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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기획전시 Ⅱ

지금 우리 좀비는: 21세기 K-좀비 연대기

  • 기간|2022.10.21.(금) ~ 06.24.(토)
  • 장소|한국영화박물관 기획전시실




※ 만 12세 이상부터 관람 가능하며, 12세 미만은 보호자 동반시 입장 가능합니다.

 

소수 마니아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좀비가 2000년대 이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세계 대중문화의 주류로 자리 잡았다. 좀비의 원형인 ‘걸어 다니는 시체’는 <28일 후>(2002)를 기점으로 전염력과 파괴력이 한층 강화된 ‘뛰는 좀비’로 진화하였고, 이때부터 불기 시작한 좀비 열풍은 미국과 유럽은 물론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급속히 퍼져나갔다. 이와 같은 좀비 바이러스의 글로벌 확산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좀처럼 좀비가 대중적인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부산행>(2016)이 나타났다. 그리고 얼마 뒤 넷플릭스의 <킹덤>(2019)이 등장했다. 더 이상 좀비는 새로울 것이 없다고 여겨지던 때에 뒤늦게 홀연히 나타난 한국 좀비는 특유의 독창성과 신선함으로 세계인의 눈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K-좀비 신드롬이 일었고 <#살아있다>(2020), <지옥>(2021), <지금 우리 학교는>(2022) 등 글로벌 흥행이 이어졌다. 서구의 전유물이었던 좀비는 이제 K-콘텐츠의 한류를 이끄는 주력 상품이 되었다.

21세기 대중문화는 왜 좀비에게 매료되었을까? K-좀비는 어떻게 세계인을 매혹할 수 있었을까? K-좀비는 여타 대중문화와 어떤 영향을 주고받으며,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이번 전시는 이러한 궁금증을 안고 K-좀비의 과거와 현재를 조명해보고자 기획되었다. K-좀비의 성취와 의의를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전시기획/진행 : 조소연 큐레이터

1섹션 좀비의 진화

좀비의 시작인 1932년작 <화이트 좀비>, 좀비의 원형을 제시한 1968년 조지 로메로 감독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21세기 좀비 대유행을 촉발시킨 2002년 대니 보일 감독의 <28일 후> 등 좀비 대표작 12편의 포스터와 영상클립을 통해 좀비의 기원과 진화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한국 최초의 좀비 영화인 <괴시>를 비롯하여, 비록 대중적인 관심을 끌지는 못했지만 의미있는 시도를 했던 <불한당>, <이웃집 좀비>, <인류멸망보고서> 등 K-좀비의 계보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2섹션 부산행에 오른 K-좀비

K-좀비의 거대한 시작을 알린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과 <부산행>의 프리퀄인 <서울역>을 소개하고 있다. <부산행>은 서울역에서 부산을 향해 질주하는 열차에서 벌어지는 좀비와 인간의 치열한 사투를 그린 영화다. 열차라는 한정된 공간을 이용해 극적 긴장감과 스릴감을 끌어올렸고, 독창적인 좀비의 몸짓과 속도감은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무엇보다도 재난 블록버스터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표출하는 이기심과 연민, 특히 가족의 희생을 조명한 점이 성공 포인트였다. ‘신파’가 아쉽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오히려 해외 관객들은 한국적인 정서를 가진 색다른 좀비물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3섹션 K-좀비, 세계를 유혹하다

<부산행>이 K-좀비의 거대한 시작을 알렸다면, <킹덤>(2019)은 전세계에 K-좀비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주인공이다. <킹덤>의 신화는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플랫폼과의 공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넷플릭스는 세계 스트리밍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로컬의 글로벌화’ 전략을 추진했고, 정치,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나 섹스, 폭력 등 수위가 높아 영화, 방송시장에서 기회를 얻지 못한 시나리오들에 눈을 돌렸다.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처음 선택한 작품은 김은희 작가가 표현 수위, 제작비 문제로 꺼내놓지 못하고 있었던 <킹덤>이었다. 좀비가 조선이란 낯선 나라의 권력 다툼, 민초들의 투쟁과 같은 서사와 결합하고, 여기에 매혹적인 의상과 풍경, 독창적인 좀비들이 만들어낸 시각적 감동이 더해지면서, <킹덤>은 세계인이 열광하는 가장 신선하고 창의적인 좀비물이 되었다. 2022년 초에 공개된 좀비 시리즈물인 <지금 우리 학교는> 역시 15일 연속 글로벌 1위를 기록하며, K-좀비는 흥행한다는 공식을 또다시 입증했다.

4섹션 K-좀비를 말하다

K-좀비의 성공요인을 스토리, 공간, 좀비 디자인, 기술, 네가지 측면에서 소개하고 있다. K-좀비는 ‘좀비를 어떻게 물리치고 살아남을까’에 집중하기보다는, 내 가족, 내 이웃의 모습을 비추며 인간 본연의 정서를 자극한다. 다양한 인간군상들을 배치하여 탐욕, 사회부조리, 불평등, 학교폭력과 같은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점도 K-좀비의 주요한 특징이다.
K-좀비의 또 다른 특징은 공간을 잘 활용한다는 점이다. KTX 열차, 조선의 궁궐, 학교, 아파트 등 한국적이면서도 일상적인 공간이 서사의 핵심 요소로 작동하면서 모든 상황에 사실감과 긴박감을 더한다.
K-좀비들이 다른 기존의 좀비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이나믹하다는 점도 큰 특징이다. 발병 원인, 시간적, 공간적 배경, 신분 등에 따라 차별화되는 독창적인 좀비의 얼굴과 몸짓은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일등공신이다. 재능있는 안무가와 아티스트들과의 협업, 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 여기에 더해 시각효과 등 수준 높은 기술력은 사실감과 스릴감을 더하며 시각적 즐거움과 완성도를 높혔다.

5섹션 지금 우리 좀비는

좀비는 호러와 액션은 물론 로맨스, 코미디, 판타지, 사회 드라마, SF 등 어떤 장르로도 확장 가능하고, 어떤 시공간에 넣어도 어색하지 않은 단계에 이르렀다. 영화뿐 아니라 웹툰, 소설, 게임, 공연 등 다양한 매체에서 출몰하고 있고, 서로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좀비는 이제 전 세계 대중문화의 중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 사회의 공포와 불안은 다양한 모습으로 콘텐츠화된다. 현대 사회에 대한 두려움과 피로감이 계속되는 한,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좀비’는 변화무쌍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계속 나타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