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상준
꽤 ‘잘’ 나가는 콘티뉴이티(이하 ‘콘티’) 작가다.(웃음) 어떻게 영화 일을 하기 시작했나?
김태형
<대한민국 헌법 제 1조>(2003)의 연출부로 영화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처음에는 시나리오 각색과 콘티 작업만 하다가 연출부 활동도 병행했다. 사실 내 최종 목표는 감독이다. 원래는 조감독을 하다가 그 영화가 엎어지면 다른 영화 콘티 하나 해서 돈 벌고 그랬다. 철저히 ‘알바’ 개념이었다. 전업 콘티 작가로 활동하게 된 건 민규동 감독의 수필름에서 제작한 <김종욱 찾기>(2010) 때부터다. 그 전에는 시나리오 쓰다 시간이 날 때 마다 작업한 경우다. 그때 작업한 영화 중에서는 <잠복근무>(2005)와 <플라이 대디>(2006), <청담보살>(2009) 정도가 언급할만한 작품이다.
태상준
전업 작가를 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경제적인 면이 크게 작용했나?
김태형
그런 점도 있다. 콘티는 단지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연출 그 자체다. 감독과 촬영 현장에서 시나리오를 어떻게 구현할지 계획을 세우는 연출 회의다. 감독을 지망하는 내게는 유리한 자산이다. 여러 감독들과 만나서 비슷한 이야기를 어떻게 다르게 풀어가는 지에 대한 수업을 받는 거니까. 회의에서의 내 아이디어가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됐는지, 배우가 이를 어떻게 채웠는지도 확인할 수 있고. 평범했던 콘티가 현장에서의 변수와 배우의 능력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장면으로 탈바꿈했을 때를 확인할 때는 짜릿하다.
태상준
전업 작가를 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경제적인 면이 크게 작용했나?
김태형
그런 점도 있다. 콘티는 단지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연출 그 자체다. 감독과 촬영 현장에서 시나리오를 어떻게 구현할지 계획을 세우는 연출 회의다. 감독을 지망하는 내게는 유리한 자산이다. 여러 감독들과 만나서 비슷한 이야기를 어떻게 다르게 풀어가는 지에 대한 수업을 받는 거니까. 회의에서의 내 아이디어가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됐는지, 배우가 이를 어떻게 채웠는지도 확인할 수 있고. 평범했던 콘티가 현장에서의 변수와 배우의 능력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장면으로 탈바꿈했을 때를 확인할 때는 짜릿하다.
태상준
이야기를 들어보니 감독이 콘티를 그릴 때가 가장 이상적인 경우일 것 같다.
김태형
김지운이나 박찬욱, 봉준호 감독이 그렇다. 회의 때 김지운 감독은 그림을 그리고, 옆에서 콘티 작가는 사진을 계속 찍는다고 하더라.(웃음) 그런데 김지운 감독은 촬영 현장에서 기존 콘티와는 완전히 다른 콘티를 또 만들어 낸다. 콘티는 자기 생각을 한번 총정리하는 거다. 일단 정리를 해야 가이드라인이 만들어 지니까. 그 위에 여러 가지가 더 얹어질 수 있다.
감독에는 두 부류가 있다. 박찬욱이나 봉준호처럼 콘티대로 가는 감독과, ‘러프’한 콘티로 현장에서 유동성 있게 운용하는 감독이 있다. 전자가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나만 따라 와!” 식의 천재 감독이라면, 후자는 현장 스태프들과 어우러져서 만들어 가는 경우다. 콘티 작가의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후자의 경우가 보람이 있다. 콘티대로 찍힌 영화보다는 그 콘티가 촬영 현장에서 어떻게 변화하는지, 무엇이 더 덧붙여지는지가 중요하다고 판단한다. 튼튼한 가이드라인이 정립돼 있다면 어떠한 변수라도 다 수용될 수 있다.
태상준
요즘에는 투자, 배급이 확정되기 위해서는 시나리오에 더해 풀 콘티가 요구된다고 들었다.
김태형
프리 프로덕션을 알차게 쓰라는 말이다. 긴장하라는 거지. 현장에서 대충 ‘비빌’ 생각하지 말고, 조금 더 고민하라는 것이다. 검증이 안 된 신인 감독들의 경우가 그렇다. 영화가 산업이다 보니 글로 된 시나리오만으로는 돈이 회수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을 때가 많다. 그들 입장에서도 판단 근거가 있어야 하니까 풀 콘티를 요구하는 거다.
태상준
그러나 모든 감독이 기제출한 콘티와 똑같이 영화를 촬영하는 것은 아니다. 몇 년 전 어떤 감독은 이런 이슈로 감독직에서 해임되기도 했다.
김태형
민감한 부분이다. 제작자와 감독의 입장이 서로 너무 달랐다. 어느 쪽이 잘했다, 잘 못했다는 판단할 수 없다. 제작자 입장에서는 영화가 상품이고, 그 상품을 시장에 내놨을 때 최대한 많이 팔리기를 기대한다. 콘티로 유추했고 생각했던 그림이 있었을 텐데, 촬영 현장에서는 전혀 그 그림대로 가고 있지 않았으니 당황했을 것 같다. 설계도를 넣었을 때는 KS 마크를 받았는데, 정작 공장에서는 전혀 다른 걸 만들고 있었던 거다.
태상준
국내에서 활동하는 전업 콘티 작가는 몇 명이나 되는가? 일반 관객들에겐 무척 낯선 직업이다.
김태형
한국에서 활동하는 콘티 작가는 1000명도 안 될거다. 주로 메이저에서 활동하는 콘티 작가들 중에서는 강숙 작가(<허삼관>(2014), <오늘의 연애>(2014))와 임선애 작가(<해무>(2014), <수상한 그녀>(2014)), 장강희 작가(<국제시장>(2014), <동창생>(2013)) 등이 유명하다. 또 차주한 작가를 축으로 활동하는 콘티 브라더스(<건축학개론>(2012))는 ‘팀’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회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