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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로
그녀(문정숙)는 한국전쟁의 전상으로 장애인이 되어 지금은 모 일간지의 연재소설을 맡고 있는 남편(김진규)을 지극히 받들어 왔다. 남편은 전쟁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벗어 던지지 못한 채 하루하루 침울한 나날을 보내고, 그녀 역시 남편과 함께 인천의 외딴 저택에서 살면서 그 고통의 무게에 짓눌려 신음한다. 남편의 소설을 신문사에 전달하러 기차를 타고 서울로 간 그녀는 우연히 알게 된 젊은 기자(김정철)의 유혹에 빠져들고, 그 사실을 눈치 챈 남편은 아내의 부정을 모르는 척 한다. 청년은 그녀에게 멀리 떠나자고 조르고, 남편과의 숨 막히는 생활에 지친 그녀는 이에 동요하게 된다. 플롯의 전개 이전에 인물의 심리와 공간에 대한 묘사에 더 많은 부분을 할애하는 이만희식 모더니즘의 진가를 보여 주는 대표작이다. 서울역을 중심으로 한 영화 속 서울의 풍경이 돋보인다.
2006.05.20.토 11:30
2006.05.25.목 1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