극장 영사실에서 나이 든 여인에게 묻는다. “이젠 영화 안 트나요?”, “안 틀어요, 그래도 다시 열 수 있게 지켜야죠.” 

전시실 소개

1. 필름 영사기에 대해 알고 있는 두, 세 가지 것들
2 ou 3 choses que je sais de projecteur cinématographique
기획전시실 1구역


1895년 뤼미에르 형제가 시네마토그래프로 움직이는 영상을 스크린에 영사한 직후 혹은 그 직전 세계 전역에서 필름 영사기가 발명되었다. 35밀리 필름이 상업 영화의 기본 포맷으로 자리 잡은 후 영사기는 필름의 변화에 따라 다양하게 발전되어 갔다. 짧은 길이의 무성영화를 손으로 돌리는 영사기에서, 모터를 사용하고 사운드 정보를 읽어 1초에 24프레임의 규격화된 속도로 작동하게 제조되었고, 광원 역시 아크 램프에서 크세논 아크 전구로 바뀌었다. 또한 가정용이나 아마추어용으로 만들어진 9.5밀리, 28밀리, 16밀리, 8밀리 등 소형 필름을 영사하기 위한 영사기도 일찍 감치 판매되었다.

그러나 1999년 디지털 시네마 영사기가 도입된 이후 필름 영사는 서서히 쇠퇴해져가, 현재는 극소수의 극장과 필름 아카이브에서만 필름으로 영사가 되고 있다.
 

2. 시간의 흐름 속으로
Im Lauf der Zeit
기획전시실 2구역


한 철학자는 다소 무거운 주제의 글에서 “과거의 진정한 상은 휙 스쳐 지나가 버린다. 다만 우리는, 그것이 인식되어지는 찰나에 영원히 되돌아올 수 없이 다시 사라져 버리는, 마치 섬광처럼 스쳐 지나가는 상으로서만 과거를 붙잡을 수 있을 뿐이다”라고 썼다. 휙 스쳐 지나가버려 다시 되돌릴 수 없는 과거의 시간을 우리는 어떻게 붙잡을 수 있을까? 필름 한 프레임, 한 프레임에 포착되어 있는 과거의 상은 영사기를 통해 지금 현재의 시간으로 소환되어 “기억을 통하여 미래가 어떤 것인가를 가르쳐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8밀리, 16밀리 영사기에 설치된 디지털 프로젝터를 통해 유현목 감독의 홈 무비 영상과 홍기선 감독의 <수리세>가 상영된다.
 

3. 시네마 천국
Cinema Paradiso
기획전시실 3구역


‘언제나 혼자 있어야 하고, 똑같은 영화를 수십 번 보아야 하고, 크리스마스 때도 일해야 하고,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 곳에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좋아하면 마치 본인이 그렇게 즐겁게 해준 것 같아 기쁘다'라고 알프레도는 영사실을 들락거리는 어린 토토에게 말한다. 작은 상자갑 같은 영사실에서 영사기가 돌아가는 소음과 홀로 있음을 참아야 하는 영사기사의 노동은 그야말로 고되다. 그러나 ‘시네마 파라디소'에서 일하는 알프레도의 말처럼 영사창에서 흘러나오는 작은 입자들이 스크린에서 한없이 흔들리며 걷잡을 수 없는 경이로움을 만들어낼 때 그 고단함은 잊히고 만다.

‘영사실과 영사기사, 극장'의 영화 클립들과, 한국영상자료원과 서울 아트시네마 영사기사 6인의 인터뷰 영상은 우리의 ‘시네마 파라디소'를 재현한다.

전시된 소형 영사기

품명: Pathé-Baby Projector
제조년도: 1922~1930
제조사: PATHE-FRERES
제조국가: France
파테 사에서 만들어진 가정용 9.5밀리 영사기로 메탈 보빈에 감긴 필름을 손으로 돌려 영사하는 시스템이다. 필름의 길이는 10~20 미터로, 당시 파테에서는 가정용 엔터테인먼트 단편을 제작하였다. 스크린은 50 센티미터 크기로 10여명의 소수가 관람이 가능했다. 파테-베이비의 특징은 상영 중 3~4초간 필름이 자동적으로 정지되어 자막이나 간자막을 읽을 수 있게 해주는 스톱-오버 기능으로, 필름의 자막이 몇 프레임 안 되더라도 관람객이 자막을 충분히 읽을 수 있게 설계되었다. 최대 100미터 길이의 필름까지 영사 가능한 다양한 영사기종이 제조되었으며 이후에는 전기 모터로 대치되었다.

품명: Elmo 8mm Projector F-500
제조년도: 1933
제조사: ELMO
제조국가: Japan
1920년대~1980년대까지 소형필름 기기를 전문적으로 만든 일본 엘모 사는 16밀리 필름 영사기뿐만 아니라 아마추어를 위한 8밀리 카메라와 영사기를 만들었다. 모델 F-500은 특별히 더블 8 필름을 위해 제조된 영사기로 9.5밀리, 16밀리 필름 영사기도 제조되었는데, 당시 8밀리, 9.5밀리, 16밀리 등 아마추어용 소형필름이 대세였기 때문이다. 엘모 사 카탈로그를 보면, 이 영사기는 1930년대 “레코드 토키"와 코닥사의 “코다컬러"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고 적혀있다. “레코드 토키"는 축음기와 연결하여 필름을 상영하는 방식이고, “코다컬러"는 가정용으로 만들어진 초기 컬러 필름이다.

품명: Zeiss Ikon kinox S
제조년도: 1939
제조사: ZEISS IKON
제조국가: Germany
콘탁스(Contax)로 유명했던 카메라 및 사진기기 제조사인 독일 차이스에서 제조한 무성 16밀리 영사기이다. 1920년대 주로 8밀리, 16밀리 카메라와 영사기를 만들었다. 이 시대의 대부분의 16밀리 영사기는 램프 하우스와 헤드 머신 등 각 파트가 분리되어 있는데, 이 기종은 심플한 박스 안에 모든 파트가 함께 들어가 있다.

품명: Siemens Standard
제조년도: 1939
제조사: SIEMENS
제조국가: Germany
독일의 유명 전자제품 제조사인 지멘스는 1930년대에서 1960년대 소형 필름 카메라와 영사기를 만들었다. 지멘스의 8밀리, 9.5밀리, 16밀리 카메라는 전 세계에 수출이 되었고, 이 16밀리 무성 영사기는 가정용으로 소규모 제작된 기종이다.

품명: Precisvox
제조년도: 1940
제조사: TOBIS
제조국가: Belgium
옵티컬 사운드 16밀리 영사기이다. 1920~1930년대 제조되었던 소형 필름 영사기들은 두꺼운 철판이나 합금 주철을 사용했기 때문에 모양이 제한되었다. 그러나 이 모델은 주요 부분의 커버로 베이클라이트(Bakelite) 플라스틱을 사용하여 본체가 유선형으로 디자인되어 있는 매우 독특한 모델이다.

품명: Filmosound 16mm Projector
제조년도: 1940s~1950s
제조사: BELL & HOWELL
제조국가: U. S. A.
벨 & 하웰 사에서 16밀리 카메라와 영사기를 위해 만든 브랜드 필모(Filmo) 기종으로 16밀리 사운드 필름용이다. 사운드 필름 영사기라서 노이즈를 줄이기 위해 본체가 케이스에 내장되어 있다. 필름을 되감는 부분은 케이스 커버 안쪽에 붙어 있고, 케이스는 이동용으로도 사용된다. 이 모델의 받침대에 있는 사운드 앰프 부분은 개조된 것으로 보이며, 케이스는 소실된 것으로 보인다.

품명: SADAR Handy Projector
제조년도: 1950
제조사: EPIMO
제조국가: Germany
9.5밀리 영사기로 영사기 중간에 달려있는 핸들을 손으로 돌리거나, 영사기 뒤의 모터를 이용하여 작동된다. 1920년대에서 1940년대까지 미국과 일본에서 다양한 9.5밀리 카메라와 영사기가 제조되었는데, 1950년대 이후에는 프랑스와 영국 등의 유럽 지역에서만 이 포맷의 영사기들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졌다.

품명: Specto 500
제조년도: 1950
제조사: SPECTO
제조국가: U. K.
8밀리 영사기로 영사기 본체 중앙의 라디에이터 그릴처럼 보이는 박스가 램프 하우스이다. 1950년대 중반까지 커다란 백열등 전구가 영사 램프로 사용되었는데, 이 영사기는 램프에서 나오는 엄청난 양의 열을 밖으로 방출하게 디자인되어 있어서 램프의 안정성을 고려한 모델 같다.

품명: Microsonor 8
제조년도: 1950
제조사: CINECIRSE
제조국가: Italy
더블 8 포맷이 유행이었을 당시, 무성 영화 영사기가 주를 이루었으나, 이 기종 같은 사운드 영사기도 이미 존재하였다. 사운드를 읽는 사운드 헤드가 영사 렌즈 아래 약간 떨어져 위치하고, 플레이 백 앰프는 영사기 받침대에 위치하여 스피커와 연결되어 있다.

품명: Meopta OP 16
제조년도: 1951
제조사: MEOPTA
제조국가: the Czech Republic
1933년 체코에서 설립된 사진기기 제조사인 메오프타의 영사기이다. 메오프타는 상업용 극장의 35밀리 영사기 외에도 8밀리 카메라, 16밀리 영사기를 만들었다. 이 모델은 16밀리 옵티컬 사운드 필름 영사기로 무성 버전을 위한 모델도 존재하였다. 영사기 받침대가 큰 것은 아마도 당시 진공 튜브 타입의 사운드 앰프를 설치하기 위해서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