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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증된 영화유산

챔피언

  • 감독 김용완
  • 각본 김용완
  • 프로듀서 한동환
  • 촬영 유지선
  • 미술 이하나
  • 의상 남지수
  • 음악 남대원
  • 편집 김창주, 이호승
  • 출연 마동석, 권율, 한예리, 최승훈, 옥예린 등
  • 제작사 코코너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크(마동석)는 한때 팔씨름 세계 챔피언을 꿈꿨지만 지금은 클럽에서 가드로 일하며 살아간다. 머리보다 말이 앞서는 삼류 에이전트 진기(권율)는 힘 밖에 쓸 줄 모르는 마크를 이용해 한몫 챙기고 싶어한다. 그래서 한국에서 열리는 팔씨름 대회에 함께 도전하자고 마크를 설득하고 진기에게 넘어간 마크는 8살 때 미국에 입양되며 떠났던 한국에 30여년 만에 돌아가기로 한다. 한국에서 마크는 진기가 알려준 친엄마의 집주소를 찾아가고 그 곳에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여동생 수진(한예리)을 만난다.

코코너 기증 <챔피언> 의상ㆍ소품

김용완 감독 인터뷰
영화 <챔피언>은 팔씨름이라는 스포츠를 몸에 걸친 가족영화이자 성장담이다. 입양아인 까닭에 한국과 미국 두 국가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마크, 마크를 이용해 딴생각을 하는 자칭 에이전트 진기, 혼자서 아이 둘을 키우고 살아가는 수진 등 사회적으로 소외 받은 세 사람이 서로 부딪히면서 연대하는 모습이 꽤 뭉클하다. 이 영화가 장편 상업영화 데뷔작인 김용완 감독은 단편 <이 별에 필요한>(2013), <리턴매치>(2013), <연애세포>(2014), 웹드라마 <우리 헤어졌어요>(2015) 등을 만들었다. 영화가 극장에서 내린 뒤,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만난 그는 자신의 영화 <챔피언>을 쏙 빼닮아 순수했다.
김성훈
<챔피언>을 떠나보낼 때가 된 것 같은데.
김용완
아이를 낳은 지 얼마 안 된 까닭에 이 영화 또한 진짜 자식 같더라. 극장에 몰래 가서 관객 반응도 봤던 시간들이 소중하고, 마지막 상영이 끝날 때쯤 되니 허탈하기도, 섭섭하기도 하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지 못한 관객들은 IPTV를 통해 더 많이 봐주었으면 좋겠다.
김성훈
어떻게 구상하게 된 이야기인가.
김용완
마동석씨를 만나기 전, 지인들과 ‘마동석이 팔씨름을 하면 정말 재미있겠다’라는 얘기를 나누었다. 그 호기심에서 출발했다. 마동석씨를 만나 팔씨름에 대한 애정과 경험담을 들으면서 팔씨름이 손을 맞잡는다는 의미를 알게 됐고 그 의미가 관객에게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마동석씨와 함께 주인공 마크의 이야기를 구상하게 되었고 기획 영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많이 공부가 됐다. <챔피언>을 순수하고 재미있는 영화로 만들고 싶었고 손을 맞잡는 사람들의 휴머니티를 그려내 보고 싶었다.
김성훈
마동석이 팔씨름을 한다는 설정은 이미지가 분명해서 접근하기가 수월했을 것 같다.
김용완
그러다 보니 누구나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인 까닭에 아이디어를 함께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었다.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에서 자문해준 팔씨름 선수들은 팔씨름이 대중들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꿈이 있다. 그들을 포함해 마동석 등 여러 사람들이 가진 꿈을 이야기에 녹여 넣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무거웠다.
김성훈
팔씨름을 소재로 한 영화라는 점에서 실베스터 스탤론이 팔씨름 세계선수권대회에 도전하는 할리우드 영화 <오버 더 톱>(메나헴 골란, 1987)도 있지만 그보다는 <록키>(존 G. 아빌드센, 1977)가 즉각적으로 떠올랐다.
김용완
<록키>는 스포츠 영화라는 장르를 준비할 때 거의 모든 창작자들에게 교본 같은 영화다. <록키>는 외로운 인물이 역경을 이겨내는 진정성을 담는 이야기인 까닭에 마크를 구축하는데 중요한 참고가 됐던 것 같다. 시나리오를 쓰기 전, 마동석씨를 취재해보니 미국 시절 겪었던 외로움이나 자신을 증명해 보이고 싶은 열정, 이방인으로서 당한 무시와 차별을 실력으로 만회하겠다는 강한 의지들이 <록키>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김성훈
<록키> 말고 또 참고했던 영화들이 있나.
김용완
촬영감독, 조명감독과 함께 많이 공유했던 영화는 <리얼 스틸>(숀 레비, 2011)에서 격투하는 장면이다. 진기를 연기한 권율과 드라마적으로 많이 논의했던 영화는 <제리 맥과이어>(카메론 크로우, 1997)고 수진을 맡은 한예리와 많이 얘기를 나눈 영화는 <나, 다니엘 블레이크>(켄 로치, 2016)였다. 특히 (한)예리씨와 그 영화에서 나오는 엄마의 마음과 관련된 얘기를 많이 나눴다.
김성훈
이 영화는 마크가 팔씨름 대회에 도전하면서 진기, 수진을 만나고 저마다 외로운 세 사람이 서로를 통해 위로를 받고 새로운 가족이 되어가는 이야기인데.
김용완
앞서 말씀 드린 대로 영화의 주제는 ‘외로운 사람들이 손을 잡는다’다. 사람은 누구나 외로운데 외로움을 드러내는지, 아니면 숨기는지 그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마크는 외로움을 연약하거나 유약한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고 진기는 거짓말로 외로움을 가리는 사람이며, 수진은 아이들 때문에 외로움을 드러내지 못하는 사람인데다가 준형(최승훈)과 준희(옥예린) 등 수진은 아이들은 아이 답지 않게 외로움을 감춘다. 친근한 누군가가 생겼을 때, 손을 잡아주는 스킨쉽이 서로에 대한 경계를 풀어주고 그것에서 관계의 발전이 시작된다고 보았다. 이 영화가 끝났을 때 마크, 진기, 수진 세 사람이 짧은 시간에 깊이 있게 친해졌다는 메시지를 주기보다는 서로 잘 몰랐던 외로움을 꺼내 친해지게 됐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김성훈
진기는 돈만 쫓는 친구처럼 보이지만 겉으로 드러낼 수 없는 가정사 때문에 스스로 갈등하고, 수진, 마크 등 다른 인물들을 연결한다는 점에서 복합적인 인물이다.
김용완
말씀대로 진기는 마크를 팔씨름 대회에 참여하게 하고 팔씨름 경기, 도박장 등 여러 공간에서 윤활유 역할을 하는 부분들이 있지만 그렇게 기능적으로만 보이면 안 될 것 같아 이 인물의 배경으로 정확하게 보여줘야겠다 싶었다. 영화의 후반부에 진기와 그의 아버지의 사연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그 외에도 진기가 어떤 인물인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신들이 더 있었는데, 편집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잘라내야 해서 권율씨한테 많이 미안했다. 그 마음을 꼭 전달하고 싶다.
김성훈
팔씨름 시합 장면이 재미있고 긴장감이 넘쳤는데, 팔씨름의 어떤 부분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나.
김용완
그 생각을 안 할 수 없는 게 팔씨름으로 보여줄 수 있는 범위가 너무 좁았다. 30여 년 전, <오버 더 톱>이 보여준 팔씨름 시합과 지금은 크게 달라진 게 없으니까. 두 선수가 테이블을 마주 보고 앉아 팔씨름하는 장면 밖에 없다. <리얼 스틸>처럼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하자고 생각한 것도 그래서다. 관객이 지루하지 않도록 미국, 동대문 도박장, 부산 광안리 해변가 등 배경을 다양하게 배치했다. 어떤 시합은 촬영 스타일에 변화를 주기도 했고 또 어떤 시합은 투명 테이블을 활용해 로우 앵글로 선수들의 손을 역동적으로 담아냈다.
김성훈
상대 선수들을 다양한 캐릭터로 배치한 것도 그런 고민의 결과로 보인다.
김용완
배경이 미국일 때는 외국인 선수가 등장한다. 강신효씨가 연기한 콤보는 거구는 아니지만 단단한 근육과 다양한 기술을 갖춘 선수로 설정했다. 마크가 너무 강력해 보인다는 사실이 가장 큰 고민이었다. (웃음)
김성훈
시합에서 반칙하는 캐릭터가 재미있더라. 실제로 그런 선수가 있나.
김용완
팔씨름을 공부해보니 악동 캐릭터가 더러 있었다. 외국 선수들 중에서 약물로 근육을 키웠지만 성격이 이상해진 선수도 있다. 콤보는 우리나라 팔씨름 랭킹 1위인 백성열 선수를 많이 참고했다. 백성열 선수가 영화에도 출연하고 자문도 해주셨다.
김성훈
혼자서 아이들을 키우며 동대문에서 옷 장사를 하는 싱글맘 수진의 삶이 꽤 현실적으로 그려지던데.
김용완
‘싱글맘’을 소재로 한 단편영화 <바코드맘>(2010)을 만든 적 있다. 한국사회에서 살아가는 싱글맘이 생계를 꾸려나가기 쉽지 않은 현실이고 그것으로 인해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 이야기인데, 그 영화를 만들면서 그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챔피언> 속 수진은 제수씨를 롤모델로 만들어진 캐릭터다. 제수씨가 아이를 보면서 지치고 피곤한데도 항상 웃으려고 노력한다. 그런 모습을 많이 참고했고 제수씨와 대화도 많이 나눴다. 아이를 낳아보니 수진이 혼자서 아이 둘을 어떻게 키웠을까 생각하니 정말 힘들었겠다 싶었다. ‘사실은 도망치고 싶을 정도로 힘든 순간이 있다’는 수진의 대사도 그런 배경에서 나왔다.
김성훈
그 얘기를 예리씨와도 많이 나눴나.
김용완
그렇다. 예리씨는 여성 문제에 관심이 많고 인권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매우 높은 사람이다. 캐릭터를 접근하는 과정에서 수진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수진이 아이들을 잘 돌보려고 노력하지만 지금이 바쁘고 힘든 시기라 신경을 제대로 못 쓰는 거지, 아이들을 사랑하지 않는 엄마는 절대 아니다, 그런 상황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같은 얘기들을 깊이 있게 나눴던 것 같다.
김성훈
한국영상자료원 수집캠페인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하다. 기증해준 소감을 부탁 드린다.
김용완
처음 기증 얘기가 나왔을 때, 제게 소중하고 의미가 있는 유산들이라 신중했다. 고민을 많이 했는데 혼자서 보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영화가 아닌 만큼 보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 추억할 수 있는 공간에 놓이면 영광이겠다 싶어 참여하게 됐다. 한국영상자료원 같은 아카이브에 기증했을 때, 우리 영화도 하나의 영화로서 인정받는 느낌이 들어 참여를 제안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김성훈
다음 영화 의상과 소품도 한국영상자료원에 기증해주실 의향이 있나.
김용완
그럼. 기회가 또 주어진다면 좋다. (웃음)

김용완 감독이 말하는 <챔피언>의 “마크(마동석)” 의상
“마동석씨는 사이즈가 맞는 옷이 없는 까닭에 거의 다 제작한다. 같은 의상팀이 매 작품 마동석씨를 전담으로 작업하는 것도 그래서다. 영화 속 마크는 미국 생활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꾸려나가지만 기본적으로 스스로를 운동 선수라고 생각하는 까닭에 후드 티나 운동복을 즐겨 입는다. 언제 어디서나 운동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어 무채색 계열의 편한 색이나 톤을 가진 옷을 입히려고 했다. 영화에서 마동석씨가 입은 의상 숫자는 예닐곱 벌에 달할 만큼 많은데 영화를 본 관객들은 한 두 벌 정도만 입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영화를 자세히 보면 매번 옷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편집할 때 의상이 크게 튀지 않아 자연스러운 느낌이 있어 좋았고 재미있었던 것 같다. 팔씨름 시합 결승전에서 마동석씨가 영화의 포스터에 입었던 흰색 옷을 입는 게 어떻겠냐는 아이디어를 내주셨는데, 한번도 안 입은 색깔의 옷이라 연결이 될까 싶었지만 영화는 순간적인 이미지의 연속인 까닭에 그렇게 시도해봐도 괜찮을 것 같아 현장에서 옷 색깔을 바꿔보기도 했던 기억이 특별히 난다.”
김용완 감독이 말하는 <챔피언>의 “진기(권율)” 의상
“진기는 트렌치코트를 항상 입는 설정을 가져가되, 코트 안에 입을 옷을 정장이나 캐주얼 스타일로 다양하게 바꿔보기로 했다. 진기라는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해 권율씨와 굉장히 많은 대화를 나눴다. 영화의 후반부, 팔씨름 대회 결승전에서 진기가 트렌치코트를 벗어 던지는 설정은 그간 가지고 있던 허례허식을 던지고 셔츠 하나로 자신의 친구 마크를 응원하는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다. 이후 마크와 진기가 미국으로 진출하는 에필로그에서 자신이 원했던 멋진 수트를 입은 채 진정한 승부사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의상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김용완 감독이 말하는 <챔피언>의 “수진(한예리)” 의상
“예리씨가 어떤 스타일의 옷을 입어도 잘 어울리는 배우다. 수진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고민은 예리씨가 동안이라는 사실이다. 아이 둘 엄마인데, 너무 어려 보이면 안 되었다. 예리씨 주변 친구들 중에서 아이 엄마도 있고 육아와 관련해 들은 얘기도 많은데다가 수진이 동대문에서 옷 장사를 하는 설정이니 자신이 판매하는 옷을 입고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캐릭터를 구축해갔다. 특히 옷 장사 하시는 분들은 직접 판매하는 옷을 입은 채 손님들에게 왜 이 옷이 좋은지 설명해야 하니, 편안한 옷을 입고 그 옷 안에 판매용 옷을 입고 출근하시는 분들이 실제로 많다. 수진은 일터에서 장사할 때는 판매하는 옷을 입고 집에선 정말 편안해 보이는 옷을 입는다. 무엇보다 옷을 판매하는 디자이너인 까닭에 패션에 대한 수진의 관심이 집이 아닌 공간에서 보여줄 수 있었으면 한다는 게 예리씨와 나눈 대화다.”
김용완 감독이 말하는 “팔씨름 대회 챔피언 트로피”
“미술팀이 디자인한 것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골라 제작한 트로피다. 한국영상자료원에 기증한 이 트로피는 트로피 겸 메달이 들어간 디자인이다. 동으로 제작했고 트로피 밑은 목재로 만들었다. 메달을 들고 있는 손을 트로피로 만든 건데 실제로 되게 크다. 영화에선 마동석씨가 한 손으로 들어서 작아 보일 수 있지만 실제 크기는 성인의 상반신 정도 크기다. 무거워서 한 손으로 들 수 없다. 영화에서 이미 많은 시합을 치러 팔이 아픈데도 마동석씨는 한 손으로 이 무거운 트로피를 들고 찍은 거다.”
By 김성훈(<씨네21> 기자) ㆍ 사진 김성백(스튜디오 “오늘의 나”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