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박물관

한국영화의 모든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는 보물창고

현재전시

디깅 사운드트랙 - 엘피, 카세트, 시디로 듣는 한국영화의 음악들

  • 기간|2025.10.24.(금) ~ 01.31.(토)
  • 장소| 기획전시실

음악은 소리, 즉 눈에 보이지 않지만 공기를 타고 퍼져나가는 파동이다. 인식의 차원을 거치지 않고 즉각적이고 감각적으로 느끼는 것이 바로 음악이다. 이러한 음악의 속성은 영화에서 연출이 의도한 정서를 전달하거나 감정을 끌어내는 가장 효과적인 촉매가 된다. 같은 장면이라 할지라도 음악에 따라 관객은 행복한 기대감에 차거나 쓸쓸함을 느끼거나 혹은 긴장감에 휩싸이기도 한다.
시각적 강렬함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영화와 정서를 진동시키는 음악이 한 장면 안에서 만날 때, 두 매체는 단순히 공존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우리는 그렇게 시각과 청각, 그리고 온몸으로 영화를 ‘감각’한다.


여기 또 다른 감각이 있다. 손에 잡히는 사물이 주는 고유한 질감을 느끼는 감각, 즉 물성이 주는 감각이다. 손끝을 통해 전해지는 촉감을 기점으로 사물을 오감으로 느끼는 경험은 디지털 환경에서 결핍되었던 감각을 채우고 그 층위를 되살린다.
메모 앱으로 일정을 정리하고,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전자책을 읽는 것이 보통의 일상이 되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고심해서 고른 펜으로 다이어리를 쓰고, 사진 파일을 인화해 책상 앞에 붙여두는가 하면 서점에서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며 책을 고른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터치 한번으로 언제 어디서든 손쉽게 음악을 들을 수 있지만, 우리는 구태여 스크래치에 취약한 LP와 CD를 모으고, 늘어지기 쉬운 카세트테이프를 찾아 헤맨다. 단순히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라 턴테이블 톤암을 LP에 내려놓을 때의 무게감, CD 표면의 반짝임, 카세트 데크의 ‘찰칵’하는 버튼 소리, 이 일련의 과정에서 느껴지는 모든 감각이 바로 음악을 즐기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디깅 사운드트랙 – 엘피, 카세트, 시디로 듣는 한국영화의 음악들>은 바로 이 ‘감각’을 통해 영화 음악을 만나는 전시다.
지난 50년간 한국영상자료원 수장고에서 잠들어 있던 영화 음악 음반들이 전시실로 나와 관람객을 맞이한다. 아카이브는 단순히 자료를 보관하는 보관소가 아니라, 모두의 기억과 시간을 축적해두었다 현재로 불러와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장소다. 오늘의 관람객이 오래된 LP와 카세트 테이프, CD 커버를 손으로 직접 만지고 턴테이블과 플레이어로 영화 음악을 ‘진짜로’ 듣는 순간, 과거와 현재가 조우함으로써 시간의 간극을 뛰어넘는 새로운 감각의 장이 펼쳐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