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박물관

한국영화의 모든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는 보물창고

기증된 영화유산

기증/대여된 영화유산 목록
적용

날, 보러와요

  • 감독이철하
  • 각본발렌타인
  • 의상채경화
  • 출연강예원, 이상윤, 최진호 더보기
  • 제작사㈜오에이엘
  • 파일럿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화재사고를 추적하는 방송국PD 나남수(이상윤)가 화재사고의 유일한 생존자이자 살인사건 용의자로 지목된 강수아(강예원)를 만나 사건의 전말과 진실을 추적해가는 과정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
    - 출처 : KOFIC

날, 보러와요

이철하 감독 기증
<날, 보러와요>소품

닫기

닫기

닫기

"날, 보러와요"(㈜OAL)
이철하 감독 인터뷰

* 글에 영화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태상준
‘날, 보러와요’(2015)는 ‘폐가’(2010) 이후 5년만에 내놓은 극 영화 복귀작이다. 하지만 시쳇말로 ‘알려진’ 배우와 작업한 건 ‘사랑 따윈 필요 없어’(2006)(이하 ‘사랑’)를 연출한 후 처음 아닌가?(웃음)
이철하 감독 사진
이철하

딱 10년 됐다.(웃음) '날, 보러와요‘의 시작은 그리 인상적이진 않았다. 강예원이 여자 주연 배우로 캐스팅된 것을 시작으로 영화사 대표가 오랫동안 어렵게 준비했던 작품이었다. 감회가 새롭다. 독선이나 아집도 부리지 않고 열심히 했다. 이유가 타당하다고 판단되면 제작사의 요구를 받아들였고, 배우들과의 호흡도 최대한 맞췄다. 과거와는 다르게 접근해서 힘을 빼고 연출했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10년 전 영화와 다르게 접근하고 있어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태상준
타협 혹은 성숙, 어느 쪽인가?
이철하 감독 사진
이철하

타협까지는 아니고.(웃음) ‘사랑’ 때는 고집을 많이 부렸다. 연출 데뷔작이어서 더 그랬을 수도 있다. 칼도 많이 갈았지만 영화적인 판단에 대해 무리수를 너무 많이 뒀다. 영화사가 내게 건넨 편집 제안도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금 돌이켜 보면 최종 편집본을 영화사가 ‘오케이’한 게 신기할 정도다.(웃음) 2006년은 일주일에 한국 영화가 서너 편 씩 개봉되는 호황기였다. 영화사도 철저히 감독에게 의지하거나 혹은 감독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그런 시대였다. “저 친구가 저렇게 원하니 나중에 책임을 지겠지.”하는 그런 풍토였다. 과거에 비해 요즘 한국 영화는 많이 변했다. 시장이나 투자, 이야기가 다양성보다는 안정성과 상업성 쪽으로 향한다. ‘날, 보러와요’에서는 모두가 좋은 방향으로 가려고 노력했다. 타협이라고 말하기 보다는 협업의 개념으로 봐 달라.

태상준
원래는 다른 작품을 오랫동안 준비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철하 감독 사진
이철하

휴머니티가 있는 청소년 이야기, 그리고 동시에 멜로 영화 시나리오를 3년 정도 작업하고 있었다. 그런데 요즘 멜로 영화 흥행이 영 별로다. 공포와 미스터리가 섞인 멜로면 모를까, 정통 멜로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웃음) 그렇게 정체의 순간을 겪고 있는 데 ‘날, 보러와요’를 제작한 ㈜OAL 대표가 만화 원작의 웹 드라마 연출을 내게 제안해 왔다. 그게 ‘먹는 존재‘다. 이 작품을 하면서 제작자와 연출가로서 신뢰가 생긴 모양이다. ’날, 보러와요‘ 크랭크 인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내게 콜이 왔다. 처음에는 영화 제목도 ‘날, 보러와요’가 아닌 ‘올드 룸’이었다. 굉장히 미니멀한 세트 느낌의 여자 중심 여자 드라마 영화였다. 라이언 레이놀즈 주연의 ‘베리드 Buried'(2010) 느낌? 지속적으로 피해와 고통을 당하는 한 인간의 탐구를 통해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사회적 약자의 이야기를 하는 시나리오였다. 감독 제안을 받고 대표에게 일단 시간을 더 달라고 말했다. 일단 각색에 전념하며 연출 시나리오를 뽑고, 나머지는 로케이션 찾고 캐스팅과 리딩, 연출 연습하면 빠듯하게나마 촬영을 시작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거의 매일 각색 작가와 만나 시나리오 수정 작업을 했다. 내가 생각하는 그림과 이미지, 이야기, 소품 등 세부사항을 작가와 함께 정리하며 기존 골격이 있는 이야기에 이철하 식의 살을 붙였다. 처음 시나리오와는 정말 많이 달라졌다. 영화사 대표가 두려워 할 정도로.(웃음)

태상준
이상윤이 연기한 나남수 PD 캐릭터나 사회 고발 르포 느낌이 새로 들어온 것인가?
이철하 감독 사진
이철하

공포 영화 다큐멘터리를 찍는 캐릭터는 있었지만 극 안에서 크게 차지하고 있지는 않았다. 연출 제안을 승낙하고 이 캐릭터를 시사 프로그램 PD로 변화시키면서 롤을 키웠다. 유명인을 캐스팅하고 싶어서 이상윤을 캐스팅하게 된 거고. 크랭크 인 15일 전에 이상윤이 ‘기적적으로’ 캐스팅됐다.(웃음) 7월 5회차 촬영에 나남수 분량을 몰아서 다 찍었고, 그리고 9회차 정신 병원 찍고, 그리고 8월 20일까지 나머지 일반적인 샷들을 찍었다. 또 편집본 확인 후 거리 풍경이나 비캠 같은 (원래 예정돼 있던) 보충 촬영 외에 이야기를 더 만들어서 나남수 분량을 더 찍기로 결정했다. 방송국 인터뷰와 법정 장면 등은 10월에 추가로 찍었다.

태상준
완성된 영화를 보면 원래 시나리오보다 훨씬 커진 느낌이다.
이철하 감독 사진
이철하

‘날, 보러와요’의 출발점은 곤지암 산속에 있는 정신병원이 모토였다. 그곳 소유주가 세 명인데, 모두 다 미국에 있다고 하더라. 지금은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폐건물이 됐다. 촬영 허가를 낼 수 없으니 촬영도 불가능하다. 이와 유사한 세트를 지어서 촬영을 진행하자는 게 ‘날, 보러와요’의 처음 분위기였다. 그러나 10억 원 언더의 저예산 영화에서 오픈 세트를 지을 수는 없지 않나. 그리고 현재는 폐허가 됐지만 불과 1년 전에는 환자들로 가득하던 큰 병원이었다. 결국 두 종류의 세트가 필요하다는 말인데 100% 불가능했다. 이 모든 걸 컴퓨터 그래픽으로 소화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래서 복잡한 도심의 빌딩 한 층 어딘가에 환자를 수용하고 있는 정신병원을 떠올렸다. 마치 찰리 카우프먼의 ‘존 말코비치 되기 Being John Malkovich'(1999)처럼 엘리베이터가 멈추지도 않는, 그런 특이한 공간을 가자. 세트를 만들 이유도 없고, 여자 주인공으로 하여금 탈출을 한 번 하게 하면 영화적으로 확장된 느낌을 줄 수 있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거다. 드론 촬영도 그 때 결정됐다. 현재의 닫힌 공간들을 보여주고, 그 안에서 한 사람이 당하고 있지만 그 누구도 도와주려 하지 않는다. 멀리 있는 줄 알았지만, 결국 바로 옆에 사람이 있다는 설정을 보여주고 싶었다.

태상준
뒤로 가면서는 ‘프라이멀 피어 Primal Fear’(1996) 느낌도 많이 들던데.
이철하 감독 사진
이철하

이상윤이 책 보고 “어? 이거 ‘프라이멀 피어’네.” 그러더라. 그래서 제발 그런 생각은 버려달라고 했다.(웃음) 배우가 그 영화에 갇혀 있지 않기를 바랐다. 흡사한 점이 꽤 있기는 하지만 그것과는 다르게 접근하려고 했다.

태상준
개봉 전 많은 일반 시사회에서 관객들을 만났다. 현장에서 느끼는, 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반응은 어떤가?
이철하 감독 사진
이철하

연출자로서 이런 말 하긴 쑥스럽지만 휴대폰 문자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서 재미있다는 응원이 많이 답지하고 있다. 두 번 보니까 더 재밌다는 말도 많고. 아, 너무 정치적인 대답인가?(웃음) 이상윤 배우가 무대 인사 할 때마다 “저희 영화는 두 번 보면 더 재밌습니다.”라고 하더라고. 사실 단점이다. 처음 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다는 이야기니까. 처음 편집본에 비해 내레이션을 많이 추가하기는 했지만 지나치게 설명적일 것 같다는 불안감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더 넣었어야 했나 하는 생각도 든다.(웃음)

태상준
극 중 강수아(강예원 분)의 이야기와 나남수 PD의 이야기가 서로 잘 붙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법 있다.
이철하 감독 사진
이철하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내게 주어진 20회차 밥 그릇 안에 밥을 예쁘게 담아내야 하는데 머릿속에서 쥐가 났다. 열과 성을 다하지 않은 게 아니라 현장 상황이 녹녹하지 않았다. 테이크를 많이 가지도 못했고, 못 찍고 넘어간 커트들도 많았다. 나눠 찍을 수 있는 상황도 되지 못했고, 생각했던 것보다 오류도 제법 많이 발생했지만 보충 촬영도 못 했다. 드론도 한 번만 빌릴 수 있어서 아침에 양수리 가서 엔딩 장면 찍고, 점심에 여의도로 넘어와서 사람 많을 때 도심 장면 찍고 그랬다. 처음에 편집본만 봤을 때는 한숨이 절로 났다.(웃음) “어휴, 이걸 어떻게 극장에 붙이지? 어떻게 하지?” 막,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태상준
평단의 반응도 호불호가 갈린다. 환골탈태(換骨奪胎)했다며 호평하는 평론가도 있는 반면, ‘모욕당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혹평한 유명 영화블로거도 있다.
이철하 감독 사진
이철하

‘사랑’ 때는 폭탄을 맞았고 ‘폐가’ 때는 어리둥절했다.(웃음) ‘폐가’는 감독과 배우를 철저히 숨긴 ‘파운드 푸티지(found footage)’ 영화로 알려지길 원했는데, 갑자기 상업 영화가 되는 바람에 정말 당황했었다. 한 작품에 대해 호불호가 있는 게 온당한 비평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은 “이게 영화냐? 쓰레기지.”라는 반응이 전부였으니까.(웃음) 그 영화 블로거는 나와 계속 안 좋은 사이였는데 이번엔 예의를 지켜준 것 같아서 고마웠다. 스포일러도 없고 오히려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는 리뷰를 써줘서 영화에 힘이 된 것 같다. 사실 좋은 시나리오를 가지고 ‘쫀쫀‘하게 주거니 받거니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감독의 리듬감과 배우와 스태프들과의 호흡 등 모든 것이 잘 맞아야 비로소 좋은 영화가 나온다. 어느 하나만 좋아도 안 된다. 10년 전에 데뷔할 때는 이걸 왜 몰랐을까? 얼굴이 새빨개 질 정도로 창피하다.

태상준
이번에 기증한 소품 이야기를 해 달라. 강수아의 일기장은 극 중에서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 자체가 스포일러다.(웃음)
이철하 감독 사진
이철하

하하.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할까? 일기장은 초고 시나리오에 있던 소품이다. 폐허가 된 병원에서 일기장이 발견되면서 이 이야기의 진실을 찾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설정이었다. 완성된 영화에서는 나남수가 표적이다. 자기 욕심만 챙기는 나쁜 PD에게 일기장이 보내지면 그가 이 미끼를 물 거고, 강수아는 이를 통해 자신의 죄가 풀릴거라 확신한거다. 극 중 강수아가 힘 없는 서민층을 대표하는 캐릭터라면, 나남수는 일종의 기득권 층에 속해있는 사람으로 자신의 성공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이렇게 규정하니 둘 사이에 이야기가 연결됐다. 강자를 향한 약자의 복수가 통쾌하게 다가오도록 짰다. 그 키가 일기장이다.

태상준
제작비 때문에 포기했던 소품이나 미술 효과가 있나? 아, 상대적으로 병원 내부가 지나치게 낡아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웃음)
이철하 감독 사진
이철하

어느 정도 의도한 것이기는 하지만 과도하게 오래된 느낌은 있다. 다시 새것처럼 만들 수는 있지만, 그러려면 세트를 짓는 것과 같은 수준의 제작비가 든다. 주어진 제작비 수준에 맞는 파워를 최대치로 끌어난 거라 생각한다.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 100에 맞춰서 시나리오를 썼는데 80으로 깎여서 진행했다면 아쉬움이 남겠지만, 처음에 제시된 예산에 딱 맞췄기 때문에 모자란 것은 없다고 여긴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있다. 세트가 쾌적하지 않았다는 거.(웃음) 한 여름에 냉방기도 못 켜고, 습기 때문에 모기떼도 너무 많아 배우와 스태프들이 무척 힘들었다.

태상준
만약 두 배의 제작비가 주어졌다면 어땠을까?
이철하 감독 사진
이철하

이야기를 설명해 주는 그림들을 더 찍지 않았을까? 러닝 타임에 영향을 미치는 설명은 아니다. 강수아가 건물에서 밖으로 빠져나올 때 리얼함을 더 표현한다거나, 이 공간이 건물 몇 층에 실제로 존재하는 샷들을 추가하면 좋을 것 같다. 주로 공간에 대한 설명이다.

태상준
‘날, 보러와요’의 중국 리메이크가 결정됐다고 들었다. 혹시, 감독 제안은 있었나?
이철하 감독 사진
이철하

아직 구체적인 제안은 없었다. 그러나 만약 내게 그 역할이 주어진다면 하고 싶다. 안할 이유가 없지 않나. 리스키하기도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번에 아쉬웠던 점을 보강해서 더 역동적이고 영화적인 재미를 주는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다.

태상준
이현승 감독이 연출한 ‘시월애’(2000)에서 조감독을 맡았었다. 현재 활동하는 감독 중 도제(徒弟) 시스템을 경험한 몇 안 되는 감독인데, 현재 한국 영화 시스템을 과거와 비교한다면?
이철하 감독 사진
이철하

여건이 좋아진 건 있다. 영화 하는 사람들이 노동자로서 보호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이 그 중 하나다. 예전 도제 시스템에서는 열정이 조금 더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지금 영화하는 친구들이 열정이 없다는 건 아니지만, 과거에는 미래가 보였다. “이렇게 열심히 하면 언젠가 나도 감독이 될 수 있겠지?” 하는 희망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영화 뿐 아니라 사회의 모든 영역이 다 그렇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 현재 한국감독조합에 300~400명의 회원이 있다고 하는데, 실제 작품 활동하는 감독은 몇 명 되지 않는다.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해 다른 일로 돈을 벌어야 하는 힘든 세상이 됐다. 현재 한국 영화도 과거와 비교한다면 퇴보했다고 느낀다. 점점 안정적이고 보수적인 방향으로 흘러간다. 영화적인 꿈과 신념을 위해 모든 사람들이 마음을 함께 열어야 한다. 다양한 영화를 낼 수 있는 것은 감독 혼자 힘으로는 안 된다. 다 같이 노력해야 한다. 조금 더 고집을 부리고, 그 고집을 실현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태상준
준비하고 있는 다음 작품 이야기를 해 달라.
이철하 감독 사진
이철하

청소년 이야기를 하고 싶다. 철저히 상업성 지향의 현재 투자 제작 환경에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게 숙제다. ‘사랑’ 이후 계속 중학교, 고등학교 배경의 이야기를 만져 왔는데, 투자가 너무나 힘들다. 일단 캐스팅이 톱 클래스가 될 수 없으니까. 그래서 ‘날, 보러와요’의 흥행 성공 여부가 내게는 중요하다. 만약 이 영화가 잘 되면 이철하라는 사람을 믿을 거 아닌가. 기회가 올 거라 생각한다. 용기를 갖고 더 날카롭고 ‘뾰족’ 한 영화를 만들 수 있다. 물론 베이스는 상업 영화다.

태상준
마지막 질문이다. 영화 찍을 때가 행복한가? 아니면 커피 원두를 볶고, 굽는 빵이 완성될 때가 행복한가?(이철하 감독은 여의도에서 꽤 유명한 베이커리를 운영 중이다_편집자 주)
이철하 감독 사진
이철하

하하. 영화가 관객들에게 보이는 나만의 그림이라면, 가게에서 커피 원두를 볶거나 빵을 만드는 건 고객들과의 약속이다. 그렇지 않으면 ‘나쁜 놈‘이 된다. 영화감독으로서 창피한 이야기지만 가게는 돈이 필요해서 차리게 됐다. 후에 영화를 준비하면서 “내가 과연 영화를 다시 할 수 있을까?”하는 자괴감도 많이 들었다. 하니까 되더라. 가게 스태프들이 모두 여섯 명인데 그 분들의 지지가 없었다면 다시 영화를 찍지 못했을 거다. 손님들 중 대부분은 내가 영화감독이라는 사실을 안다. 혹시라도 내가 가게에 없으면 다 영화 찍고 있는 줄 안다.(웃음) 감사할 분들이 너무 많다.

TOP

이철하 감독이 선정한,
미술과 소품이 인상적인 영화 BEST 5
(순서는 영화 제작 년도를 기준으로 했다)

best1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 Star Wars‘(1977) 감독_조지 루카스 | 출연_마크 해밀, 해리슨 포드, 캐리 피셔 | 장르_공상과학, 모험, 액션

“누구나 좋아하는 영화죠. 어렸을 때 그 추억이 여전히 생생해요. ‘스타워즈’ 1편의 광선검(Lightsaber)을 꼽고 싶습니다. 어찌 보면 이 프랜차이즈의 상징과도 같은 소품이죠. 어린 마음에 제다이 광선검이 너무나 갖고 싶었어요. 지금은 쉽게 구할 수 있지만 그때는 전혀 그런 게 없었잖아요. 방에 걸려 있던 멀쩡한 형광등 깨서 손수 제작하느라 부모님에게 혼났던 기억이 납니다.(웃음)”

더보기

best2

'이티 The Extra-Terrestrial, E.T.‘(1982) 감독_스티븐 스필버그 | 출연_헨리 토머스, 드류 배리모어, 피터 코요테 | 장르_공상과학, 가족, 드라마

"제게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친 감독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스티븐 스필버그입니다. 최근에 ‘스파이 브릿지 Bridge of Spies’(2015)를 극장에서 보고 기립박수 쳤잖아요. 카메라 워킹이나 배우 블로킹 등 외형적인 완성도가 완벽하더라고요. ”아, 정말 콘티는 저렇게 짜야 하는데”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스필버그 영화 중에서 전 ‘이티’를 꼽고 싶습니다. 아마 광화문에 있던 국제극장에서 봤을 거예요. 자전거는 아니고 초콜렛요. 극 중 아이들과 이티를 연결하는 무척이나 중요한 소품입니다."

더보기

best3

'시네마 천국 Cinema Paradiso‘(1988) 감독_주세페 토르나토레 | 출연_자크 페렝, 브리지트 포시, 필립 누와레 | 장르_드라마, 멜로, 로맨스

"누구나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한 편으로 꼽는 불후의 명작이죠. 제가 가게도 하지만 영화과 강의도 하는데요.(웃음) 강의를 하면서 영화에 대한 제 생각과 지식을 강의를 통해서 공부할 수 있거든요. 강의할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는 게 요즘 친구들은 필름을 전혀 몰라요. 그저 선명한 화질만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죠. 색감이라는 것 자체도 모르고, 알려고 하지도 않아요. 그래서 ‘시네마 천국’ 속 필름 통은 너무나 소중한 제 마음 속의 소품입니다. 우리 세대만 알 수 있는 소품이 되어 버린 게 조금 씁쓸하게 다가오기는 합니다."

더보기

best4

'성스러운 피 Santa Sangre‘(1989) 감독_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 출연_엑셀 조도로프스키, 블랑카 게에라, 가이 스톡웰 | 장르_범죄, 판타지, 미스터리

"제 인생의 영화입니다. 수업 때마다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욕 진창 먹는 영화이기도 하죠. ‘날, 보러와요’의 일기장에 날개 그림이 나오잖아요. 바로 ‘성스러운 피’의 영향을 받은 겁니다. 표절은 아니고, 그냥 오마쥬라고 해주세요.(웃음)"

더보기

best5

'타이투스 Titus‘(1999) 감독_줄리 테이머 | 출연_안소니 홉킨즈, 제시카 랭, 앨런 커밍 | 장르_드라마, 전쟁

"저는 미술에 대해서는 줄리 테이머의 세계를 좋아해요. 원래 무대 감독이죠. 주로 판타지 영역에서의 비현실적인 이미지를 떠올릴 때, 이 감독의 작품들이 영향을 제게 크게 미쳤어요. 색감이나 재질, 의상 등 전반적인 미술 분야에서 말이죠. 사실은 ‘날, 보러와요’ 미술 감독에게도 줄리 테이머가 쓴 책을 보여줬어요. 대놓고 이런 식의 질감과 공간이 내 영화 속에서 표현되기를 원했던 거죠. 그렇게 ‘타이투스’의 푸른색과 거친 질감이 ‘날, 보러와요’에 나오게 된 겁니다."

더보기

By 태상준(영화저널리스트) | 사진_이준구(포토그래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