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FA 컬렉션

1961년 한국영화 개봉작 컬렉션

1961년 한국영화 : 변화와 도약의 순간들
 
전후 한국영화사에서 1961년은 주목할 만한 성과를 선취한 해였습니다. “선취”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배경은 1961년이 ‘한국영화의 황금기’로 소개되는 60년대 한가운데 자리하기보다 새로운 변화를 마주한 해였기 때문입니다. 당시 한국영화 산업은 50년대 후반부터 급격히 늘어난 영화 제작편수와 극장 및 관객 수를 통해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1961년은 영화문화를 향한 폭발적인 수요가 제도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안정과 발전의 길목을 향해 나아가던 시기였습니다. 다만 당시 한국영화가 거둔 눈부신 성과들은 스무 편 남짓 한정된 작품에서 비롯됐으며, 두드러진 성과가 오히려 일시적이고 단편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는지 우려하는 관점 속에서 평가가 유보됐습니다.
 
4.19 혁명이 가져온 변화가 제대로 정립되기 전에 5.16 군사정변으로 가중된 사회혼란 속에서도 1961년에 한국영화는 “컬러 시네마스코프” 영화의 시대를 맞이했으며, 코미디, 가족 멜로드라마, 전쟁물, 궁중사극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발표됐습니다. 또한 배우 김승호가 <로맨스 빠빠>(신상옥, 1960)에 이어 <박서방>(강대진, 1960)으로 2년 연속 아세아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고 <마부>(강대진), <성춘향>(신상옥)이 3대 국제영화제 중 베를린, 베니스영화제에 각각 진출하면서 한국영화가 세계무대로 외연을 확장하기도 했습니다. <마부>는 베를린영화제 초청뿐만 아니라 특별은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두었습니다.
 
한편, 1959년에 한국영화 제작편수가 111편까지 치솟았다가 이듬해 92편, 1961년에 86편을 기록하면서 줄어든 제작편수만으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는 평가도 있었습니다(이듬해 한국영화 제작편수는 비약적으로 상승해 113편을 기록합니다). 물론 이런 결과가 도출된 배후엔 1960년에 새롭게 시행된 입장세법으로 한국영화 면세조치가 철폐되자 국산영화의 입지가 외국영화에 비해 비교적 위축되고 50년대 후반에 과열된 영화제작 경쟁으로 난립한 영화사가 문교부에 의해 64개에서 16개사로 정리되면서 나타난 영향이 함께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1961년 한국영화 제작환경과 산업이 성장 궤도로 올라섰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평균 제작비가 늘어났으며, 대작 영화제작이 성행하면서 제작규모와 시스템이 한 단계 도약했을 뿐 아니라 <성춘향>(신상옥)의 대성공(약 38만명)을 필두로 흥행에 있어 처음으로 국산영화의 성적이 외국영화를 압도한 해였습니다. “컬러 시네마스코프”의 등장이 보편화로 이어지기까지 60년대 전반에 걸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1962년이 돼서야 제작편수가 상승곡선을 타기 시작했지만 1961년은 전후 한국영화가 자본과 제도를 마련하고 산업으로서 수입외화를 능가하는 영향력을 드러낸 출발점이자 전환기로 평가되기에 아깝지 않은 해입니다. 전대미문의 변화를 마주하고 도약의 발판을 구축한 시점이었습니다.
 
 1961년 1월 개봉 <성춘향> 상영관 앞 광경(2016년 박행철 기증)
 
비단 산업과 제도의 측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뿐 아니라 1961년은 한국영화사를 대표하는 영화들이 대거 등장한 해였습니다. <삼등과장>(이봉래), <현해탄은 알고 있다>(김기영), <노다지>(정창화) 그리고 <오발탄>(유현목) 등 기념비적인 작품들이 개봉했으며, 이형표 감독이 데뷔작이자 대표작 <서울의 지붕밑>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성춘향>과 더불어 신상옥 감독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와 <상록수>, <연산군(장한사모편)>이 한 해에 걸쳐 모두 개봉해 관객의 지지를 얻었습니다. 정창화, 홍성기 감독 역시 3편의 영화를 발표하면서 왕성하게 활동했습니다. 이만희 감독은 <주마등>으로 데뷔한 지 3개월 만에 <불효자>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올해 한국영상자료원(이하 “자료원”)의 키워드이기도 한 ‘1961’을 기념하기 위해 KOFA컬렉션이 선보이는 “1961년 한국영화 개봉작” 컬렉션은 1961년 당시 극장개봉을 위해 상영허가를 받은 한국영화(장편 극영화) 78편을 대상으로 자료원이 보유한 관련 자료 정보를 종합적으로 정리한 결과물입니다. 여기서 개봉작으로 자료 범위를 지정한 이유는 ‘개봉’이란 경로가 당시 영화가 관객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매개이자 한편의 영화를 둘러싼 대외적인 지표를 창출한 공식적인 절차였기 때문입니다.
 
컬렉션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우선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KMDb)에 등록된 영화 정보를 기준으로 감독, 제작사, 개봉관, 개봉일 등 개봉작(심의를 받은 개봉 미확인 영화 포함) 78편에 대한 기본 정보를 정리했으며, 편당 관련 필름과 비필름 자료 보유 현황을 조사했습니다. 자료원이 보유한 자료 중 가장 대표적인 유형은 필름이지만 그 외 자료들을 가리키는 비필름 자료의 범위는 스틸, 포스터, 전단, 음반, 시나리오, 심의서류 등 보다 다종다양합니다. 비필름 자료는 필름의 부재를 대신해 해당 영화의 존재를 지탱하고 면면을 밝혀주는 귀중한 사료들입니다.
 
위 컬렉션에선 비필름 자료의 범위를 크게 시청각 자료와 문헌 자료 그리고 기타 자료로 분류했습니다. 자료에 대한 이용자의 접근 범위를 포함해 해당 내역에 대해 조사, 정리를 수행한 작업자의 관점에서 총평을 별도로 정리해 함께 수록했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위 내역이 1961년 한국영화 개봉작에 한해 자료원이 처음으로 미보유 자료 현황을 이용자에게 공개하는 사례임을 언급하고 싶습니다.
   
(서울시내 개봉을 중심으로)10만명 이상 관객을 동원한
1961년 한국영화 흥행작 13편
 
컬렉션의 부록으로 1961년 1월부터 12월까지 개봉(하거나 심의를 받은)한 한국영화 목록을 일람으로 제작했습니다. 비교군으로 1961년에 발생한 영화계 사건과 당대 정치ㆍ사회ㆍ문화사를 병치함으로써 개봉작 일람이 역사적 맥락에서 어떤 현상과 경향을 반영하는지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두고자 했습니다. 가령, 심의를 통과하고 국제극장에서 개봉했던 <오발탄>(유현목)은 박정희 정권이 수립된 직후 재개봉이 이뤄지자 당국의 재검열 지시로 상영이 중단됐습니다. 군사정변으로 국도, 국제, 명보 등 서울시내 주요 개봉관들이 5일간 영업정지령을 수용한 와중에 무력으로 정권이 교체된 삼엄한 분위기 속에서 5월 18, 19일 상영일정도 눈에 띄는 대목입니다(명보극장은 다른 개봉관보다 영업을 일찍 재개하기도 했습니다). 

그 밖에 서울시내에서 광화문, 종로, 명동 일대를 중심으로 조성된 극장가 정보를 일람과 결부시킴으로써 오늘날의 복합상영관과 달리, 단관개봉이 일반적이었던 당시 영화관과 영화, 제작진, 관객이 만들어낸 복잡다양한 관계망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배치했습니다. 예를 들어, 주요 국산영화 개봉관 중 하나인 명보극장의 경우, 신필림과 제휴를 맺으면서 1961년 한 해에 신상옥 감독이 연출한 영화 네 편의 개봉을 독점한 기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성춘향>은 상영 기간만 무려 75일에 달하는 대기록을 세웠습니다. 이에 비해 열흘 차이로 거의 동시에 개봉한 <춘향전>(홍성기) 역시 당대 인기배우를 기용하고 컬러 시네마스코프 기술을 도입한 화제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관객의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습니다.

두 편의 경작 상영이 남긴 흥미로운 결과에 착안해 일람 정보를 바탕으로 1961년 주요 개봉관별 한국영화 개봉 비중과 같은 해 한국영화 흥행작 13편을 인포그래픽으로 구성해 1961년 극장가를 결산했습니다. 위 결산 결과를 통해 국산영화 전용관에 한해 50년대 후반과는 또 다른 60년대 초반 (서울시내) 극장가 현황 정보를 제공할 수 있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1961년 한국영화를 결산하며, 같은 해 발군의 활약을 보여주면서 화려하게 데뷔한 감독, 스태프, 배우 18명을 선별하고 소개함으로써 새로운 출발점으로 ‘1961’에 의미를 더하고자 했습니다.
 
“1961년 한국영화 개봉작” 컬렉션은 크게 두 가지 맥락에서 의의를 갖고 자료원이 보유한 자료 정보를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첫 번째로 78편의 영화를 통틀어 시나리오처럼 100% 가까이 보유한 자료 유형이 있는 한편, 필름처럼 수집을 열망하는 유형의 미보유 현황을 공개하고 이용자와 고민을 함께 하고자 합니다. 두 번째는 정보 집약적인 안내서로 ‘1961’을 주제로 공개를 앞둔 원내 프로그램에 대해 사전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이용자의 이해를 돕고자 합니다. 위 컬렉션을 통해 60년의 간극을 넘어 1961년 한국영화를 어제처럼 가깝게 느낄 수 있다면, 구축의 의의는 차고도 넘칠 것 같습니다. 

* 컬렉션 부록인 "1961년 한국영화 개봉작 정보 일람" 인쇄물을 별도로 제작해 6월 10일(목)에 개막하는 "시네마테크KOFA 발굴, 수집, 복원전"에서 '1961 코리언 시네마' 5편을 관람하시거나 한국영상자료원 영상도서관, 한국영화박물관을 이용하면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조사 • 정리 : 권세미(한국영상자료원 학예연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