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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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증된 영화유산

인랑

  • 감독 김지운
  • 각본 김지운, 전철홍
  • 미술 조화성
  • 의상 조상경
  • 출연 강동원, 한효주, 정우성, 김무열, 최민호
  • 제작사 루이스 픽처스
김지운 감독의 <인랑>은 오시이 마모루가 연출한 동명의 일본 애니메이션을 실사로 만든 프로젝트다. ‘케르베로스 사가’라는 이름으로 실사영화, 애니메이션, 만화에 이르기까지 십 수 년에 걸쳐 구축된 원작의 세계는 열강들의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킨 한반도 정세의 2024년 한국으로 바뀌었다.

한반도 대전환 시대가 열린 2029년, 남북 정부는 통일준비 5개년 계획을 선포한다. 주변 강대국들은 통일 한국의 경제성장을 우려해 경제제재 조치를 취하고 그로 인해 한반도는 경제와 민생이 악화된다. 통일에 반대하는 반정부 무장테러단체 섹트가 등장하고 대통령 직속 경찰 조직인 특기대가 섹트를 진압하기 위해 설립돼 정국의 주도권을 장악한다. 특기대의 등장으로 입지가 좁아진 정보기관 공안부는 특기대를 말살할 음모를 꾸민다. 그러니까 한반도의 세력화를 견제하기 위해 강대국들은 경제적인 압박을 가하고 경제 불황으로 위기에 빠진 한국 사회에서 통일에 반대하는 테러리스트 집단 ’섹트’와 그들을 진압하기 위한 새로운 경찰조직 특기대, 기존의 권력 기관인 공안부의 견제와 갈등이 심화되는 이야기다.

루이스 픽처스 기증 <인랑> 의상ㆍ소품

“얼라이언스 스튜디오”의 에디 양 캐릭터 디자이너 인터뷰
원작 애니메이션에서 김지운 감독을 매료시킨 건 <로보캅>, <아이언맨> 등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주로 볼 수 있었던 파워 슈트를 한국영화에서 구현해보자는 아이디어였다. 알려진 대로 강동원이 연기한 특기대 소속 임중경이 입은 특기대 강화복은 얼라이언스 스튜디오의 캐릭터 디자이너 에디 양의 손을 거쳐 재탄생됐다. <로보캅>(2014) 리메이크 슈트 디자인 뿐만 아니라 <아이언맨>(2008), <맨 인 블랙> 시리즈,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2011), <맨 오브 스틸>(2013) 등 여러 영화에서 파워 슈트를 디자인하고 제작해온 그다. 에디 양과 서면 인터뷰를 주고 받았다. 그는 <인랑>의 강화복 제작 과정을 기록한 사진들도 함께 보내왔다. 서면 인터뷰인데도 그의 대답 속에는 특수 의상 제작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 느껴졌다.
김성훈
<인랑>에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에디 양
토마스 서 프로듀서가 우리 스튜디오를 알아본 뒤 연락을 해왔다. 그는 원작인 일본 애니메이션 <인랑>에 묘사된 (특기대) 의상의 디자인ㆍ제작을 재창조할 스튜디오를 찾고 있었다. 그는 내가 슈퍼맨, 캣우먼, 로보캅 같은 과거에 이미 선보인 적 있는 캐릭터들을 재창조한 작업들을 보았고 그게 <인랑> 리메이크 작업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김지운 감독이 연출한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을 때, 기분이 정말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감독 중 한 명이다. <달콤한 인생>(2005), <악마를 보았다>(2010)를 처음 보았을 때 팬이 되었으니까.
김성훈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어땠나.
에디 양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디자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작 애니메이션이 호흡이 느린 심리 드라마였다면, 이 시나리오는 더 많은 액션과 그것과 관련된 플롯이 추가된 듯했다.
김성훈
원작 애니메이션은 본 적 있나.
에디 양
오래 전에 봤다. 원작 애니메이션을 좋아한 건 아니고 애니메이션 속 (특수) 의상 디자인을 좋아했다. 1990년대 중반 일본에 있었을 때, 특기대 강화복을 입은 피규어를 사 모았을 정도니까. 그때 그게 무슨 영화에 나온 수트인지 모른 채 수트 디자인만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김성훈
영화 속 특기대 강화복의 디자인 컨셉은 무엇인가. 원작 애니메이션 속 그것보다 훨씬 강해 보이고 금속 재질이 많이 쓰인 것 같다.
에디 양
이미지를 재창조해야 하는 리메이크 영화의 목표는 항상 원작에 충실하되, 현대 관객의 세련된 취향을 고려해 디자인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패션이나 다른 산업이 그렇듯이 영화 속 디자인도 항상 변화한다. 가령, 우리는 1941년에 제작된 애니메이션 <슈퍼맨>부터 수많은 TV 시리즈와 영화를 거쳐 최근의 <맨 오브 스틸>(2013)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화와 드라마에 모습을 드러낸 슈퍼맨을 지켜봐 오지 않았나. <인랑> 같은 특정 시대의 아이콘을 작업할 때는 어떤 요소를 넣고 뺄지, 재창조된 디자인이 캐릭터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고려해야 한다. 우리 생각보다 훨씬 강하게 보이는 디자인인데도 헬멧 모양, 실루엣, 팔뚝 가리개 등 같은 부분들은 원작에 충실했다. 관객들이 <인랑>임을 알아차릴 수 있는 선에서 몇 가지 디테일, 더 작은 형태들을 추가했고 디자인들을 가미했다.
김성훈
디자인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영감을 받은 부분은 뭔가.
에디 양
앞서 짧게 얘기했듯이 원작의 팬이다. 우선 애니메이션, 장난감, 코스프레, 팬아트 등에서 나온 작업들을 찾아봤다. 얼마나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시도됐는지, 우리가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보고 싶었다. 오래 전, 일본에서 샀던 <인랑> 오리지널 모델 조립 피규어 또한 많은 영감을 주었다.
김성훈
이 과정에서 김지운 감독이 특별히 요청한 건 뭔가.
에디 양
김지운 감독은 자신이 원하는 컨셉을 명확히 알고 있었고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우리에게 전적으로 맡겼다. 대구에서 강화복의 카메라 테스트를 진행했다. 테스트가 끝난 뒤, 김지운 감독은 헬멧 머리가 약간 오므라들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었다. 그래서 사이즈를 계산해보니 헬멧 머리가 안으로 더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찾았다. 캐릭터의 머리가 오므라들면 모양이 더 다이나믹해보이지만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몇 발생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헬멧을 잘라냈고 스탭들과 배우 모두 그 결정을 좋아해주었다.
김성훈
특기대 강화복을 어떻게 디자인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에디 양
어떤 프로젝트든지 우리가 감독에게 보낸 디자인에서 출발한다. 얼라이언스 스튜디오에서 우리는 3D 툴을 사용해 곧바로 제작할 수 있도록 디자인 작업을 시작했다.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우리 디자이너들을 만났고 나를 포함한 디자이너들은 구현할 수 있는 강화복의 모든 버전을 구상했다. 일단 강화복을 입을 주인공 강동원씨의 디지털 스캔 작업을 진행했다. 김지운 감독은 우리가 구상한 디자인들 중 하나를 선택했다. 그렇게 강화복의 최종 디자인이 나온 뒤 3D 프린팅 작업을 통해 강동원씨의 몸 치수를 재고 그 사이즈에 맞는 디테일들을 추가했다. 그것이 디지털 준비 팀이 3D 프린팅 작업을 통해 만들어낸 수트 원형이다. 우레탄을 갑옷 모양의 거푸집에 넣은 뒤 특기대 갑옷 모양에 맞게 다듬고 색칠했다. 바네사 리가 갑옷에 달려있는 속옷(일반적인 의미의 속옷이 아니라 다이빙복이나 우주복 안에 달려있는 옷)을 제조했다. 우리는 이 속옷 제작에 전적으로 몰두했고 속옷이 부착된 갑옷을 강동원씨의 대역 배우에게 입혀보았다. 몇 차례의 피팅 끝에 우리는 적합한 수트를 만들어냈다. 이렇게 나온 수트를 한국에서 진행되는 카메라 테스트에 보낼 수 있었다.
김성훈
강화복을 만드는 데 사용된 재료는 우레탄인가. 왜 우레탄을 선택했나.
에디 양
그렇다, 주로 사용한 재질이 우레탄이다. 우레탄은 내구성과 유연성을 갖춘 소재다. 전체 촬영 일정 동안 강화복이 버티려면 내구성이, 배우가 부상 당하지 않으려면 유연함이 있어야 한다. 헬멧, 등 보호대, 팔뚝 가리개는 유리 섬유로 만들었다.
김성훈
강화복 무게가 얼마나 되나.
에디 양
아마도 약 50파운드(약 22kg) 정도 된다.
김성훈
개인적인 질문도 드리고 싶다. 특수 의상을 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에디 양
괴물들을 사랑해서 영화 산업에 뛰어들었다. 어릴 때부터 <에이리언>(리들리 스콧, 1979), <런던의 늑대인간>(존 랜디스, 1981), <괴물>(존 카펜터, 1982), <터미네이터>(제임스 카메론, 1984) 등 같은 영화들을 보며 자랐다. 이 영화들에서 등장하는 (괴물) 크리쳐들이 어떻게 창조되고 크리쳐 제작 방법을 찾는 데 몰두했다.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니 얼마나 열정적으로 크리쳐에 빠져들었고 그런 나를 병원에 데려가려고 한 부모님과 논쟁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웃음) 괴물 마스크를 만들고 릭 베이커(<런던의 늑대 인간>, <비디오드롬>, <해리와 헨더슨>, <울프>, <배트맨 3> 등 특수분장), 롭 보틴(<하울링>, <괴물>, <토탈 리콜> 괴물 특수분장 감독)처럼 특수 분장 작업을 할 수 있는 스튜디오를 우리 집 주차장에 만들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첫 영화 <프리데이터>(존 맥티어난, 1987)를 작업했고 이후 18살 때 우상이던 릭 베이커와 함께 작업하기 시작했다. 부모님께 특수분장 일을 그만둘 때 대학으로 돌아가겠다고 말씀 드렸다. 디지털 FX가 고무 괴물 산업을 대체하기 시작한 뒤로 16년을 함께 일했다. 나는 컴퓨터를 사서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스스로 익히기 시작했다. 2003년, 릭 베이커는 은퇴를 넌지시 내비쳤고 나는 여러 컴퓨터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쳐벽하게 익혔으며, 디지털 FX 작업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스탄 윈스턴 스튜디오에서 <아바타>(2009), <아이언맨> 같은 영화들의 디지털 디자인 프로세서를 완벽하게 작업하게 됐다. 곧바로 많은 영화 제작사들로부터 디지털 디자인과 3D 프린팅 작업을 도와달라는 연락을 받게 됐다. 그 작업들을 하기 위해 내 스튜디오를 여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2007년, 에디 양 스튜디오를 열었고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012),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 <맨 오브 스틸>(2013), <로보캅>(2014) 등 많은 영화의 디지털 의상을 디자인하고 만들어왔다. <프레데터>를 함께 디자인해 유명한, 나의 멘토 중 한 명인 스티브 왕을 만났다. 우리는 함께 스튜디오를 운영하기로 결정했고 2013년, 얼라이언스 스튜디오를 열었다.
김성훈
릭 베이커는 어떻게 만났나.
에디 양
1986년, ‘The First Annual Monster Maker’s Costume’ 콘테스트에서 그를 처음 만났다. 릭 베이커가 스탄 윈스턴, 딕 스미스, 톰 버만 같은 거장 FX 아티스트들과 함께 심사를 봤던 대회였다. 나는 그 대회에서 만든 가면으로 2등에 올랐고 그 다음 해에 친구 맷 로즈가 나를 <Something’s out there>라는 TV 시리즈에 참여하는 팀에 추천해주었다. 그게 릭 베이커와의 첫 작업이었다.
김성훈
릭 베이커와의 작업은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나.
에디 양
릭 베이커와 1988년부터 2004년까지 함께 일했다. 어린 시절, 식당에서 그를 만나 그의 사인을 받는 게 꿈이었다. 언제나 그는 내게 어떤 셀러브리티보다 더 위대한 사람이었다. 릭 베이커 스튜디오 시절, 나의 예술적인 기술들을 개선했고 프로젝트 관리에 관해 많이 배웠다.
김성훈
최근 작업한 작품은 무엇인가.
에디 양
얼라이언스 스튜디오에서 블리자드사의 비디오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 세 명과 중국 텐센트의 모바일 멀티플레이 롤 플레잉 배틀 게임 <어너 오브 킹>을 작업했다. 또한 곧 방영되는 디즈니 텔레비전 쇼의 몇몇 캐릭터들을 디자인했다.
By 김성훈(<씨네21> 기자) ㆍ 사진 김성백(스튜디오 “오늘의 나” 작가), 제공 에디 양(Eddie Yang)

에디 양 감독이 말하는 <인랑> 속 강화복 제작 과정
By 김성훈(<씨네21> 기자) ㆍ 사진 제공 에디 양(Eddie Y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