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테크KO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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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빙의 짧은 영화들

기간: 2024.04.30.화 ~ 05.11.토 |장소: 시네마테크KOFA 2관

  • 강연
왕빙의 짧은 영화들 대표 이미지

중국 북동부의 몰락한 공업지역 철서구를 2년간 촬영한 <철서구(鐵西區)>는 왕빙의 데뷔작이자, 21세기 새로운 시네아스트의 탄생을 알린 작품이다. 그는 중국 사회에서 주체성을 박탈당하고 소외된 ‘인민’을 지속해서 관찰하고 있다. 작품 속 ‘인민’은 중국 사회라는 특수성 안에만 갇히지 않는다. 그의 작품은 오늘날 체제 이행, 이데올로기의 대립이 만들어낸 배제된 자리를 드러내며 보편성을 담지한다. 카메라의 위치와 거리 즉 무엇을 어떻게 담을 것인가에 대한 윤리적 문제, 지나가 버렸거나 인지하지 못한 시간을 담아내는 미학적 차원에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며 왕빙은 오늘날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한명이 되었다.

왕빙의 유명세와 달리 그의 작품을 관람하기 쉽지 않다. 첫째로 국내에 개봉하지 않기에 영화제 또는 일부 예술/독립 극장에서만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상영시간이다. <철서구> 551분, <원유> 840분, <사령혼: 죽은 넋> 496분 등 왕빙의 작품은 길기로 유명하다. 하루를 꼬박 영화를 관람하는데 쓰는 일이 쉽지 않기에 이름만 듣고 영화를 관람하지 못했거나 언젠간 봐야 한다는 부채감마저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왕빙이 인터뷰에서 밝혔듯 그의 모든 작품이 긴 것은 아니다. 상영시간 60분이 채 안 되는 작품부터 120분, 150분 등 다양한 작품이 존재한다. 

이번 기획전은 왕빙 감독의 초기작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상대적으로 상영시간이 짧은 9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석탄의 이동과 거래의 민낯을 세밀하게 포착한 <석탄가격>, 정체 모를 남자의 일상을 통해 숭고함을 느끼게 하는  <이름 없는 남자>, 가난으로 빚어진 고된 일상과 가족 해체를 담아낸 <세 자매>와 이를 짧은 버전으로 재편집한 <얼론>, 아들을 집으로 데리고 온 노동자의 집안 풍경을 통해 삶의 조건과 미디어의 관계를 탐구하는 <아버지와 아들>, 내전을 피해 국경을 넘어온 타앙족의 불안한 여정과 감정에 집중하는 <타앙-경계의 사람들>, 영세의류공장에서 일하는 다양한 노동자들의 삶의 단면을 보여주는 <비터 머니>, 알츠하이머병을 앓아온 팡슈잉의 죽음을 담은 <미세스 팡>, 독일에서 망명자로 살아가고 있는 음악가 왕시린의 음악과 증언, 퍼포먼스로 구성된 <흑의인>를 상영한다. 이번 기획전은 그의 작품 세계의 변천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더불어 왕빙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을 위해, 그를 국내에 소개하고 <광기가 우리를 갈라 놓을 때까지> 촬영 현장을 담은 다큐멘터리 <천당의 밤과 안개>를 연출한 정성일 감독/평론가의 강연도 준비되어 있다. 

 ※ 강연 
- 일시: 5월 11일(토) 14:30 <흑의인> 상영 후
- 제목: 왕빙 입문 가이드
- 강연자: 정성일 감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