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선
처음 시나리오 읽었을 때 만화를 읽듯이 재미있게 읽었다. 동시에 ‘오니‘에 대한 궁금증과 그를 어떻게 구현해야할지 걱정과 기대감이 동시에 들었었다.
김성훈
이 작품은 장르 영화이면서도 서사 안에서 리얼리티를 확보하는 게 중요했을 것 같다. 이 영화 속 등장인물의 전체적인 의상을 설계할 때 가장 고민했던 건 무엇인가.
최윤선
오컬트적인 무드를 유지하면서 실재하는 직업군인만큼 리얼리티를 해치지 않으면서 각 캐릭터들에게 그만의 생동감과 컬러를 넣고 싶었다. 장재현 감독님은 다른 것보다 화림(김고은)과 봉길(이도현)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한복을 입고 쪽머리한 무당의 느낌이 아닌 세련되고 힙한 느낌을 표현해주길 바라셨다.
김성훈
말씀대로 화림과 봉길이 등장하는 오프닝 시퀀스에서 둘의 옷차림을 보면 무속인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많은 관객들도 이 둘의 외양을 보고 ‘MZ 무당’이라고도 하지 않았나.
최윤선
앞서 말씀드린대로 무속인하면 생각나는, 화려하고 원색적인 컬러는 배제하고 세련된 커리어 우먼같은 느낌을 표현 하려고 노력했다.
김성훈
대살굿 시퀀스에서 화림의 의상(쾌자, 가슴띠, 두루마기, 저고리, 치마, 속치마)은 전체적으로 검은색, 파란색, 남색으로 톤이 구성됐던데.
최윤선
대살굿에서 의상 컨셉을 잡을때 실제로 굿하는 영상을 가장 먼저 찾아봤지만, 실제 굿에서는 한복들의 색이나 디자인이 너무 화려하고 원색적인 한복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자문해주시는 선생님께 그걸 꼭 지켜야 하는 것인지 물어보니 극중 화림은 장군신을 모시는 것이기 때문에 푸른색의 의상을 꼭 입어야 한다고 알려주셨다. 그래서 컬러는 지키되 영화의 무드에 맞게 채도를 조절해 톤다운 되면서도 청색을 확실히 보여지는 색의 쾌자를 입혔다.
김성훈
많은 관객들은 대살굿 시퀀스에서 화림이 신은 컨버스를 주목하기도 했다. 무속인 의상에선 확실히 강조가 되는 신발이었는데. 어떻게 하다가 컨버스를 신겨야겠다고 생각했나.
최윤선
감독님이 많은 무당과 굿판을 다니면서 실제로 굿을 할때 운동화를 신고 굿을 하는 무당을 본 적이 있다면서 화림에게도 굿을 할때 운동화를 신기자고 제안을해주셨다. 화림은 굿을 할 땐 꼭 신는 운동화로…운동화로 갈아 신으면서 의식이 시작되는 뭔가 다잡고들어가는 의미가 있던거 같다.
김성훈
상덕(최민식)과 장의사 영근(유해진)의 의상은 어떻게 설계했나.
최윤선
상덕과 영근은 실제 있는 직업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의상을 구현하는 것이었다.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상덕은 양복을 입을때도 늘 등산화를 신는 설정을 넣고, 영근은 어느 정도 코믹한 캐릭터를 위해 패턴있는 베스트를 설정해서 다채롭게 표현하고 싶었다.
김성훈
개인적인 질문도 여쭙고 싶다. <와니와 준하>로 의상 경력을 시작하신 것 같다. 어떤 계기로 의상 일을 하게 됐나.
최윤선
<와니와 준하>로 영화를 시작하게 되었고, 전공이 의상학과였는데, 단순히 옷만 만들고 디자인하는것 보단 대상이 확실한 캐릭터를 만드는 일에 더 흥미가 있었던거 같다. 대학 졸업반 때 영화 의상팀에 합류하면서 영화 의상 일을 시작했다.
김성훈
의상감독으로 데뷔하신 영화 <구세주>(2006)였다. 데뷔작은 어떤 작업이었나.
최윤선
처음으로 혼자 했어야 했던 작업이라 많이 서툴고 힘들었는데…코미디 장르를 처음 하는 거라 많이 헤맸던 기억이 난다.
김성훈
되돌아봤을 때 <파묘>는 어떤 작업으로 기억에 남을까.
최윤선
<파묘>는 개인적으로는 오컬트 장르를 해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재밌고 훌륭한 영화에 참여하게 되서 영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