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있는 곳, 영화를 만나는 곳, 영화가 당신을 기다리는 곳
최진성 감독 단편 모음
Short Films of Dir. Choi Jin-Sung
히치하이킹 (2004)
연애를 시작한지 6개월 된 그와 그녀가 처음 떠나는 여행. 기분 전환으로 계획한 여행이 시작부터 순탄치 않다. 그는 권태를 벗어나고자 그녀에게 새로운 자극을 요구하고 그녀 아닌 '그녀'는 그를 히치하이킹한다.
카레라이스 이야기 (2005)
일본 배우 하라다 카나가 제안해서 만들게 된 작품이다. 당시 독립영화 배우였던 카나는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에서 내 영화인 <히치하이킹>을 본 후에, 자신을 주인공으로 한 3분짜리 단편영화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을 해왔다.
3만엔의 제작비로 3분 분량의 작품을 하루 동안 연출해 달라는 것. 그녀는 자신을 주인공으로 한 3분짜리 단편 영화 15편을 모은 옴니버스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었는데, 이름하야 대략 <구직 여배우 프로젝트>였던 것 같다.
아직 메이저 배우가 되지 못한 자신의 포토폴리오를 이런 식으로 돌파하고자 했었던 것 같다. 카나의 에너지는 대단해서 15편의 감독들을 전세계의 인디영화제를 돌아다니며 직접 섭외한 미국, 한국, 독일, 일본 등의 감독들로 구성했고, 작품도 각국을 돌아다니며 촬영을 했다는. 우리나라에서는 나 외에도 김종관과 윤지원이 이 프로젝트에 함께했다. 나는 일본 여배우와 같이 작업할 수 있는 것도 좋은 경험이라는 생각하에 작업에 응했고, 일본어와 한국어라는 다른 언어를 쓰는 연인의 소통의 어려움에 대한 시나리오를 썼다.
남자 주인공으로는 <히치하이킹>에도 출연했던 선균이가 선뜻 촬영해 응해주었다. 이 영화는 이후 <에로틱 번뇌 보이>의 영화 속 영화로도 등장하게 된다. 카나에게 보내 준 버전은 약속대로 3분짜리였고, 여기서 상영하는 국내 배급 버전은 디렉터스 컷으로 7분이다.
저수지의 개들 take1 남한강 with 윈디시티 (2010)
레게 밴드 윈디 시티와 나는 공사가 한창인 남한강 현장으로 간다.
남한강 공사장 옆에서 우리는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
“강은 강이고, 산은 산이다”는 동어반복의 아름다움을 지켜주었으면 하는 바램이지만, 커다랗고 딱딱한 포크레인은 우리의 바램과는 달리 오늘도 바삐 움직인다.
저수지의 개들 take2 낙동강 with 바드, 정민아 (2011)
헝클어진 낙동강. 노래하는 사람인 바드와 정민아, 그리고 우리들은 마치 길 잃은 고아들처럼 낙동강 여기저기를 헤맨다. 돌이키기 힘들어 보이는 낙동강 한편에서 아코디언과 기타, 그리고 가야금으로 강과 바람, 그리고 모래를 연주하는 이들. 더불어 나지막이 ‘돌아올 수 없는 오래된 이야기’를 노래한다. 커다랗고 딱딱한 낙동강의 포크레인은 오늘도 여전히 분주하게 움직인다.
Jam Docu 강정: 중국집으로 간 항공모함 (2011)
제주도 서귀포시 최남단에 위치한 강정마을은 한적한 여느 시골과 다름없는 평화로운 마을이었다. 해안을 따라 뻗어있는 구럼비 바위에선 용천수가 솟아오르고, 멸종위기에 놓였다는 붉은발 말똥게가 줄을 지어 다니는 곳. 유네스코가 보전지역으로 지정하고, 제주 올레길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힌다는 7코스의 길목에 자리한 이 아름다운 마을에 해군기지가 들어올 수도 있다는 사실을 짐작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2007년, 해군은 남방해양 자주수호를 위해 제주도 남쪽에 기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해군 기지 건설은 마을에 경제적 부흥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설명도 잊지 않았다. 그 후로 강정마을 주민들은 기지 찬성과 반대 두 편으로 나뉘어 길고 긴 싸움을 시작했고, 그 싸움은 2011년 여름, 8명의 영화감독이 제주에 도착한 순간까지 계속되고 있었다. 나와 내 가족의 역사가 깃든 집과 땅, 우리 아이들을 키워낸 바다와 바위, 그리고 모든 생명을 지키기 위한 처절하고도 절박한, ‘전쟁’의 한 가운데서, 우리는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까.
2014.11.21.금 14:00 시네마테크KOFA 1관
2014.11.29.토 14:00 시네마테크KOFA 1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