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상준
칸국제영화제 잘 다녀왔나? 아무래도 2012년에 단편 <순환선>으로 비평가주간 갔을 때와 비교한다면 영화제 측의 대접이 달라졌을 것 같다.(웃음)
신수원
그런 면이 있다. 극장부터 다르니까.(‘주목할 만한 시선’ 부분의 상영관은 드뷔시 극장(Salle Debussy)이다) 영화제 사무국에서 내 프로필 사진을 큰 사이즈로 보내달라고 했다. 드뷔시 극장 로비에 ‘주목할 만한 시선‘ 진출 감독들의 사진을 전시한다고. 칸 도착해서 상영관 들어가니까 바로 정면에 내 사진이 있었다. 기분이 좋으면서도 솔직히 부담스러웠다. 다음에는 ‘경쟁 부문’ 와서 뤼미에르 극장에 가면 좋겠구나 하는 생각도 살짝 들었고.(웃음)
태상준
칸은 공식 부문에 진출한 감독들에 대한 예우가 엄청나다. 칸에 진출한 젊은 감독들이 정신을 못 차리는 경우가 많더라고. 레드 카펫에 서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하더라.
신수원
목에 깁스하기 딱 좋다.(웃음) 나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묘한 희열감은 들었다. 사진 기자들을 위한 포토 콜에서는 노는 기분이었다. 드레스에 어울리는 몸이 아니어서 반바지 정장과 원피스를 준비했었는데, 공식 상영할 때는 사무국에서 ‘바지 말고 치마’를 입었으면 해서 어색하지만 원피스를 입었다.
태상준
칸에서 저널리스트들과 비평가들은 참 냉정하다. 영화 상영 도중에 야유를 하기도 하고, 중간에 일부러 구두 소리를 ‘뚜벅뚜벅’ 내면서 상영관을 빠져 나가기도 한다.
신수원
<마돈나>는 다행히 그렇지는 않았다. 중간에 나가는 사람들도 거의 없었고, 영화 끝나고 기립박수도 받았다. 엔드 크레딧 올라가는 도중에 몇몇이 나갈 때 불안감이 들기는 했다. “내가 뭐 잘못했나?”하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마돈나> 해외 마케팅을 하는 화인컷 서영주 대표가 내게 영화가 싫어서 나가는 게 아니라, 다음 일정 때문에 나가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해서 안심했다. 기립 박수를 받을 때도 그들의 눈을 쳐다보게 됐다. 진심으로 이 영화를 그들이 좋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기분이 정말 좋았다.
태상준
전통적으로 프랑스는 장르 영화에 대한 평가가 박하다. <마돈나>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어땠나?
신수원
<마돈나>는 <명왕성>과 비슷하게 장르적인 속성이 있는 영화다. ‘주목할 만한 시선’ 프로그래머가 이 영화를 아주 좋아했다. 새로우면서 강한 영화라고 하더라.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계속 진행되는데, 중심과 균형이 잘 잡힌 영화라는 평가를 받았다. <마돈나>는 유럽의 문화에 어울리는 그런 영화는 아니다. 리얼리티에 기반을 둔 유럽 영화들과는 달리, 이 영화는 극단적인 상황에 처한 주인공이 등장하고, 판타지 장면도 많으니까. 호불호가 분명하겠구나 하는 생각은 들었다. 영화 제목 때문인지 멕시코, 브라질, 아르헨티나, 프랑스, 벨기에 등 가톨릭 문화권에서 인터뷰 요청이 꽤 들어왔다. 종교적인 것을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읽어내기도 하더라. 재밌었다.
태상준
중심과 균형이 잘 잡혔다니. 스릴러 장르의 영화가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칭찬 아닌가?
신수원
<마돈나>는 엄밀히 말해 스릴러 장르의 영화가 아니다. 미스터리 구조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외신에서는 ‘네오 누아르’라고 표현하던 데,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웃음) 절대 누아르를 지향하지 않았다. 극 중 해림(서영희)이 미나(권소현)를 가해했던 사람들을 찾아가 복수하는 장면이 있었다. 차로 깔아 뭉개는 장면이었는데 편집에서 뺐다. 투자팀에서는 아쉬워 했지만 영화의 전반적인 톤앤매너와 어울리지 않았다. 억지로 만들 순 있었겠지만, 이 장면 하나 때문에 작품이 손상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태상준
현지 인터뷰에서 인상적이라고 느꼈던 질문이 있나?
신수원
<마돈나>라는 제목을 왜 썼냐는 질문이 많았다. 일단 영화에 팝가수 마돈나가 나오지 않으니까.(웃음) 권소현이나 서영희 등 배우들에 대한 질문도 많았다. 한국적인 상황들을 모르면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것들, 예를 들어 VIP 병동이나, 장기매매 등에 대해서도 많이 궁금해 했다. 사실 이번 칸 영화제에 진출한 한국 영화들이 공교롭게도 다 어두운 영화였다. <차이나타운>에도 장기 매매가 나오고, 오승욱 감독의 <무뢰한>이나 홍원찬 감독의 <오피스>도 어두운 느낌의 스릴러라고 하더라. 여러 인터뷰에서 이야기를 꼭 해주곤 했다. 한국에서 장기매매는 불법이고, 영화에서처럼 장기매매가 심하게 벌어지는 것은 아니라고.(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