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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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증된 영화유산

파일럿

  • 감독 김한결
  • 각본 조유진
  • 출연 조정석, 이주명, 한선화, 신승호, 오민애
  • 조명 김민재
  • 편집 남나영
  • 음악 프라이머리
  • 미술 김현옥
  • 의상 김정원
  • 제작사 쇼트케이크 (주)무비락

(주)무비락 기증 <파일럿>의상
한국항공 기장복 조정석(한정우역)의상 한국항공 기장복 조정석(한정우역)의상
한에어 부기장복 조정석(여자정우역)의상 한에어 부기장복 조정석(여자정우역)의상
조정석(여자정우) 의상 조정석(여자정우) 의상
조정석(첫등장씬)의상 조정석(첫등장씬)의상
파일럿 모형비행기 파일럿 모형비행기

김정원 의상감독 인터뷰
<가장 보통의 연애>(2019)를 연출했던 김한결 감독의 신작 <파일럿>은 흥행(관객수 470만명)과 비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영리한 영화다. 이 영화는 잘 나가던 파일럿에서 한순간에 실직자가 된 한정우(조정석)가 뜻밖의 신분 세탁으로 재취업에 성공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고령화가족>(2013) <오늘의 연애>(2014) <로봇, 소리>(2015) <미씽 : 사라진 여자>(2016) 등 여러 영화 속 의상을 맡았던 김정원 의상감독에게 이 영화는 1인 2역 캐릭터를 표현하는 게 도전이었다.
김성훈
<파일럿>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이야기가 어땠는지 궁금하다.
김정원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할 수 있을 법한 말실수로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것을 잃어버린 남자가 고군분투하는 이야기였다. 남자 배우가 여장을 해야 한다는 특수성이 있어서 의상 작업이 재미있겠다 생각했다.
김성훈
말씀대로 배우 조정석이 한정우와 한정미 2역을 연기하는 게 이 작품의 관건이었을 것 같다. 그점에서 어떤 도전이라고 보았나.
처음부터 이 영화는 VFX(시각특수효과)나 특수분장을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현실성을 바탕으로 접근해야 했다. 조정식이 여장을 하는 한정미는 관객들에게 예쁘고 아름다운 여자로 보이기 위해 너무 과한 느낌을 주지 않기를 원했다. 거부감이 들지 않게 일상성이 넘치는 여자 캐릭터를 표현하는 것이 저의 목표였다.
김성훈
조정석 배우가 연기하는 한정우와 한정미는 각각 어떤 캐릭터로 해석했나.
김정원
한정우는 사회적 성공과 가족에 대한 책임감으로 그냥 열심히 살아온 남자. 영화의 초반부에선 성공한 사람의 여유가 느껴지지만, 사건이 벌어진 뒤로 재취업이 쉽지 않으면서 점점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서사가 전개되면서 자신과 자신의 주변 사람 그리고 성공의 도구로만 생각했던 비행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돌아보며 자아성찰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한정미는 한정우가 취업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시작한 여장으로 탄생한 캐릭터. 위장 캐릭터이기에 들키지 않기 위해 최대한 튀지 않으려고 조심하고 애쓰지만, 사건이 벌어진 뒤로는 대중에게 노출되고, 여장의 모습으로 다시 찾아온 성공과 관심을 즐기는 인물이다.
김성훈
프리 프로덕션 때 김한결 감독과 가장 많이 논의한 부분은 무엇인가. 김한결 감독이 특별히 주문한 것은 무엇이었나.
김정원
관객들이 보기에 거부감이 들지 않게 일상성이 넘치는 여자 캐릭터를 만드는 것이 내 목표이자 감독님의 목표였다.
김성훈
한정미(조정석)가 다니는 항공사의 파일럿 의상은 검은색 정장 자킷과 바지, 그리고 흰색 와이셔츠에 와인색 넥타이로 설정했다. 반대로 한정우가 다녔던 항공사의 유니폼은 검은색 정장과 바지에 흰색 와이셔츠, 남색 계열의 넥타이를 설정했다. 이것은 두 항공사를 구분하기 위한 의도였을텐데, 어떻게 설계하셨나.
김정원
작품을 준비할 때 정말 많은 종류의 기장복을 레퍼런스로 찾아보았다. 이 영화에는 한국항공과 그것의 계열사인 저가항공사 한에어, 두 항공사가 나오지 않나. 한국항공의 잘 나가는 에이스 기장 한정우 일때는 네이비와 골드를 메인 컬러로 설계해 그의 권위와 전문성을 표현하고 싶었다. 저가항공사 한에어의 부기장 한정미의 경우, 그레이와 실버 그리고 와인을 메인 컬러로 설계해 캐주얼한 느낌을 주려고 했다.그리고 영화 전반적으로 남성복을 입을 때는 블루 톤을 , 여장을 했을 때는 레드나 핑크를 기반으로 배치하여 색감으로 가시적 변별력을 보여주고자 했다.
김성훈
한정미는 여성(으로 가장한) 캐릭터다보니 조정석씨가 체중을 감량해야 항공사 유니폼을 입었을 때 여성 느낌이 나기 때문에 배우가 이 의상을 소화하기 위해 꽤 고생을 많이 했을 것 같다. 의상감독으로서 조정석 배우에게 특별히 요청한 게 있었나.
김정원
남성에게서 여성성을 실루엣으로 보여주려면, 그러니까 여성의 가슴이나 골반 라인을 표현하려면 무언가를 계속 덧대는 작업을 해야만 한다. 부피가 점점 커진다는 말이다. 여자처럼은 보일 수 있는데 그냥 여성이 아닌, 조금 더 예쁜 여성으로 보이고 싶으면 감량하고 라인을 좀 더 매끈하게 표현하기 위해 근육 운동은 삼가해달라고 조정석 배우에게 부탁드렸다. 의상을 피팅하기 전에 사이즈 체촌을 할때 많은 배우들이 감량을 약속하지만 그 약속을 지키는 배우는 정말 손가락에 꼽는다. 조정석씨는 정말 많이 감량해 주셨고 촬영 내내 그 체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감동했다.
김성훈
보도된 기사들을 보면 조정석 배우가 100벌이 넘는 옷을 피팅했다고 알려졌는데, 이렇게 많은 옷을 피팅했던 건 단순히 사이즈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나.
김정원
의상은 수학 문제처럼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보는 사람마다 다르고 이것이 최선인가 끝까지 고민했던거 같다. 당시 유행하는 오버핏 의상도 입어보고 캐릭터가 강하게 드러나는 의상도 입어보고 실루엣이 드러나는 클래식한 의상도 입어보았다. 정말 많이 입어봤던거 같다.
김성훈
한정우가 한정미로 변신한 뒤 처음 밖으로 나오는 시퀀스에서 한정미가 입은 원피스가 인상적이었다. 꽃무늬 패턴도 예뻤고, 치마의 뒤쪽이 앞쪽보다 더 긴 거도 흥미롭더라.
김정원
남자가 여장을 하고 처음 밖으로 나가 많은 사람들 사이를 걸으면 과연 다른 사람들이 나를 여자로 봐줄까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나서는 시험 무대 같은 느낌이었을 것이다. 남자가 여장을 한다고 했을때 가장 여성스럽다고 생각하는 아이템이 뭘까 고민한 끝에, 꽃무늬 패턴의 원피스를 선택하게 되었다. 원피스는 원래 미디 길이였는데, 조정석씨의 다리가 예뻐 보여서 다리가 더 돋이는 게 좋겠다 싶어 디자인을 언밸런스하게 수정한 것이 지금 영화 속 원피스다.
김성훈
<파일럿>은 흥행도 잘 됐고, 비평적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 작품에 참여한 의상감독으로서 <파일럿>은 어떤 의미가 있는 작품인가.
김정원
의상으로서 흔하게 접할 수없는 1인 2역의 캐릭터를 해볼 수 있어서 재미있기도 하고 티나지 않게 더없이 힘든 작품이었다.
김성훈
현재 작업하고 있는 신작은 무엇인가.
김정원
이한 감독님의 신작을 준비하고 있다.
글 김성훈(<씨네21>기자/ 사진 김성백(스튜디오‘오늘의 나’작가) / 편집 우혜경(한국영상자료원 수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