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박물관

한국영화의 모든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는 보물창고

기증된 영화유산

외계+인 1부

  • 감독 최동훈
  • 각본 최동훈, 이기철
  • 프로듀서 김성민
  • 촬영 김태경
  • 편집 신민경
  • 조명 홍승철
  • 출연 류준열, 김우빈, 김태리, 소지섭, 염정아
  • 제작사 (주)케이퍼필름
“아주 오래전부터 외계인은 그들의 죄수를 인간의 몸에 가두어 왔다”

2022년 현재, ‘가드’(김우빈)’와 ‘썬더’는 인간의 몸에 가두어진 외계인 죄수를 관리하며 지구에 살고 있다.
어느 날, 서울 상공에 우주선이 나타나고 형사 ‘문도석’(소지섭)은 기이한 광경을 목격하게 되는데..

한편, 630년 전 고려시대 얼치기 도사 ‘무륵’(류준열)과 천둥 쏘는 처자 ‘이안’(김태리)이 엄청난 현상금이 걸린 신검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를 속고 속이는 가운데 신검의 비밀을 찾는 두 신선 ‘흑설’(염정아)과 ‘청운’(조우진), 가면 속의 ‘자장’(김의성)도 신검 쟁탈전에 나선다.
그리고 우주선이 깊은 계곡에서 빛을 내며 떠오르는데…

2022년 인간 속에 수감된 외계인 죄수를 쫓는 이들
1390년 고려 말 소문 속의 신검을 차지하려는 도사들

시간의 문이 열리고
모든 것이 바뀌기 시작했다!(출처 : kobis)

<외계+인> 의상
무륵 역(류준열) 의상 무륵 역(류준열) 의상
가드/썬더 역(김우빈) 의상 가드/썬더 역(김우빈) 의상
이안 역(김태리) 의상 이안 역(김태리) 의상

조상경 의상감독 인터뷰
사실은 우리는 조상경 의상감독의 손을 거친 의상을 익히 봐왔다. 잘 모르겠다고? <신세계>(감독 박훈정, 2013)에서 정청(이정재)이 입은 수트, <친절한 금자씨>(감독 박찬욱, 2015)에서 이영애가 입었던, 물방울무늬가 불규칙적으로 나열된 땡땡이 원피스가 떠오른다. <타짜>(감독 최동훈, 2006)에서 김혜수가 입었던 원색 계통의 실크 원단의 원피스는 정 마담(김혜수)의 섹스어필한 매력을 극대화하는 무기이자, 수컷들이 득실거리는 도박판에서 기가 전혀 눌리지 않게 해준 보호막이었다. <헤어질 결심>(2022) 이전에 <만추>(감독 김태용, 2011)가 있었다. <만추>에서 현빈과 탕웨이가 각각 입은 짙은 갈색 계통(현빈)과 옐로 계통(탕웨이)의 낡고 긴 코트는 안개가 자욱한 시애틀과 더없이 잘 어울렸고, 다시 헤어질 수밖에 없는 두 남녀의 쓸쓸한 운명과 애틋한 감정을 암시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영화 4편이 한주 간격으로 맞붙었던 올해 여름 시장에서 조상경 의상감독이 작업한 영화만 <외계+인> 1부와 <헌트>, 두 편이나 된다. 데뷔작 <피도 눈물도 없이>(2002)부터 최근의 <헌트>까지 지난 20년 동안 수많은 영화 속 인물들의 의상들을 창조해낸 그를 만나 <외계+인> 1부, <헌트> 그리고 에미상 6관왕을 차지했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게임> 등 한국영상자료원에 기증한 세 작품에 대한 작업기를 들었다.
김성훈
<헌트>보다 앞서 올해 여름 시장에 개봉햇던 최동훈 감독의 신작 <외계+인> 1부 얘기도 해보자. SF 판타지 장르인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의상감독으로서 이야기가 어땠나.
조상경
<외계+인> 1부는…스스로 반성을 많이 했다. 전작 대부분 그랬듯이 이 영화 또한 시나리오 초고부터 받아서 읽었고, 감독님과 함께 브레인스토밍을 해서 발전시킨 뒤 촬영했다. 코로나 19 전이던 지난 2019년 가을에 시나리오를 받아서 2020년 프리 프로덕션 작업을 시작했고, 2021년에 촬영을 한 것이다. 최동훈 감독의 데뷔작인 <범죄의 재구성>(2004)을 함께 작업한 뒤로, <타짜>(2006) <암살>(2015)을 함께 호흡을 맞춘 만큼 최동훈 감독에 대한 신뢰도가 컸고, 지금도 여전히 그에 대한 신뢰감이 크다. 시나리오에 관한 얘기보다 시나리오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했던 것도 그래서다. 20년 가까이 알고 지냈는데 최동훈 감독이 이렇게 신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서 너무 좋더라. 지금도 최동훈 감독을 굳게 믿는다. 그래서 1부 흥행 결과 때문에 많이 속상했다.
김성훈
이 영화의 과거는 고려라는 시대적 배경이 제시되어 있지만, 과거와 현재를 오가고,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드는 이야기라 의상감독 입장에선 과거를 어떤 방식으로 구현하는지가 중요했을 것 같다.
조상경
‘여말선초’가 이야기의 시대 배경이었다. 고려와 조선 사이의 굉장히 혼란스러웠던 시기. 등장인물은 왕족이나 양반이 아니었고. 고려풍의 의상을 재현하면 모 드라마처럼 또 역사 왜곡 이슈가 제기될 우려가 있어 조심스러우니 인물의 의상들을 좀 더 힙하게 표현하는 게 어떻겠냐고 최동훈 감독님께 제안했었다. 그 당시라면 어떤 스타일을 보여주더라도 지금 젊은 관객들은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싶었고. 이런 생각들을 나누면서 의상 작업의 출발점이 됐던 건 무륵(류준열)의 청녹색 도포. 다른 사극을 작업할 때도 마찬가지지만, 옷을 입는 배우가 보여주는 고유의 색이 있다. 평소 배우 류준열의 매력을 잘 알고 있다. 캐릭터와 작품을 열심히 준비하고, 감각과 센스가 좋다. 무엇보다 류준열은 되게 밝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데, 이야기의 무대가 고려이기도 해서 물과 하늘의 색감인 청녹색이 어울리겠다고 판단했다. (류)준열이의 외모와 액션, 움직임을 고려해 좀 더 밝고, 가벼운 의상을 여러 겹 입혔다. 색감이라고 하면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색깔들.
김성훈
김태리가 맡은 이안의 한복 의상은 붉은색을 베이스로 하는데.
조상경
이 영화는 등장인물이 많아서 여러 인물이 한 공간에 모였을 때 캐릭터들이 확연히 구분되어야 했다. 더군다나 이안은 1부에서 다 드러나지 않은 사연을 가진 인물이라 서사에서 선명하게 표현하는 게 중요했다.
김성훈
김우빈이 연기하는 가드와 썬더는 현재를 배경으로 등장하는 캐릭터인데 가드가 그레이 톤의 코트를 입는다면 썬더는 핑크색 상의를 입어 크게 대비된다.
조상경
가드는 불필요한 장식 없이 미니멀하게 표현하는 게 중요했다. 오랜 시간 지구에서 잘 머무르고 있고, 이안을 돌보는 보호자로서의 모습을 고려해 그레이톤의 코듀로이, 니트 등 온기가 느껴지는 소재를 골랐다. 반대로 썬더는 더 발랄한 컨셉의 점프 슈트, 1970년대 스타일의 빈티지 양복과 핑크색 의상으로 표현했다. 사실 썬더의 핑크색 의상은 우연히 발견된 것이다. 의상 피팅할 때 (김)우빈이가 ‘가드는 감이 잡히는데 썬더는 잘 모르겠다’고 하더라. 다소 경직된 핏으로 표현하는 가드와 달리 썬더는 시도하기 나름인 캐릭터인데, 우빈이가 옷에 따라서 연기가 바뀌고, 최동훈 감독님은 그러한 변화를 잘 관찰하다가 캐치하는데 도가 튼 연출자다. 그래서 내 작업실에서 썬더에 맞는 여러 의상들을 피팅하다가 여성용 핑크 자켓 하나를 발견했다. (김)우빈이한테 ‘이거 한번 입어볼까’하며 대보았는데 느낌이 확 살더라. 우빈이도 편하게 받아들였고. 가드와 구분되는 의상이라 아주 우연한 기회로 썬더의 캐릭터를 찾을 수 있었다.
김성훈
김의성씨가 연기한 빌런, 자장 법사는 승려의 법의를 통해 빌런 특유의 비밀스러움을 표현한 것 같더라.
조상경
모든 원단을 수작업으로 염색했는데 작업 시간이 오래 걸려서 촬영 하루 전날까지 손을 봐야했다. 자장 법사가 입은 법의는 색감이 붉은색을 중심으로 두고 노란색과 파란색을 섞어 토색과 자황색을 활용했다. 자장 법사가 쓴 가면은 광대가 부각된 채 입은 웃는 전통적인 탈 형태와는 전혀 다른 컨셉이다.
글 김성훈(<씨네21> 기자) / 사진 김성백(스튜디오 '오늘의 나' 작가) / 편집 이주영(한국영상자료원 수집카탈로깅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