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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야
The Whole Night
그녀(고은아)는 연령에 비해 벅찬 과거를 짊어졌다. 내일이면 피앙세를 따라 파리로 떠나야 하는 한국에서의 마지막 날, 비행기가 잘못 바뀌어 한 남자(신성일)와 알게 된다. 그녀는 그 남자를 첫눈에 사랑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고국을 등져야 하는 감회 때문일까, 하여간 너무 많은 것을 그에게 그것도 하룻밤에 요구한다. 어떻게 보면 도식적이다 싶게 그러한 정황 속의 한 젊은 여인의 정신적 방황에 줄 수 있는 처방전은 무엇일까 하고 묻는데 이 영화의 주제가 장치되어 있다. "사랑하니 이 땅에 그대로 남아라" 라는 말을 그녀가 기대했던 그 남자는 의외에도 신학도(신성일)였다. 이 신학도는 그녀에게 아무 것도 주지 못한다. 수습신부인 그는 그녀의 사랑을 받아들일 입장이 아니므로 실의에 찬 나날을 보내던 그녀는 마침내 자결하고 만다. 한 생명을 구하지 못한 남자는 십자가상 앞에 엎드린 채 떠날 줄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