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박물관

한국영화의 모든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는 보물창고

기증된 영화유산

카트

  • 감독 부지영
  • 각본 부지영
  • 소품팀장 서희영
  • 출연 염정아, 문정희, 김영애, 김강우, 도경수, 황정민, 천우희, 이승준
  • 제작사 (주)명필름
대한민국 대표 마트 ‘더 마트’. 언제나 고객 만족 서비스를 실천하기 위해 온갖 컴플레인과 잔소리에도 꿋꿋이 웃는 얼굴로 일하는 ‘더 마트’의 직원들. 그러던 어느 날, 회사로부터 갑작스럽게 일방적인 해고 통지를 받게 된다. 정규직 전환을 눈 앞에 둔 선희를 비롯, 싱글맘 혜미, 청소원 순례, 순박한 아줌마 옥순, 88만원 세대 미진은 하루 아침에 직장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노조의 ‘노’자도 모르고 살았던 그녀들이 용기를 내어 서로 힘을 합친다.

기부된 카트 소품
영화 속 소품 보기

<카트> 심재명 대표(명필름) 인터뷰
송순진
올해 명필름에서 두 편의 영화, ‘관능의 법칙’(2014)과 ‘카트’(2014)가 개봉했다. 이 중에서 ‘카트’는 명필름 뿐 아니라 실화를 기억하는 여러 사람들의 기대가 모인 작품이기도 했는데 생각보다 흥행 성적이 저조한 상황이다. 흥행과 관련해서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것 같다.
심재명
지금까지 약 8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상황이다. 그런데 요즘 영화산업 환경이란 게, 스크린 독과점이 워낙 심하지 않나. 경쟁력과 흥행 파괴력을 갖춘 특정 영화가 전체 극장의 8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고 상영되곤 한다. 이런 상황에다가 ‘카트’는 배급 운이랄까, 게임으로 치자면 대진 운이 좋지 않았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가 4주째 1위를 차지하는 상황이고 ’헝거 게임: 모킹 제이 The Hunger Games: Mockingjay - Part 1‘(2014)나 ’퓨리 Fury‘(2014) 같은 대작도 줄줄이 개봉했으니까 말이다. 특히 ’인터스텔라 Interstellar‘(2014)의 효과가 컸다. 초반 예매율이 88퍼센트까지 올라갔다니 말 다했지. 결국은 ’카트‘가 시장 점유율에서 밀린 셈이다.
송순진
여러모로 아쉬운 마음이 크겠다. SNS에서 배급사를 통한 단체관람을 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심재명
‘카트’를 기획할 때 극장 개봉 초반에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기존 상업영화에서 다뤄지지 않았던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이 영화의 역할이었으니까 말이다. 만약에 흥행도 잘 됐다면 더 큰 의미가 되지 않을까 싶다. 상업영화의 진영 안에서 “이런 이야기를 다뤘는데도 성공까지 했구나!”라는 평가를 받게 된다면, ‘카트’ 이후 기획되는 다른 영화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었을 것이다. 애초에 이런 생각을 가지고 ’카트‘를 만들었는데, 그런 의미까지 가져오지 못한 것은 못내 아쉽다. 그렇지만 약 80만 명의 관객이 이 영화를 봐줬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송순진
흥행은 아쉽지만 영화가 공개된 이후 평단과 관객들에게서 호평이 쏟아져 나왔다. 소재와 주제적 측면에서의 의미도 인정받았고 멜로드라마 감성을 갖춘 대중영화로서의 가치도 놓치지 않았다는 평가다. 그리고 배우들의 호연과 아이돌 스타 도경수의 발견도 회자됐다. 정작 제작자로서 작품 자체에 대한 만족도는 어떤가?
심재명
‘카트’는 영화적 재미만을 추구하기에는 까다로운 소재를 가지고 있었고, 그렇다고 교훈 일색의 계몽영화로 포지션하기도 애매한 영화였다. 그래서 제작할 때, 어떻게 하면 상업영화의 위상과 주제?소재의 균형을 맞출 것인가 하는 문제를 두고 고심을 많이 한 것이 사실이다. 다행히 좋은 평가가 여럿 나왔는데 그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선대인 선생님의 단평이었다. “재미와 의미를 모두 가진 영화”라고 하셨는데, 개인적으로 이 평가가 ‘카트’에 대한 최고의 상찬이 아닐까 싶다.
송순진
한국영상자료원이 진행하는 영화유산 수집 캠페인에 ‘카트’의 더 마트 직원 유니폼과 노동조합 티셔츠를 기증했다. 이 두 의상이야말로 사실상 영화의 주제를 드러내는 상징적인 소품이라 할 만하다.
심재명
배경이 된 더 마트의 이름은 연출부 중 한 명이 지은 것이다. 더 마트…!(웃음) 달리 설명이 필요할 것 같지 않다. 또 푸른색의 마트 직원 유니폼과 붉은색 계통의 노조 티셔츠는 미술감독이 난색과 한색의 대비 같은 고려를 가지고 작업을 한 것이다. 또 배경이 된 대형마트가 중요했는데, 동네 작은 슈퍼마켓이 아니라 대형마트이다 보니까 미술과 소품 분야의 규모가 커지는 바람에 촬영 준비를 할 때 난이도가 꽤 높았던 기억이 난다. 세트와 소품 규모도 그렇지만 이 영화가 등장인물도 참 많지 않나. 그래서인지 “영화를 보기 전엔 몰랐는데 생각보다 규모가 굉장히 큰 영화네?”라는 얘기를 주변에서 많이 하시더라.
송순진
명필름 영화들을 되짚어보니 유독 유니폼이 자주 등장한다는 게 인상적이다. ‘카트’,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8), ‘YMCA 야구단’(2002), 그리고 ‘공동경비구역 JSA'(2000),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1998)까지. 물론 특별한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심재명
그런가? 의도 같은 건 물론 없다(웃음). 유니폼 제작은 일단 돈이 많이 든다. 물량이 어마어마하니까. ‘카트’에서는 마트 유니폼을 100벌 이상 만들었는데 마트에서 일하는 인물마다 각각의 사이즈에 맞춰 특별제작을 해야 했다. 거기다 전경 의상도 있지 여경 의상도 있지.(웃음) 이걸 다 제작을 해야 하고, 거기다 태영(도경수 분)이 고등학생으로 나오니까 그 학교 학생들 교복까지 만들어야 하잖나. 이렇게 여러 명이 나오니 의상 제작 규모가 엄청나졌다. 군인들을 주인공으로 삼은 ‘공동경비구역 JSA'도 그랬고 핸드볼 선수 팀이 여럿 등장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송순진
대량 제작해야 하는 유니폼을 준비하면서 생긴 에피소드는 없었나?
심재명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때는 선수 유니폼을 제작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해서 협찬을 받으려고 프로듀서가 참 열심히 뛰어다녔다. 한국선수와 상대방 나라의 선수들 유니폼에만 1억 정도 비용이 들었는데 다행히 스포츠 의류 전문회사인 아식스에서 협찬을 해주셨다. 유니폼 제작 문제로 가장 어려웠던 작품은 ‘YMCA 야구단’으로 기억한다. 시대배경이 현대도 아니고 무려 조선시대인데, 거기다가 또 야구복을 만들어야 했으니까 어려운 게 당연하지. 디자인도 그렇지만 제작비도 꽤 많이 들었다. 거기다 시대극이니까 분장 시간도 꽤 많이 걸렸고. 여러 가지 기억이 있다.
송순진
‘코르셋’(1996)부터 시작해 명필름 영화가 벌써 30여 편에 달한다. 그 많은 영화의 소품들은 촬영 후 다 어떻게 되는 건가?
심재명
물론 다는 아니지만 양수리 소품창고를 장기 임대해서 일부 소품들은 보관하고 있다. ‘건축학개론’(2012)에 등장했던 소품 가운데서는 1990년대를 상징하는 납뜩이(조정석 분) 의상이나 서연(수지 분)의 티셔츠, 서연과 승민(이제훈 분)이 함께 듣던 CD 플레이어 등 중요한 소품들을 보관하고 있다. 명필름 문화재단을 통해서 실제 제주도 촬영지를 카페로 만들어 ‘서연의 집’을 운영하고 있기도 한데, 이곳에 CD 플레이어와 승민이 만든 제주도 서연의 집 건축모형, 그리고 영화의 스틸 사진 등을 전시하고 있다.
송순진
신축한 파주 사옥에도 전시공간을 마련한다고 하던데?
심재명
지금 파주 출판도시 옆에 위치한 제 2단지에 명필름 사옥과 명필름 영화학교를 만들었다. 이곳에 카페와 전시 공간, 150석 규모의 상영관이 들어서게 되는데, 이후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영화 콘텐츠들을 어떤 식으로 사람들에게 보여줄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고 고민 중이다.
송순진
‘건축학개론’의 여러 가지 소품들이 잘 보관되고 있다니 영화팬들에게 반가운 이야기다.
심재명
'건축학개론'은 여러모로 좀 특별한 케이스였던 것 같다. 주로 19금 영화가 강세인 IPTV에서도 2012년 VOD 서비스 2위에 올랐던가 했다. 굉장히 이례적인 결과였는데, 또 롱런하기도 했다. 보고 또 보고, 첫사랑이 생각나면 또 보고 그랬는지(웃음), 마치 스테디셀러 같은 느낌으로 포지셔닝 됐다.
송순진
요즘 대부분의 영화들이 개봉을 전후로 길면 한 달, 짧으면 몇 주 동안 반짝 주목을 끌다가 쉽게 잊히기 일쑤다. 한국영상자료원의 영화유산 수집 캠페인을 통해서 의미 있는 영화들의 소품을 영화박물관에 전시하게 되면 한 번쯤이라도 그 영화를 관객들의 기억에서 불러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에는 IPTV 등과 같은 부가판권 플랫폼이 좋아졌으니 다시 한 번 영화를 찾아볼 수도 있고 말이다.
심재명
그렇다. 지금 IPTV 쪽은 예전의 DVD 시장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있다. 매해 20퍼센트씩 성장하고 있다니 점점 더 중요한 시장이 될 것 같다. 그런데 이쪽도 부익부빈익빈은 마찬가지라고 하더라. 극장에서 화제가 된 큰 영화, 경쟁력 있는 영화가 IPTV에 와서도 상단에 노출되고 관객들의 선택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양극화 현상이 이어지는 것이다.
송순진
명필름 최근 영화들의 부가판권 시장 성적은 어떠했나?
심재명
가장 성적이 좋았던 것은 아까 얘기한 ‘건축학개론’이다. 또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2011)도 괜찮은 편이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의 경우에는 SBS에서 판권을 사서 작년 크리스마스인가 설날에 TV 방영을 했었다. 요즘에는 공중파에서 영화 판권을 잘 사지 않는데 이례적으로 TV 판권을 구매한 것이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관능의 법칙’이 IPTV로 서비스 됐는데, 19금 영화라는 점 때문에 조금 기대를 했지만 나쁘지도 않고 그렇다고 특별히 좋지도 않은 편이다. 거기서도 작은 영화는 잘 안 보는 분위기다.
송순진
아무래도 관객들은 노출이 많이 된 익숙한 영화를 보게 되는 것 같다.
심재명
그렇다. 그리고 IPTV 시장이 커지게 되니까 회사들이 경쟁이 심해지고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하게 된다. 네임밸류 있는 스타가 출연한 화제작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마케팅 포인트가 이동하고 있다.
송순진
얼마 전 영화평론가협회에서 선정하는 영평상 수상작이 발표됐는데 올해는 특히 신인감독상이 박빙이었다고 하더라. 올해 한국 영화 가운데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무엇이었나?
심재명
올해 본 한국영화 가운데서는 오락영화의 재미로 따지자면 ‘끝까지 간다’(2014)가 좋았다. 영화의 메시지에 궁극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었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한공주’(2013)도 있었고. 또 임순례 감독의 ‘제보자’(2014)도 좋은 영화로 기억하고 있다. 나는 오래 기억되는 영화가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극장 안에서의 정서나 감정도 중요하지만 보고 나서 새로운 정서가 펼쳐지는 영화가 있다. 영화를 보고 휘발되고 잊히는 영화가 아니라 극장을 나온 뒤에도 관객과 커뮤니케이션을 계속하는 영화, 그래서 오래 기억되는 영화 말이다. ‘브로크백 마운틴 Brokeback Mountain’(2005)이나 ‘라이프 오브 파이 Life of Pi’(2012), 또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 3 Toy Story 3’(2010) 같은 작품이 내게 그랬다.
송순진
결산을 앞둔 2014년 끝자락에서 제작자 심재명이 평가하는 2014 한국 영화는 어떠한가?
심재명
나이가 든 제작자의 꼰대스러운 발언으로 들릴지도 몰라 조심스러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직히 얘기하자면, 나는 요즘 한국영화들이 질적으로 하향평준화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수백만 명을 동원한 영화들이 속속 등장하는데 그런 성적이 시장의 특수성으로 만들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볼거리, 즐길 거리는 많아지는데 서사의 탄탄함과 완성도 면에서는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안 든다. 또 제작비는 점점 더 많이 투입하지만 후반작업 업체들의 처우 같은 것이 개선되기는커녕 거꾸로 열악해지는 이상한 상황이다. “요즘 한국영화는 대사가 안 들린다”, “그렇게 돈을 많이 들였다는데 컴퓨터 그래픽이 왜 이렇게 허술하지?” 이런 말도 들린다. 영화의 완성도와 밀도,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성장이 안 보인다는 뜻이다. 조심스럽지만 솔직히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요즘 관객들은 극장의 상영환경에 대해서도 민감한데 극장에서는 그 요구를 잘 따라가고 있지 못한 것 같다. 영화에 따라 1.85대 1의 영사방식과 2.35대 1의 영사방식이 달라야 하는데 그때그때 화면비율을 바꿔주는 게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지 마스킹(masking)을 제대로 하질 않는 것이다. 화면비 2.35대 1의 영화를 1.85대 1로 상영하니까 회색 프레임이 스크린에 걸쳐져서 그대로 나온다. 나 같은 사람은 그게 굉장히 거슬리지.(웃음) 영화가 담고자 한 화면, 그러니까 어둠 속에서 빛나야 할 화면만을 제대로 구현하는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스크린 환경이 나빠지는 상황이고 거기다 사운드도 더 나빠진 상태에서 관객들이 영화를 보게 한다. 하나 더 말하자면 수백만 명이 드는 영화는 많아졌지만 흥행성적의 빈익빈 부익부가 심해지고 있어서 좀 더 다양한 소재, 주제를 다루기가 오히려 힘들어졌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문화의 다양성이 있다고 할 만한 영화들이 좀 더 많이 나와야 하지 않나. 그런데 영화상마저도 영화 자체로 시상을 하는 게 아니라 흥행을 가지고 평가하는 경우가 많아지니, 이렇게 되면 예술영화나 작가주의 영화, 작은 영화들은 대체 무엇으로 성취를 인정받나 하는 아쉬움이 크다. 이렇게 불만을 말하고 나니 나도 점점 꼰대 선배가 되어가는구나 싶다. 그렇지만 솔직히 그렇다.(웃음)
송순진
임권택 감독의 102번째 영화 ‘화장’이 2015년 상반기 개봉으로 확정됐다. 또 2월에는 명필름 영화학교가 개교해서 첫 번째 학생들을 맞이한다. 명필름의 2015년은 어떤 그림인가?
심재명
2015년은 명필름 20주년이자 동시에 우리 영화사에 일대 변화가 일어날 중요한 해이기도 하다. 특히 명필름 영화학교가 중요하다. 예전에 강우석 감독님이 만든 강우석 아카데미가 몇 년 못가서 아쉽게 중단된 적이 있다. 그 이후로 영화사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명필름이 영화학교를 통해서 영화인을 가르치고 육성하는 하는 시도를 선보이게 되는 것이다. 명필름 영화학교에서 키워낼 미래의 영화인들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크다. 또 영화재단을 통해 하게 될 사업들, 아트하우스와 전시 공간 같은 것들을 얼마나 계획대로 잘 운영할 것인지, 사람들과는 어떻게 만나게 할 것인지 등 그동안 고민했던 것들을 실행에 옮겨야 하는 때이기도 하다. 이 모든 것들이 그동안 명필름이 해보지 않았던 일이고 새로운 시도이자 도전이다. 아마 매우 바쁜 20주년이 될 것 같다.
글 : 송순진(영화저널리스트) | 사진 : 이준구(포토그래퍼)

내가 생각하는 영화 속 최고의 소품
1
접속 The Contact (1997)
감독_장윤현
출연_한석규, 전도연
장윤현 감독의 출세작 ‘접속’은 인터넷 시대의 새로운 사랑이라는 대담한 소재를 선택해 한국 멜로드라마의 새 지평을 열었다. 이 영화에서는 만날 듯 만나지지 않는 두 남녀 주인공 동현(한석규 분)과 수현(전도연 분)을 연결하는 중요한 소품으로 벨벳 언더그라운드 (The Velvet Underground)의 LP가 등장한다. '페일 블루 아이즈(Pale Blue Eyes)'가 수록된 앨범은 1967년에 발매된 ‘벨벳 언더그라운드&니코(Velvet Underground And Nico)’ 다. 심재명 대표는 “당시 앨범을 도무지 구할 수가 없어 LP를 제작해야 했다. 그러니 더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페일 블루 아이즈’가 실린 ‘접속’의 OST 역시 영화와 함께 오랫동안 기억되고 있다.
2
해피 엔드 Happy End (1999)
감독_정지우
출연_최민식, 전도연, 주진모
불륜을 저지른 아내를 살해하는 남편의 이야기를 담은 <해피 엔드>는 최고의 연기파 배우 전도연과 최민식의 앙상블이 돋보인 작품이다. 심재명 대표는 “아내를 살해한 최민식의 피 뭍은 옷과 전도연의 잘라진 손가락 모형을 아직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때는 사랑했던 한 부부의 비극적인 결말이 두 개의 소품에 오롯이 담겨있다.
3
공동경비구역 JSA, Joint Security Area (2000)
감독_박찬욱
출연_송강호, 이병헌, 이영애, 김태우, 신하균
젊은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분단의 상처를 그린 박찬욱 감독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는 명필름의 기획력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손꼽히고 있다. 남북의 군인들이 함께 나눠먹곤 했던 초코파이가 인상적으로 그려졌던 이 영화에서 심재명 대표는 한 장의 사진을 추억한다. “극중 신하균 씨가 연기한 정우진 전사가 집중포화를 맞고 죽는 총격전 장면이 있다. 그의 시체를 인체 모형인 더미(dummy)로 만들었는데, 신하균 씨가 자기 더미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사진이 찍힌 사진이 한 장 있다. 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아마 그 더미는 특수효과 담당자가 가지고 있지 않을까?”
4
YMCA 야구단, YMCA x-baseball Team (2002)
감독_김현석
출연_송강호, 김혜수, 김주혁, 황정민
조선 최초의 야구단을 소재로 한 ‘YMCA 야구단’은 스포츠 드라마와 시대물, 거기에 코미디를 조합한 새로운 시도였다. 글 공부보다 운동을 더 좋아하는 선비 이호창으로 출연한 송강호, 조선시대 상남자들에게 야구를 가르치게 되는 신여성 민정림 역의 김혜수 등 주연배우는 물론이고 조연으로 출연한 황정민과 김주혁까지 캐스팅이 화려한 작품이다. “조선시대 야구단을 소재로 삼았기 때문에 야구복을 제작하는 것이 물론 제일 까다롭고 어려운 일이었다. 야구단에서 사용하던 야구공부터 글러브까지 소품 하나하나가 모두 세심하게 만들어졌다. 지금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5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Forever The Moment (2007)
감독_임순례
출연_문소리, 김정은, 엄태웅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카트’로 이어진 명필름 여성영화의 중심에는 임순례 감독이 연출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 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 출전한 여자핸드볼 선수들의 실화를 성공적인 상업영화로 이끌어낸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은 심재명 대표에게도 각별한 작품이다. “영화 속에서 혜경(김정은 분)이 한참 후배인 보람(민지 분)에게 사인볼을 주는 장면이 있다. ‘너의 꿈을 응원한다’였던가? 선배가 후배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핸드볼 공에 써준다. 그 장면이 기억에 남고 또 그 공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글 : 태상준(영화저널리스트) | 사진 : 권영탕(포토그래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