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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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 위를 달려라, 길동!

  • 기간|2025.05.02.(금) ~ 08.30.(토)
  • 장소| 기획전시실

그림의 총 매수 125,300장, 그림의 가로 길이 합 3,759,000m, 남산 높이의 150배. 제작비 5,400만 원, 실사영화 10편 제작 가능한 제작비로 한국영화 사상 최고액. 
이 숫자는 1967년 개봉된 한국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 <홍길동>(신동헌)의 홍보 문구이다. 약간의 과장은 있을 수 있지만, 당시 열악했던 한국영화 산업을 고려해 본다면 상당한 인력과 자본이 투입된 것은 사실이다. 그 결과, <홍길동>은 개봉 이틀 만에 45,982명, 6일 만에 12만 명에 달하는 관객을 동원하며 그 해 한국영화 흥행 2위를 기록한다. 

<홍길동>의 흥행은 단순히 숫자적 성공에 그친 것이 아니라 애니메이션 산업 자체가 전무했던 당시에 우리의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로 담아내는 것은 물론 한국 애니메이션 스타일과 기준을 만들며 애니메이션 산업의 태동기를 이끌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 <홍길동>의 키애니메이터로 참여했던 유성웅, 정욱, 김대중은 각각 신원동화, 대원동화, 세영동화를 설립하여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의 원동력이 되었고, 상업적 가치가 있음을 확인한 극장가에서는 한해 2~3편의 장편 애니메이션을 선보였다.

1976년 <로보트 태권 V>(김청기)가 서울에서만 13만 명의 관객을 끌어 모으는 등 흥행에 크게 성공하면서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이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애니메이션이 방학 시즌을 겨냥한 어린이 문화로 정착하게 되면서 1967년부터 1990년대까지 개봉된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은 100편이 넘는다. 한 해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을 한 편도 만나기 어려운 지금에 비추면 당시 관객, 특히 그 시절 유년기를 보냈던 관객에서 극장에서 보았던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은 큰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셀 위를 달려라, 길동!’은 1967년 <홍길동>부터 1996년 <아기 공룡 둘리 - 얼음별 대모험>(김수정, 임경원)까지 지난 30년 간 우리가 사랑했던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을 소개한다. 더불어, 당시 제작 기법인 셀 애니메이션의 원리도 함께 소개하고자 한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털 한 올 한 올이 마치 살아있는 듯한 3D 애니메이션이 평범해진 지금이라 평면적이고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적은 셀 애니메이션이 투박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장면의 시작이 되는 원화부터 움직임을 표현하기 위해 원화 사이사이 그려 넣는 동화, 그리고 이 그림을 투명한 셀로 옮기는 작업과 피사체의 윤곽을 따라 그리는 선화, 색의 순서에 따라 하나하나 셀 위에 색을 칠하는 채화까지 이 모든 과정이 애니메이터의 손에서 완성되는 것이 바로 셀 애니메이션이다. 
장편 애니메이션 한 편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수십 명의 애니메이터가 수개월 혹은 수년을 매달려 수십만 장의 셀 위에 그림을 그린다. 따라서 셀 애니메이션의 장면과 캐릭터는 애니메이터의 터치 하나하나에 고유한 질감과 감성이 묻어 있다.



홍길동, 차돌바위, 손오공, 황금철인, 로보트 태권 V, 마루치 아라치, 원더공주, 똘이장군, 독고탁, 둘리. 누군가에게는 유년 시절을 떠올리게 하고, 누군가에게는 낯설지만 새로운,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애니메이션 주인공들이다. ‘셀 위를 달려라, 길동!’을 통해 어린 시절 깔깔거리며 웃게 했던 그리운 친구와 재회하거나 혹은 매력 넘치는 새 친구를 한번 사귀어보는 건 어떨까.

자료 제공 및 협조: 김청기, 대원미디어, 대한극장, 독고탁컴퍼니, ㈜둘리나라, 신인섭, 신찬섭, 신씨네, 애니메이션박물관, 한민자


셀 위를 달려라! 



1915년 얼 허드가 개발한 셀 애니메이션 기법은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로 된 투명판에 여러 장의 그림을 그려 배경 위에 놓고 카메라로 촬영하여 움직임을 만드는 애니메이션의 한 형태이다. 이 기법은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인 1937년 디즈니의 <백설 공주와 일곱 난쟁이>를 비롯하여 애니메이션 예술이 상업화되는데 가장 크게 기여하였다.
종이에 한 장 한 장 그림을 그려 연속적인 움직임을 만들어냈던 페이퍼 애니메이션에 비해 배경 위에 캐릭터나 요소를 그린 셀을 겹쳐 배치하는 셀 애니메이션은 배경을 그리는 수고가 줄고, 여러 장의 셀을 겹쳐서 다양한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하지만 여전히 장편 애니메이션의 경우 수만 장의 셀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 노동 집약적인 제작 방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니메이터의 개성이 잘 드러나고 섬세하면서 디테일한 묘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가장 대중적이고 전통적인 애니메이션 기법이라 할 수 있다.



시나리오를 대략적인 그림으로 표현한 콘티가 완성되면 장면의 배경과 해당 장면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되는 그림, 즉 원화를 그린다. 원화만으로는 움직임을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원화 사이사이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그림, 즉 동화를 그린다. 동화 작업이 완료되면 이를 투명한 셀에 옮겨 그리거나, 복사기를 이용해 복사한다. 복사된 셀의 앞면은 실루엣을 따라 선을 그리고 뒷면은 아크릴 물감으로 색을 칠하는데, 물감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색을 겹쳐 칠하더라도 가장 아래 칠해진 색깔이 셀 앞면에 보이게 된다. 이를 각각 선화와 채화라 한다. 이렇게 완성된 셀을 배경 위에 겹쳐 배치하여 카메라로 촬영한 후 편집과 녹음 등 후반작업을 거쳐 애니메이션을 완성한다.

‘셀 위를 달려라!’는 1967년 우리나라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 <홍길동>부터 모든 세대를 아울러 큰 사랑을 받아온 <아기 공룡 둘리 - 얼름별 대모험>(1996)까지 약 30년 동안 수많은 애니메이터의 손 끝에서 태어나 우리에게 많은 즐거움을 주었던 셀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소개한다.


만화 vs 애니메이션



검은 프레임 속 그림과 캐릭터, 텍스트와 말풍선으로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만화. 생생하게 움직이는 캐릭터가 전달하는 생동감과 음악, 편집 등 영화적 요소로 감정을 배가시키는 애니메이션.
만화와 애니메이션은 일견 비슷해 보이지만, 완전히 다른 매력을 가진 매체이다. 
‘만화 vs 애니메이션’은 만화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과 그 원작 만화를 한 프레임에 담아 각각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진 두 작품을 비교해서 혹은 동시에 즐겨볼 수 있다.


캐릭터 열전



실사 영화와 달리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는 애니메이터의 손 끝에서 생김새부터 성격까지 모든 것이 탄생된다. 이렇게 탄생된 캐릭터는 관객들로 많은 사랑을 받으면 받을수록 후속 편이나 외전, 시리즈로 거듭나며 생명력을 확장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연출가와 제작 목적에 따라 혹은 시대의 변화에 의해 캐릭터의 외양은 물론 성격까지 변화하기도 한다.




도전! 나도 애니메이터



셀 애니메이션은 배경 위에 투명한 셀에 그린 캐릭터 혹은 여러 요소를 겹쳐 하나의 장면을 완성한다. 이 때 배경 그림, 셀, 작화지 등을 고정하기 위해 플라스틱 혹은 금속 막대인 페그 바를 사용한다.
‘도전! 나도 애니메이터’는 1967년 <홍길동>부터 1996년 <아기 공룡 둘리-얼음별 대모험>까지 10편 중 명장면을 선정해 배경, 캐릭터, 주요 요소 등으로 여러 셀로 분리하였다.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는 애니메이터처럼 페그 바에 원하는 셀을 고정해서 나만의 애니메이션 명장면을 만들어보자!




한국 고전 장편 애니메이션 



한국영상자료원은 한국영화를 수집, 보존하는 필름 아카이브이다.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보존하고 있는 한국 고전 애니메이션의 시나리오와 콘티 원본을 전시하고, 래플리카를 제작하였다. 또한, 애니메이션박물관의 협조로 신동헌 감독의 <홍길동> 스토리보드와 애니메이션 자료도 함께 소개한다.


애니메이션 주제가 힛트 송! 



무심결에 들렸던 “요리 보고, 조리 봐도 우우~~”(아기 공룡 둘리) 혹은 “달려라 달려, 로보트야!”(로보트 태권 V)가 하루 종일 머릿속을 맴돌았던 기억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나도 모르게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읊조리다 보면 장면을 떠올리는 것은 물론 애니메이션을 처음 만났던 그 순간으로 돌아가는 듯하다.
시대의 문화와 정서를 반영하고, 기억과 감정과도 깊숙하게 연결된 애니메이션 주제가.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영상과 함께 즐겨보는 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