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
<신과 함께-인과 연>이 끝난 뒤 그간 어떻게 지냈나.
김용화
제작자로서 <백두산>(감독 이해준, 김병서 출연 이병헌, 하정우, 마동석, 전혜진, 수지)을 진행하고 있다(<백두산>은 지난 7월21일 촬영을 끝내고 현재 후반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연출과 제작의 역할을 많이 헷갈렸다. 제작은 감독님이 자신의 색깔과 개성을 잘 드러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중요하고, 그런 역할을 해보니 많이 배우고 있다. 감독으로서 신작은 현재 시나리오 각색 작업하고 있다. 어떤 이야기인지 아직은 얘기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고, 프로듀서, 조감독과 함께 긴밀하게 논의하고 있다.
김성훈
<신과 함께-인과 연>은 원작의 저승편과 이승편 그리고 신화편을 적절하게 재구성한 이야기다. 성주신(마동석)이 철거를 앞둔 마을에서 살아가는 허춘삼 할아버지(남일우)와 그의 손자 현동을 보호하는 이승편이 영화에 새로 등장했는데 원작의 어떤 부분을 취해야겠다고 판단했나.
김용화
저승편은 저승 삼차사를 잘 구축하면 드라마를 무난하게 끌고 갈 수 있었던 반면 이승편은 영화로 각색하기가 쉽지 않았다. 허춘삼 할아버지와 현동의 사연은 정서가 따뜻하지만, 새로운 종류의 이야기가 아니기에 그 사연만으로 두 시간짜리 영화를 만드는 건 만만치 않은 일이다. 할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던 것도 그래서다.
김성훈
강림(하정우)이 수홍(김동욱)의 재판을 변호하는 저승과 성주신이 현동 가족을 보호하는 이승, 두 서사를 교차로 전개한 이유가 그래서인가.
김용화
그렇다. 용서와 화해 그리고 구원을 주제로 한 이야기를 1, 2부 합쳐 총 4시간짜리로 만들어보자. 저승과 이승을 교차시키는 구조를 짜놓고 보니 큰 반전을 장착한 1부가 2부를 위한 밑밥이 되었고, 2부는 1부가 던져놓은 사건과 인물을 잘 활용해야 했다.
김성훈
얘기한 것처럼 캐릭터와 세계관을 새로 세팅해야 하는 전편에 비해 사건을 곧바로 전개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2부는 서사를 구축하는 게 수월했을 것 같다.
김용화
그게 프랜차이즈의 가장 큰 장점이다. 전편 덕분에 인물과 상황을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되고 인물들을 곧바로 사건과 갈등에 뛰어들게 하면 되니 서사를 빨리 전개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김성훈
시각특수효과(VFX)가 전편에 비해 이질감이 적고 스펙터클이 화려하며 완성도도 높더라. 전편에서 시도한 VFX 기술과 노하우가 2부를 작업하는 데 어떤 영향을 끼쳤나.
김용화
전편에선 VFX 각 파이프라인 공정을 단계별로 완성도를 최대한 올리고 다음 공정으로 넘기는 방식으로 작업했다. 하지만 2부는 숏을 최대한 빨리 완성해 여러 번 돌려보며 수정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덕분에 완성도가 높아지고, 작업 및 수정 시간이 매우 빨라졌다. 결과적으로 VFX 공정의 모든 파이프라인이 제 궤도에 안착한 동시에 매우 과감해졌다.
김성훈
재미있는 건 공간적으로는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동시에 시제는 현재와 과거를 교차하지 않나. 사실상 저승과 이승, 현재와 과거, 4가지 트랙이 톱니바퀴처럼 돌아가야 하는 서사인데.
김용화
시나리오는 잘 읽혔고 인물들의 감정도 잘 연결됐다. 하지만 편집은 그렇지 않았다. 촬영현장에서 100% 시나리오대로 찍히지 않고, 편집에서도 앞 장면에서 쌓은 감정을 그다음 신에서 무한정 끌어올릴 수 없으니까 촬영이 끝난 뒤 시나리오를 들고 있어봐야 소용이 없다. 4가지 트랙이 자연스럽게 교차하면서 감정을 쌓아갈 수 있는 편집을 많이 연구했는데도 마음처럼 쉽지 않더라. 편집실의 도움 덕분에 고민을 가까스로 해결할 수 있었다.
김성훈
기증해준 의상에 대한 질문을 드리고 싶다. 촬영 전 조상경 의상감독과 영화의 의상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김용화
큰 범위에서 이 영화 속 의상이 시대를 앞서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내가 의상을 전문적으로 잘 아는 사람이 아니다보니, 이 영화가 감정이 센 이야기라 캐릭터를 구분할 수 있는 의상이었으면 좋겠다 정도만 생각했다. 나보다 필모그래피가 더 많으신 조상경 의상감독님께서 세세하게 준비, 설정해주셨다. 가령, 차사 셋(하정우, 주지훈, 김향기)의 의상은 단순한 블랙이 아니라 광택, 핏 등 현재 시대에 맞게 세련된 디자인을 선보여주셨다.
김성훈
말씀대로 하정우, 주지훈, 김향기 등 차사가 입은 옷은 전통 한복보다는 정장에 가깝고, 핏이 배우들의 신체에 딱 붙어 인상적이었다.
김용화
액션이 많은 영화라 활동에 제한이 없는 선에서 동작의 역동성을 잘 살릴 수 있는 디자인이 필요했다. 그래야 배우들이 액션신을 연기할 때 더 멋지니까. 동작의 효율성과 역동성, 두 가지를 잘 살리는 게 중요했다.
김성훈
조한철, 임원희가 연기한 판관이나 이정재가 맡은 염라대왕 등 저승의 신들의 의상은 상상력을 많이 발휘해야 했을 것 같다.
김용화
저승의 신도, 판관도 위엄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특히, 판관은 코믹한 면모도 드러내야 하지만, 그럼에도 무게를 갖춘 의상이 필요했다. 다만, 배신지옥에 등장하는 송제대왕(김하늘)은 편집 과정에서 많이 덜어내서 개인적으로 아쉽다.
김성훈
수홍(김동욱)이 입은 군복은 실제 군복인 것 같은데 어떤 고민을 했나.
김용화
어느 영화들이 그렇듯이 수홍이 죽을 때 총상으로 생긴 상처를 저승에서 입은 의상에도 넣어야 할지, 피를 옷에 얼마나 번지게 할지, 피 색을 얼마나 진하게 할지 세세한 부분에서 고민이 많았다.
김성훈
마동석이 연기한 성주신이 입은 의상은 어떤 고민에서 나온 컨셉인가.
김용화
성주신은 함께 사는 허춘삼(남일우)이 폐지를 수거하면서 주웠던 옷 중에서 자신의 체격에 맞는 옷을 골라 입었을 것이다. 또, 허춘삼의 손자인 현동(정지훈)의 아버지가 도박하고 집을 나가서 두고 간 옷들을 입었을 거라고도 생각했다. (마)동석씨 체격이 남달랐던 까닭에 의상팀이 고민을 많이 했다.
김성훈
한국영상자료원에 <신과 함꼐> 시리즈의 의상들을 기증해준 소감을 얘기해달라.
김용화
많은 관객들로부터 사랑을 받은 작품의 의상을 한국영상자료원에 기증할 수 있게 돼 감독으로서 매우 영광이다. 보통 영화 의상들이 촬영이 끝나면 가치를 잃게 되는데 그걸 영구 보존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 작품도 기꺼이 기증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