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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증된 영화유산

더에이트쇼

  • 감독 한재림
  • 각본 한재림
  • 출연 류준열 , 배성우 , 천우희 , 박정민 , 박해준
  • 촬영팀 김준범
  • 조명팀-조명지원 이준협
8인의 남녀가 8층으로 나뉜 비밀스러운 공간에 갇힌다. 그리고 ‘시간이 쌓이면 돈을 버는’ 쇼가 시작된다. 협력과 대립, 반목과 배신을 거듭하는 참가자들. 그들 사이에서 원초적 욕망이 격돌한다. (출처 : 넷플릭스)

넷플릭스 기증 <더 에이트쇼> 의상
4층역(이열음 의상) 4층역(이열음 의상)
4층역(이열음 의상) 4층역(이열음 의상)
5층역(문정희 의상) 5층역(문정희 의상)
3층역(류준열 의상) 3층역(류준열 의상)

류현민 의상감독 인터뷰
영화 <관상>(2013) <더 킹>(2017) 등을 연출한 한재림 감독의 첫 시리즈 연출작인 넷플릭스 <The 8 Show>는 자본주의의 민낯을 거리낌 없이 드러낸 소동극이다.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8명의 인물이 8층으로 나뉜 비밀스러운 공간에 갇혀 ‘시간이 쌓이면 돈을 버는’ 위험한 쇼에 참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잘 알려진대로 <머니게임> <파이게임> 배진수 작가의 두 웹툰을 하나로 각색한 이야기다. 한재림 감독의 전작 <더 킹>에 이어 두 번째 호흡을 맞춘 류현민 의상감독은 <The 8 Show> 속 등장인물 8명에게 어떤 색을 불어넣었을까.
김성훈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의상감독으로서 이야기가 어땠나.
류현민
웹툰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시나리오로 먼저 접근했다. 내용적으로 인간의 본성과 민낯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가볍에 보고 끝내는 오락적인 작품이 아니라 생각이 들었고, 그런 이유에서 마냥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에이트쇼 안의 별개 공간이 공연 무대처럼 어떻게 디자인 할 수 있을까하며 많이 상상할수 있는 작품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조금 설레였던 것 같다
김성훈
한재림 감독과는 전작 <더 킹>을 함께 한 바 있다. 프리 프로덕션 때 한재림 감독이 이 시리즈 속 인물들의 의상 톤앤매너나 컨셉이 어떠해야 한다고 요청했나.
류현민
감독님과 두 번째이긴 하지만 이 작품은 전작에 비해 더 많고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작품이다. 1층부터 8층까지의 인물들의 컨셉은 인물의 전사를 바탕이 되지 않았나 싶다. 감독님께서도 각자의 캐릭터와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내주기를 요구하셨고, 각각의 스토리들이 존재했기에, 가령 3층 진수(류준열)는 평범해 보이는 편의점 알바생처럼, 2층 춘자(이주영)는 운동한 듯한 근육질에 굳세게 열심히 배달을 하는 사람으로, 그리고 5층 문정(문정희)은 명품 가방으로 부유하게 살았던 과거가 살짝 드러나도록…이처럼 직관적인 표현으로 캐릭터가 드러나길 원하셨다.
김성훈
시리즈 <The 8 Show>가 원작과 가장 큰 차이점은 주요 공간의 구성과 색감, 톤인 것 같다. 무채색의 칙칙한 시멘트 건물 톤인 원작과 달리 시리즈 속 공간은 색감이 채도가 강하고, 색감이 다양하며, 가지각색의 소품들을 배치했다. 8명의 인물들이 입는 단체복은 흰색 정장 상하의에, 마치 그림을 그려놓은 듯한 디자인으로 설계된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들이 입는 단체복을 설계할 때 가장 고민했던 것은 무엇인가.
류현민
제작 초반, 한재림 감독님과 컨셉적인 이야기를 나눌 때는 등장인물들을 리무진과 레드카펫으로 극진히 모시는 듯한 초대장 처럼 의상도 갖춰입고 격식있는 분위기로 가는게 어떻겠냐는 방향성을 말씀해주셨고, 그렇게 해서 잡은 시안은 성별만 다른 두 가지의 유니폼을 동일하게 지급하는 것이었다. 그 이후 많은 디자인과 상황적 설정의 회의들이 오갔는데 어느 날 회의 중 의상에도 공간적 설정처럼 가짜 같은 요소가 있으면 재밌겠다는 한마디가 지금의 의상 컨셉이 나오게 된 계기였다.
김성훈
이들이 입은 정장에 사인펜으로 선을 그은 설정이 재미있더라.
류현민
정장에 사인펜을 그린 듯한 디자인은 이미 해외 유명 브랜드들이 오래 전에 시도했던 커스튬 디자인들을 참고했다. 중간 중간 감독님의 의견(숫자가 커서 CCTV로도 누구인지 숫자로 알아볼수 있었으면 좋겠다)이나 박해준 배우님의 의견(주머니를 티 안나게 살짝 만들려 했으나 주머니고 뭐고 아무것도 없고 불편해야 연기하기 좋을 것 같다) 등을 디자인에 녹여냈다. 막상 촬영이 시작되고 배우들은 옷에 아무 소지품도 넣을 수 없게 되자 꽤나 불편해했다. (웃음)
김성훈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고, 인물들이 단체복을 입는다는 설정 때문에 의상감독으로서 장단점이 있었을 것 같다.
류현민
한정된 공간이지만 학교나 어느 공간 같은 꼭 이래야만 하는 설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게 큰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다양하게 상상하고 생각하며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재미가 있다는게 장점이면서 한편으로는 그 어떤 유니폼도 단체복으로 가능하다는 게 컨셉의 수와 디자인의 방향성이 광범위해져 버려서 좁히는데 꽤 많은 시간을 쏟았다. 그리고 결정된 단체복 디자인이 이 작품의 아이덴티티로 관객을 설득시켜야 하는데 부담감이 꽤 크게 작용한 점도 단점일 수 있겠다.
김성훈
천우희 배우가 연기한 8층 세라역은 등장인물 중에서 가장 다양하고, 형형색색의 의상을 입는 인물이다.
류현민
그녀도 전사 에피소드에서는 저층 사람들과 다르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현실적이지 않는…가장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성격의 소유자이면서 소비를 생각하는 관점에서의 8층은 관찰자 그 이상의 캐릭터가 아닌가 싶었다. 8층이 입는 의상들은 복식적인 요소로 존재하는 것 외에 재미적인 요소, 게임적인 요소 로 등장하기를 바랬다. 그래서 초반에 구입했던 의상도 평상시 입지 않을 법한 디자인으로 선택했고, 그 뒤 소비하는 의상도 재미로 샀을 만한 요소로 보일 수 있었으면 했다. 초반의 설정과 달리 극 중후반에 조금 다르게 보였으면 하는 전환점이 있는데 점차 커져가는 고층의 권위가 조금 더 보일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의상을 디자인하고 선택했던 것 같다.
김성훈
이주영 배우가 연기한 2층 춘자는 정장 상의를 입기보다 타이트한 티셔츠 차림인데. 아무래도 이렇게 의상을 디자인하신 건, 2층이 가진 힘을 신체를 통해 보여주기 위한 목적으로 봐도 될까.
류현민
네 아무래도 2층의 캐릭터는 여자지만 강인하고 의리있는 캐릭터였고, 6층 태석(박해준)과 단둘이 싸움을 해도 밀리지 않아보여야 했다. 초반 피팅때 다른 핏의 티셔츠들을 피팅해봤는데 좀 더 말라보이거나 강해보이는 느낌이 약해서 캐릭터를 가장 잘 보여줄수 있는 방법이란 생각에 선택하게 되었다. 그래서 자켓 디자인도 2층만 바이커자켓 스타일로 디자인했다.
김성훈
이 건물에 들어오기 전, 과거 속 인물들의 의상은 저마다 전사를 짐작하게 하는 설정으로 설계된 것 같다. 각각의 인물마다 의상을 통해 표현하고 싶은 것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 부탁드린다.
류현민
전사는 의상이라는 접근보다 그 짧은 시간에 이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가장 잘 표현하는거에 중점을 두었던 것 같다. 8명이 각기 다른 에피소드를 가지고 있었고 그 설정에 충실했지만 8층 세라의 웨딩드레스 설정만 등장했을 때 이사람이 무얼하다 온건지 모르게끔 생각해 설정한 의상이었다.
김성훈
현재 작업하고 있는 작품은 무엇인가. 의상감독으로서 어떤 도전이 되는 작업이 될지 작은 팁을 알려주신다면.
류현민
한재림 감독님과의 세번째 만남으로 <현혹>을 준비하고 있다. 시대적인 배경에 뱀파이어 설정이 새롭게 다가왔던 것 같고 판타지적이고 아름다운 도전이 되었으면 한다.
글 김성훈(<씨네21>기자/ 사진 김성백(스튜디오‘오늘의 나’작가) / 편집 우혜경(한국영상자료원 수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