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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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증된 영화유산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 연출 윤성호
  • 극본 김홍기,박누리, 최성진, 강지현, 윤성호
  • PD 김정기, 김근영
  • CP 황인화
  • 출연 김성령, 백현진, 배해선, 이학주, 정승길, 허정도
  • 촬영 이석준, 임지훈
  • 조명 이형중
  • 편집 노유정, 김경진
  • 음악 강민국
  • 미술 김승경, 유정하
  • 제작사 씨에스 픽쳐스
갑작스레 문체부 장관으로 임명된 금메달리스트 출신 셀럽 '정은'. 남편인 정치평론가 '성남'의 납치 사건을 맞닥뜨려 동분서주하는 1주일 사이 엉뚱하게도 대선 잠룡이 되어가고, 덩달아 대한민국의 정세도 격변하는데…
(출처:보도자료)

(주)씨에스픽쳐스 기증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의상
김성남(백현진) 의상 세트 김성남(백현진) 의상 세트
수겸(김승호) 의상 세트 수겸(김승호) 의상 세트
수겸(김승호) 의상 세트 수겸(김승호) 의상 세트
수겸(김승호) 복면 수겸(김승호) 복면

김성령 배우 인터뷰

윤성호 감독이 연출한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는 지난해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었다. 영화주간지 <씨네21>은 지난해말, 이 작품을 올해의 시리즈 1위에 올려놓을만큼 아낌없는 지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는 사격 출신이자 한때 ‘셀럽’이던 이정은(김성령)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되면서 겪는 일을 정치 드라마다. 현실 정치가 드라마나 영화보다 더 극적인 현재 상황에서 이 작품은 현실을 예리하게 풍자하고, 현실의 부조리를 유머러스하게 꼬집지만 마냥 웃을수만은 없는 씁쓸함을 펼쳐내는 블랙코미디다. 한국영상자료원은 올해 수집 캠페인으로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속 주요 캐릭터의 의상을 수집했다. 캐릭터에 접근하기 위해 여성 정치인의 정장을 제작하는 디자이너를 찾아가 제작을 직접 의뢰할만큼 적극적이던 배우 김성령과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김성훈
한국영상자료원을 직접 찾아 기증된 의상을 함께 본 배우는 처음이다.
김성령
드라마에서 입은 의상을 주제로 인터뷰하는 건 처음이라 뜻깊은 대화와 시간이 될 것 같다.
김성훈
얼마 전 열렸던 2022 백상예술대상에서 웨이브 시리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가 TV 부문 작품상, 연출상, 극본상, 조연상 총 4개 부문에 올랐고, 올해 처음으로 OTT 시리즈를 대상으로 열리는 청룡시리즈어워즈에선 여우주연상 후보로 올랐다.
김성령
그만큼 많은 관객들께서 작품을 좋아해주셔서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김성훈
말씀대로 지난해 웨이브에서 공개된 시리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는 비평적으로도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전작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에서 호흡을 맞췄던 윤성호 감독으로부터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어땠나.
김성령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들었던 생각은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정치적인 이야기가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을까. 어렸을 때 부모님들께서 정치 소식이 나오면 뉴스 채널을 돌리지 않았나. 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는 정치를 소재로 한 드라마임에도 많은 레이어들이 있었고, 하나하나 다 너무 공감이 되고 재미있었다.
김성훈
더군다나 여성 장관이 주인공인 정치 드라마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반가웠을 것 같다.
김성령
장관 역할은 또 처음이라 안 할 이유가 없었다. 남녀를 꼭 구분하는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여성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캐릭터를 맡는 건 너무나 매력적인 일이다. 최근 들어 그러한 작품이 느는 분위기인 까닭에 여성 장관 역할이 생각보다 어색하지 않았고, 또 무척 반가웠다. 게다가 요즘은 여성 대통령이니 여성 장관이니 여성이 주인공인 작품에 대해 많은 관객들이 어색해하진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이지 않나.
김성훈
앞서 말씀드린대로 윤성호 감독이 연출했던 전작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2010)는 배우 김성령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했고, 이 작품을 기반으로 이후 드라마와 영화를 종횡무진 오가며 새로운 면모들을 선보일 수 있는 출발점이었다. 그런 작품을 함께 했던 감독에 대한 신뢰도 출연을 결정하는데 한 몫 했을 것 같다.
김성령
적절한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12년이 지난 지금, 윤 감독님은 그만큼 더 성장하신 것 같다. 기대 이상으로 현장에서 그와의 작업이 만족스러웠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특히 남성 관객이 10년 전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를 너무 재미있게 봤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신다.
김성훈
이 작품에서 배우 김성령이 연기한 이정은 문체부 장관은 영리하고 품격을 갖춘 데다가 위기 상황도 잘 돌파하는 멘탈을 갖춘 인물이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어떤 여성으로 보았는지 궁금하다.
김성령
솔직히 이 인물을 맡자마자 준비하기 쉽지 않았던 건 아예 대놓고 정치 드라마고, 이정은이 정치적 야망을 가진 여자라면 일관된 톤으로 연기하면 되는데, 이정은은 과거 사격 선수였고, ‘셀럽’이었다가 뜻하지 않은 계기로 정치계에 입문했고, 역시 우연치 않게 장관까지 맡게 된 우여곡절이 있는 여자이지 않나. 그래서 이정은이 야망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처음부터 너무 드러내면 안되는 동시에 그가 어떤 인물인지 너무 안 드러내도 안 되는 캐릭터라 준비하기 쉽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 작품이 이정은이라는 정치인이 장관을 맡고, 여러 미션들을 거치며 올바른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서사로 보았다. 감독님과 많은 논의를 나눴던 것도 그 부분이고. 하지만 이 드라마는 단순히 이정은 장관뿐만 아니라 그 주변에 배치된 여러 능수능란한 공무원 캐릭터의 역할이 큰 이야기이기도 하다.
김성훈
이 시리즈 속 이정은을 보면 윤성호 감독이 그간 배우 김성령을 얼마나 세심하게 관찰했는지 잘 드러난다.
김성령
전작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에서 과거 미스코리아 출신이지만, 지금은 한물간 배우 캐릭터를 연기하지 않았나. 이번의 정치 드라마 속 장관 캐릭터의 경우, 내게 정치인 이미지가 있을까 싶었는데 시나리오를 보니 실제 내 모습이 살짝 보이기도 하고, 그런 부분을 마주하면 감독님이 저를 잘 캐치하신 것 같다.
김성훈
정치인 캐릭터다보니 의상이 중요했을 것 같다. 이야기에서 업무를 보는 장면이 굉장히 많아서 어떤 정장을 입을 것인가 무척 고심한 것으로 알고 있다.
김성령
정말 의상이 중요했다. 모든 캐릭터가 그렇지만 배우는 의상을 입는 순간 캐릭터로 변모하는데, 이정은 같은 정치인이라면 어떤 정장을 입는지가 관건이었다. 촬영하기 전 감독님께서 이정은의 레퍼런스로 덴마크 정치 드라마 <보르겐>(한국에서는 <여총리 비르기트>라는 제목으로 번역)과 <마담 세크러터리> 두 작품을 보여주셨다. 그중 <마담 세크러터리>에서 주인공인 엘라자베스 맥코드(테아 레오니)는 의상이 너무나 자유로워보이더라. 헤어 스타일도 길고, 치마 길이가 짧고, 가슴이 파인 의상을 편하게 입는 캐릭터였다. 요즘 전세계 여성 정치인들은 연설할 때 액세서리나 자유로운 헤어스타일을 선보이는 경우가 많지만, 여전히 한국에선 여성 정치인이 단정한 스타일을 고수하지 않나. 그런 점에서 현실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의상을 설정하되, 내가 바라는 여성 정치인의 모습도 시도해보고 싶었다.
김성훈
이정은의 단발머리는 일하는 여성을 반영하는 장치처럼 보이기도 하더라.
김성령
한편으로는 그렇게 해석하는 것조차도 편견일 수도 있는 게 아무리 업무가 바쁘더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나를 드러내고 싶은 자아도 있기 때문에 자아를 잃는 건 또 아닌 것 같다. 나를 꾸미는 일 또한 자기 관리 중 하나니까. 예전에 국경없는 의사회에서 주최한 국경없는영화제에 참석해 내전 지역에서 활약하는 의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를 본 적 있는데, 총알이 날아드는 전쟁터에서도 큰 귀걸이를 단 채 열심히 일하는 여의사의 활약을 보고 감동 받은 적 있다. 저렇게 자신이 좋아하는 건 잃지 말아야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성훈
영화에서 입은 이정은의 정장은 여성 정치인의 정장을 만드는 디자이너를 직접 찾아가 제작을 의뢰한 것으로 알고 있다.
김성령
전작을 통틀어 의상에 가장 많은 신경을 썼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전작에서 사모님을 연기할 때는 화려하고 트렌디한 의상을 입었다면 이 작품은 청문회할 때 연설할 때 등 다양한 상황에 적합하고 어울릴만한 색감을 배분하며 골랐다. (포스터를 가리키며) 흰 정장 또한 굉장히 고심해서 고른 결과물이다. 의상을 제작한 디자이너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여성 정치인의 정장을 직접 제작하시는 분으로 유명한데 단정하고 대중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정장을 만드는데 노하우를 가지고 계셔서 직접 찾아가 부탁드렸다.
김성훈
명장면이 많은 드라마인데, 배우 김성령이 명장면 세 개만 꼽아주신다면.
김성령
모든 장면을 좋아하고, 동료 배우들과 즐겁게 찍었지만 개인적으로 차정원(배해선)과 팽길탄 목사(권태원)의 옥상 시퀀스가 너무 통쾌했다. 배우 배해선의 매력을 생생하게 보여준 장면이었다. 그리고 이정은의 수행비서인 김수진(이학주)이 이정은의 휴대폰을 보다가 김성남의 납치범으로부터 온 메시지를 보고 차 안에서 혼자서 긴박하게 행동하는 장면은 배우 이학주가 너무 기발하게 살린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정은이 체수처(문화체육예술계 범죄 전담 수사처) 설립을 호소하기 위해 연설하는 이야기의 초반부는 이정은이 정치인으로서 거듭나는 전환점이라는 점에서 명장면이라고 생각한다. 모두 웨이브에서 다시 감상할 수 있다. (웃음)
김성훈
시즌2 제작을 고대하는 팬들이 많은데.
김성령
윤성호 감독과 웨이브가 의지가 있다면 시즌2에서 이정은이 정치인으로서 활약하는 모습을 더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김성훈
이정은이 대선에 출마할 것 같은데.
김성령
나가야지. 당연히 나가야지. (웃음) 그런데 제목을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가 아니라 용산으로 가야 하나. (웃음)
김성훈
제작진을 대표해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의상을 기증해준 소감을 부탁드린다.
김성령
작품이 끝난 뒤 이런 자리에서 의상을 만난 건 되게 새롭고,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보존한다고 하니 정말 귀중한 캠페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 팬들이 보존한 의상을 보고 작품을 추억하면 감회가 남다를 것 같아 한국영상자료원이 잘 보존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 김성훈(<씨네21> 기자) / 사진 김성백(스튜디오 '오늘의 나' 작가) / 편집 이주영(한국영상자료원 수집카탈로깅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