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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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증된 영화유산

기술자들

  • 감독 김홍선
  • 각본 김양중
  • 소품 전재욱, 오유진
  • 의상 곽정애(위니아트)
  • 출연 김우빈, 김영철, 고창석
  • 제작사 (주)트리니티 엔터테인먼트
뛰어난 두뇌의 금고털이이자 작전의 설계는 물론 모든 위조에 능한 멀티플레이어 지혁, 절친한 형이자 인력 조달 전문 바람잡이 구인과 함께 어떤 보안 시스템도 순식간에 뚫어버리는 업계 최연소 해커 종배와 손잡고 기막힌 솜씨로 철통 보안을 자랑하는 보석상을 털며 순식간에 업계에 이름을 날린다. 이들을 눈 여겨 본 재계의 검은 손 조사장은 자신이 벌일 큰 판에 지혁 일당을 끌어들인다. 조사장이 설계한 작전은 동북아 최고의 보안 시스템을 자랑하는 인천 세관에 숨겨진 고위층의 검은 돈 1,500억. 주어진 시간은 단 40분.

기부된 <기술자들> 소품

영화 속 소품 보기

기증자에게 듣는다 <기술자들> 육경삼 프로듀서(트리니티 엔터테인먼트) 인터뷰
태상준
그 동안 참여한 작품들이 어떤 것들이 있는가?
육경삼
2002년 홍종오 감독의 <유아독존>에서 제작부 막내로 처음 영화 ‘판’에 들어왔다. 그 후 <나두야 간다>(정연원, 2004)와 <역도산>(송해성, 2004)에서 제작부를 거치고 최진원 감독의 <미스터 소크라테스>(2005)에서 제작부장이 됐고, <울학교 이티>(박광춘, 2008)로는 제작실장을 달았다. 필모그래피 중 박진표 감독의 <그놈 목소리>(2007)나 이연우 감독의 <거북이 달린다>(2009)는 잠깐 제작 지원을 나간 경우다. 프로듀서 입봉작인 <기술자들>(2014)의 시나리오를 준비하느라 4~5년 정도 시간을 보낸 것 같다.
태상준
사실 지난해 말 <기술자들> 개봉 당시 김홍선 감독이 순수 오락 영화와는 맞지 않는 선택이 아니냐는 말들이 많았다. 그의 전작인 <공모자들>(2012)가 워낙 잔혹한 스릴러 장르의 영화여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육경삼
<기술자들>을 롯데 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제작하기로 결정한 게 3년 전이다. 처음에 여러 감독들을 후보로 올렸지만 잘 안됐다. 그러다 김홍선 감독이 <공모자들>로 청룡영화상에서 신인 감독상을 받는 것을 보고 그를 감독 후보로 떠올렸다. 감독을 달랑 영화 한 편으로 정체성을 판단하는 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관객들이 <기술자들>을 어떻게 판단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장르에 관계없이 잘 찍어내는 감독이라고 여겼다. 프로듀서 입장에선 결과물도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나왔다. 물론 처음에 감독은 좀 더 세게 찍기를 원했지만 김우빈과 이현우가 캐스팅된 후 영화의 전반적인 방향이 15세 이상 관람가 영화로 가닥이 잡혔다. 그런 이유로 감독과 상의 하에 후반 작업 과정에서 걷어낸 장면들이 조금 있기는 했다.
태상준
김홍선 감독이 연출자로 결정되면서 처음 기획과 달라진 부분이 있는가?
육경삼
꼭 그렇지는 않다. 처음 기획부터 가벼운 ‘팝콘 무비’를 지향했다. 러닝타임 두 시간 동안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상업 영화를 만드는 게 목표였다. 영화가 의미를 갖는다거나 사회적 메시지를 갖는 것은 다음 영화에서 하면 된다.(웃음)
태상준
<기술자들>은 전형적인 케이퍼 무비다. 아무래도 2012년에 개봉된 <도둑들>과의 비교가 불가피하다.
육경삼
<도둑들>의 영향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영화를 놓고 <기술자들>의 시나리오를 개발한 것은 아니다. 최동훈 감독의 <범죄의 재구성>(2004)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그와는 다른 이야기가 필요했다. 기존의 한국 영화들과는 달리 버터 냄새 나는 할리우드 영화처럼 완성하려고 했다. 나름대로 <기술자들>이 차별점은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술자들> 시나리오에는 욕이 단 한 마디도 나오지 않는다. 또 남자들만 나오는 범죄 장르의 영화지만 그들이 가죽점퍼 입고 싸우는 클리셰를 넣고 싶지는 않았다. 양아치나 건달 등 뒷골목 세계의 도둑들이 아닌, 세련되고 깔끔한 도둑들을 그리려 했다.
태상준
프로듀서는 영화 현장을 100% 컨트롤해야 하지 않나. <기술자들>의 경우는 어땠나?
육경삼
무슨 이야기를 듣고 온 건가?(웃음) 영화 촬영 중 단역 배우가 부상당하는 사고가 있긴 했지만, 큰 사고 없이 무사히 진행돼 다행이었다. 처음 예상보다 10회가 늘어난 80회 차로 마무리됐다. 김홍선 감독은 워낙 열정적인 사람이다. 같은 장면을 여러 앵글로 많이 찍는 걸 좋아한다. 여러 앵글로 찍던지, 한 테이크를 롱 테이크로 여러 번 찍던지, 장면들을 많이 끊어서 가던지, 그것들은 철저히 감독이 결정할 영역이다. 그런 영역에 프로듀서나 투자사가 참견을 해서는 절대 안 된다. 그건 월권이다.
태상준
그 동안 제작부에서 일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있을 것 같다.
육경삼
처음이 가장 힘들었다. 영화 촬영은 제작부 막내나 프로듀서나 힘든 건 똑같다. 아무래도 처음 접한 직책으로 시행착오를 겪는 게 고단했다. 직책이 올라가면 갈수록 스태프들과 더 많은 대화를 해야 한다. 내게 바라는 것들도 하나둘 늘어나고. 상호 조율하는 게 만만한 일이 아닌 것 같다. 사실 영화 현장은 언제나 지옥이다.(웃음) 제작 파트나 연출 파트는 촬영 현장 전체가 원활하게 돌아가게 만들어야 하는데, 진행이 언제나 원활한 현장은 없다. 스태프들 입장에선 세트가 좀 더 편하긴 하다. 현지 촬영은 변수가 너무 많으니까. 그렇지만 항상 세트가 좋은 건 아니다. 세트 제작비용이 발생하고 생활감이 없는 새 소품이 등장해서 리얼리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시간에 ?기지 않고 원하는 앵글과 빛을 써서 애초 의도하던 그림을 만들어 내기가 편하다는 장점은 물론 있다. 현지 촬영은 아무래도 그림을 만들어 내는 데 한계가 있다. 특정한 장소를 대여해서 촬영하기로 했는데 서로 의견이 안 맞아서 펑크가 나기도 하고. 사실, 그게 힘들긴 하지만 영화 촬영의 재미이기도 하다.(웃음)
태상준
그럼 지금까지 가장 뿌듯했던 적은 있나?(웃음)
육경삼
그건 다음 영화에서 만드는 걸로 하겠다.(웃음) 아직은 그렇게까지 기억에 남는 순간이 없다. 기억에 남길 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태상준
<기술자들>은 처음 기획에서 완성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펀딩 문제였나?
육경삼
그도 그렇지만, 처음 기획한 영화라서 더 시간이 걸렸다. 완고가 나오고 영화가 크랭크 인 될 때까지 2년 넘게 보내야만 했으니까. 각오한 부분이기는 했지만 많이 지치더라. 몇고 까지 나왔는지 기억도 안 난다. 10고가 넘어간 건 확실하다. 하하.
태상준
<기술자들>은 지혁(김우빈)과 종배(이현우), 구인(고창석) 이렇게 세 명 캐릭터 대비가 인상적이다.
육경삼
시나리오 상에서 중심축에 해당되는 지혁이 영화를 이끌고, 어린 지혁 느낌의 종배가 그를 따르는 느낌을 주려 했다. 망아지 같은 두 캐릭터를 보듬고 제어하는 역할을 하는 캐릭터가 구인이다. 세 캐릭터가 조화를 이루면서 한 팀으로서 시너지 효과를 냈다고 생각한다. 실제 배우들의 사이도 좋았다. 김우빈과 이현우는 워낙 예의 바른 배우들이고, 고창석 선배도 현장 분위기를 편하게 이끌어 갔다.
태상준
충무로 상업 영화에서 제작부로 10년 넘게 일했다. 소품 관리는 어떻게 되는가?
육경삼
시나리오에 처음부터 명시된 소품들이 있고, 촬영 중 감독이 제안해 미술 감독이나 소품 팀장이 구해오는 경우도 있다. 만약 영화 속에서 주인공이 전화하는 장면이 있다고 하자. 만약 감독이 갑자기 일반 전화기 대신 블루투스를 원한다면 미술 감독과 소품 팀장이 그 캐릭터에 맞는 소품을 여러 개 구해 오는 거다. 그 중에서 감독이 최종 선택하는 식이다. 소품 관리는 미술팀과 소품 팀의 몫이고, 연출부와 제작부는 비용적인 면이나 영화 제작 과정에서 관리에 참여한다. 크랭크 업 이후에는 빌려온 소품들은 반납하고, 구입한 것들 중 덩치가 큰 것은 대개 양수리 남양주종합촬영소 소품 창고로 보낸다. 그 나머지를 소품 팀이 관리하는 것이 보통이다. 의상 중에서는 극 중 조 사장(김영철)이 입었던 슈트는 전부 제작했고, 모든 촬영을 마친 후 김영철 선배에게 모두 증정됐다. 배우 체형에 딱 맞게 제작한 슈트이기도 했고, 김영철 선배가 영화에 큰 애정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태상준
좋은 프로듀서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덕목은 무엇일까?
육경삼
그걸 내가 알고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하. 내가 되고 싶은 프로듀서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분명하게 갖고 있는 프로듀서다. 한국에서는 감독 중심의 영화만 존재한다. 기획 영화에 대한 평가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할리우드를 보자. 제리 브룩하이머나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한 영화는 특정한 정체성을 갖고 있다. 솔직히 한국에는 그런 영화들이 없다. 앞으로 ‘육경삼이 만드는 영화는 기본적으로 재미는 보장된 영화’라는 말을 들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장착된 프로듀서가 되어야 한다. 예전처럼 감독이 하는 대로 그저 따라만 가는 프로듀서가 되고 싶지는 않다. 과거 한국 영화는 백이면 백 감독 위주로 돌아갔다. 영화 제작비 수준이 올라가면서 투자자나 제작자가 기획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감독 위주의 한국 영화계에 할리우드 식 기획 영화가 섞이는 과도기적인 상황인 것 같다. 물론 감독은 이런 상황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사실 나만 해도 예전에는 감독에게 돈 이야기를 해본 적 없다. 감독에게는 그게 엄청난 실례라고 생각했다. 감독의 요구를 어떻게든 만들어 내거나 혹은 다른 방법으로 설득을 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감독에게 돈 이야기를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한다. 감독이 원하는 그림을 돈 때문에 찍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영화 안에서 감독이 선장은 맞지만, 혼자서는 절대 운전할 수 없다. 투자사가 선주라면, 프로듀서는 선장이 말한 방향으로 갈 수 있게 안내하는 조타수다. 100명 가까운 스태프들이 함께 도와서 일하는 거고, 그 사람들을 믿고 돈을 대는 투자자와의 합의를 통해 완성물을 잘 만들어 내는 것이 좋은 감독의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태상준
점점 감독의 입지가 줄어드는 것이 최근 한국 영화계의 현실이기는 하다. 연출 데뷔작을 흥행 성공시켰는데도 그 다음 신작을 내는 데 3~4년이나 걸리는 것이 보통이다.
육경삼
그건 감독의 선택이다. 감독이라는 직업은 기본적으로 크리에이터다. 자신이 만들고 싶은 걸 찾는 과정에 시간이 그만큼 소요되는 거다. 어떻게 보면 한국 영화계에서 감독이 제일 힘든 직업인지도 모르겠다. 한 번의 실패가 절대 용납이 되지 않는다. 실패 낙인이 찍힌 감독에게 두 번째 기회는 절대로 주어지지 않는다. 사실 감독도 많지 않다. 시나리오를 기획, 개발해서 이와 어울리는 (투자사가 동의할만한) 감독을 찾아보면 또 없다. 역설적인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감독의 풀이 절대 넓지 않다. 그 동안 감독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의존해서 영화를 찍어 왔기 때문에 검증이 되지 않은 감독들에게 기회를 주는데 인색한 것 같다. 제작비 수준도 높고, 점점 위험도 커지니까. 기획이 잘 된 상업 영화를 신인 감독들에게 제의할 수 있는 상황이 되는 게 ‘해피’하다.
태상준
프로듀서 외에 감독을 하고 싶다는 꿈도 있나?
육경삼
감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아주 어렸을 때 막연하게 했었다. 지금도 꿈을 놓지는 않았지만, 구체적으로 갈등하고 고민하는 그런 수준은 아니다. 프로듀서와 제작자 역할을 잘 하고 그게 잘 마무리돼서 한 단계 더 성장하면 아주 나중에 해볼까 하는 생각은 있다. 과연 그런 순간이 오기나 하려나.(웃음)
태상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르의 영화가 있는가?
육경삼
센 거와 싼 거 다 싫어한다. 싼 거 이야기 먼저 할까?(웃음) 예전에 코미디 시나리오를 개발해 본 적 있는 게 그게 가장 큰 딜레마더라. 어디까지 가야 적정한 거고, 어디까지 가면 싸구려 소리를 듣는지 판단이 참 힘들었다. 그 판단이라는 것이 매 사람 다르다. 똑같은 결과물을 놓고 어떤 사람은 적당하다고 말하는데, 또 다른 사람은 너무 나갔다고 한다. 나는 기본적으로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도대체 저 영화는 왜 만들었을까?”라는 말이 안 나오는 영화를 만드는 게 목표이자 바람이다. 센 영화 이야기를 하자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작품적으로 좋은 영화이기는 한데 보기 꺼려지는 영화가 있다. <도가니>(2011)가 내게는 그랬다. 공지영 원작도 좋아했고 황동혁 감독이 연출한 영화 버전도 웰 메이드였지만, 영화 보는 내내 고문 받는 느낌이었다. 비슷한 관점에서 라스 폰 트리에도 그렇고, 김기덕 감독의 영화들도 내게는 너무 힘들게 느껴진다. 나는 그런 영화는 절대 못 만들 것 같다. 불편하고 힘든 장면이 없는 그런 영화가 편하다.
태상준
앞으로 함께 작업하고 싶은 감독이 있다면?
육경삼
<영화는 영화다>(2008) <고지전>(2011)의 장훈 감독. 친분은 전혀 없다. 영화 개봉 전 우연히 장훈 감독의 시나리오를 봤는데, 나중에 언론배급 시사회에서 보니 내가 그렸던 그림과 정확히 일치하는 그림을 구현했더라고. 시나리오에서 읽었던 그대로 영화에 나온다는 점에서 아주 좋은 감독이라 생각했다. 또 한명은 <작전>(2009)의 이호재 감독이다. <작전>을 무척 흥미진진하게 봤다. 지금 이성민 선배랑 공상과학영화(<로봇, 소리>) 찍고 있던데 잘 됐으면 좋겠다.
태상준
한국영상자료원의 영화 유산 수집 캠페인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육경삼
아주 바람직한 일이다. 제작부 생활을 오래 하면서 가장 불만스럽게 느꼈던 것이 있다. 지난해에 봤던 좋은 장소가 그 다음해 가면 사라져 있다. 한국에서는 무조건 ‘새 것‘을 최고로 친다. 서울 시내를 다니다 보면, 불과 1년 전과 동일한 길을 찾을 수가 없다. 이런 점에서 전통을 만든다거나 유지하려는 움직임은 그 자체만으로 의미가 깊다고 생각한다. 내가 프로 야구를 좋아한다. 그런데 한국 프로야구에 비해 미국 메이저리그를 부러워하는 이유 중 하나는 아버지와 아들이 동시에 같은 팀을 응원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그렇지 않다. 세대가 완전히 단절돼 있다. 모든 것들이 바뀌어 버리니까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 꺼리가 없는 거다. 현지 촬영도 그렇다. 옛날 것들이 급속히 사라지다 보니 현지 촬영이 편중될 수밖에 없다. 다른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영화 촬영하면서 많이 서운했던 것이 있다. 한국 영화는 도로를 막고 촬영하기가 무척 힘든데, 할리우드 영화는 경찰이 알아서 막아주더라고. 우리는 경찰에게 신고 당하는데 말이다.(웃음) 이런 게 역차별이 아닐까 생각된다. 똑같은 장소인데 할리우드 영화는 되고 한국 영화는 안 되고.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정확한 규칙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태상준
어떻게 하면 이번 캠페인이 더욱 효과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까?
육경삼
사실 이 캠페인에 대해서 이번에 처음 알았다.(웃음) 영화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이 홍보가 되어야 할 것 같다. 좋은 취지의 캠페인이라 설명만 잘 된다면 더 협조가 잘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태상준
프로듀서를 지망하는 젊은 친구들에게 어떤 충고를 던지고 싶은가?
육경삼
일단은 ”하지마”가 정답이다.(웃음) 내가 프로듀서를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을 꼽는다면, 아무래도 경제적인 요인이 가장 크다. 물론 작품을 하면 돈을 벌 수 있지만, 직장인들처럼 매달 월급을 받는 것이 아니니까 장기적으로 인생을 설계할 수 없다는 치명적 약점이 존재한다. 그러나 과거와 비교해 보면 영화 스태프들에 대한 처우가 좋아진 것은 사실이다. 내가 첫 영화할 때는 100~300만 원 정도 받고 보통 6개월 혹은 1년 동안 일하기도 했었으니까. 이런 고난을 다 이겨내고 프로듀서를 꼭 하고 싶다면 이것 하나는 지켰으면 좋겠다. 영화에서 감독은 하나만 보면 된다. 그 영화를 감독이 의도한대로 관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지 여부다. 그러나 프로듀서는 하나를 더 봐야 한다. 감독의 생각뿐 아니라 그 영화를 볼 관객들의 생각까지 읽어내야만 한다. 만약 감독만을 위해 혹은 관객만을 위해 영화를 만든다면 센 영화 혹은 싼 영화가 나오는 거다.(웃음) 그 두 가지 생각을 잘 섞어야 하는 것이 프로듀서의 역할이다.
태상준
마지막 질문이다. 준비하고 있는 다음 작품은 어떤 것들인가?
육경삼
지금 시나리오를 여러 개 펼쳐 놓고 있다. 하나는 15세, 다른 하나는 19금이 될 것 같다. 너무 세지도 너무 싸지도 않은, 중간 영화라고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건 모르는 일이고.(웃음) ‘기술자들’이 살짝 가벼운 영화였으니까 다음엔 약간 주제 의식이 있는 영화를 내놓고 싶다.

내가 생각하는 영화 속 최고의 소품
1
접속 The Contact(1997)
감독_장윤현
주연_한석규, 전도연, 추상미
장르_로맨스, 드라마
“영화에 나오는 벨벳 언더그라운드(Velvet Underground)의 LP요. 영화가 제작되던 당시에도 생활 속에서 없어진 물건이었잖아요. 영화 속 내용에 어울리게 효율적으로 사용된 소품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옛날 물건 들이 좋아요. 단지 ‘향수’로서가 아니라 대표적인 옛날 물건인 LP가 영화 속 내러티브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는데 그게 아주 효과적이었죠.”
2
공동경비구역 JSA Joint Security Area(2000)
감독_박찬욱
주연_이영애, 이병헌, 송강호
장르_드라마, 전쟁. 미스터리
“초코파이. 무척이나 사소한 물품이지만 저는 초코파이가 극 중에서 갖는 의미가 참 좋아요. 남한 군인들과 북한 군인들 모두가 좋아하고, 그 사람들을 끈끈하게 이어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잖아요. 사소한 것이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게 좋은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아, 저는 군대 제대한 이후에는 초코파이 안 먹습니다.(웃음)”
3
마더 Mother(2009)
감독_봉준호
주연_김혜자, 원빈, 진구
장르_범죄, 미스터리, 드라마
“<마더>에서 엄마(김혜자)가 갖고 있던 침통. 영화 마지막에 엄마가 창고에 불을 내고 난 후 아들인 도준(원빈)이 발견해서 그에게 전달하죠. 저는 캐릭터를 잘 설명해주는 소품이 좋은데요. 극 중에서 엄마는 침을 시술해서는 절대 안 되는 ‘야매’ 침술사거든요. 아들을 위하기도 하지만 그 목적을 위해 나쁜 일도 마다않는 캐릭터의 특징을 상징하는 소품입니다.”
4
007 스카이폴 Skyfall(2012)
감독_샘 멘데즈
주연_다니엘 크레이그, 하비에르 바르뎀, 주디 덴치
장르_액션, 드라마, 스릴러
“제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가 <007>입니다. 처음 <기술자들>을 기획하면서 롤 모델로 삼은 영화도 <007>이고요. ‘제임스 본드가 영국이 아닌 한국에서 태어나서 첩보원 말고 도둑이 됐다면 어땠을까?’에서 출발한 영화가 바로 <기술자들>입니다. 제임스 본드의 특징 중 하나가 슈트죠. 가족도 없는 천애고아(天涯孤兒)로 정보기관에 책출된 그를 영국신사로 보이게 하는 게 슈트에요. <스카이폴>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가 오프닝 시퀀스에서 그가 포클레인으로 기차를 찍어서 기차 위로 점프하는 장면인데요. 기차 위에 오르자마자 그가 제일 먼저 하는 행동이 옷매무새를 다듬는 거죠. <스카이폴>에서는 다음 영화 힌트를 얻기도 했습니다. 제임스 본드가 마카오의 도박장에 들어가기 전 배 위에 서 있을 때, 또 스코틀랜드 시골 별장에 들어갈 때의 풀 샷 그리고 옥상에서의 엔딩, 이렇게 세 장면에서 그의 뒷모습이 나와요. 완벽하고 멋진 슈트 차림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슬프고 외로운 느낌을 주더라고요.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5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Kingsman: The Secret Service(2015)
감독_매튜 본
주연_콜린 퍼스, 태론 에거튼, 사무엘 L. 잭슨
장르_액션, 코미디, 스릴러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에서 해리(콜린 퍼스)의 우산은 정말 완벽한 소품이라고 생각해요. 어렸을 때 제가 읽던 만화의 느낌이 스크린에서 잘 구현된 것 같습니다. 극 중에서 재미있기도 하면서 중요한 소품이기도 하죠.“
By 태상준(영화저널리스트) | 사진_이준구(포토그래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