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상자료원은 8월 30일부터 9월 18일까지 1950년대 미국에서 제작된 SF 장르영화 중 몬스터가 등장하는 14편의 작품을 상영한다. 이번 기획전에선 괴수, 괴인, 외계인 등 이형의 존재를 범박하지만 몬스터로 규정하였다. 상영과 함께 1950년대 SF 영화, 거대 괴수, 특수효과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4번의 강연과 1번의 북토크가 준비되어 있으며, 30일부터 시네마테크KOFA 로비에 피규어들을 전시할 예정이다. 

50년대 SF 영화들은 SF 소설, 미국과 소련의 체제경쟁, 원자폭탄에 대한 공포, 텔레비전의 위협 등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획전에서 상영되는 작품들을 살펴봐도 SF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 많고, 우주인과 거대 괴수들이 지구를 침략하는 행위를 냉전 현실로, 거대 괴수 그 자체를 핵무기로 읽을 수도 있다. 특히, SF 영화인 만큼 과학에 대한 영화들의 태도를 살펴보면 흥미로운데 영화들은 이전과 달리 통제에서 벗어난 과학을 공포로 그리는 동시에 위협을 해결하는 수단 또한 과학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50년대 몬스터들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영화를 보며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자신만의 몬스터 계보를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심해에서 온 괴물>, <방사능 X>은 방사능으로 태어난/깨어난 괴수 영화의 효시이고, <우주전쟁>, <지구 대 비행접시>는 우주 침공 영화의 원형으로 인정 받고 있다. <괴물>, <신체 강탈자의 침입>은 시대에 따라 리메이크되어 그 생명력을 이어오고 있고, <검은 늪지대의 생명체>는 <쉐이프 오브 워터>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유명하다. 상영하는 대부분의 작품들이 후대 몬스터 영화들의 캐릭터, 내러티브, 미장센에 큰 영향을 끼쳤다. 

디지털로 만들어진 몬스터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아날로그 기술로 만들어진 몬스터들은 위협적이기 보다 귀엽게 느껴질수도 있다. 그럼에도, 아날로그 몬스터들은 자연스러운 디지털 몬스터들이 가지지 못한 매력들을 가지고 있다. 특히, 레이 해리하우젠이 특수효과를 담당한 4편의 작품 <심해에서 온 괴물>, <놈은 바닷속으로부터 왔다>, <지구 대 비행접시>, <지구에서 이천만 마일>을 감상해보길 추천한다.

상영하는 작품들 중 다수는 인터넷에서 손쉽게 볼 수 있지만, 몬스터 영화의 진정한 매력은 우리가 극장에서 큰 스크린에 등장하는 괴생명체를 마주할 때 생겨난다고 믿는다. 마지막으로 <킹콩 대 고지라>는 기획전의 시기와 맞지 않지만, <킹콩>과 <고지라>를 한 번에 볼 수 있고 거대 괴수 격투물의 전범인 것을 고려해 상영작으로 추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