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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증된 영화유산

소셜포비아

  • 감독 홍석재
  • 각본 홍석재, 조슬예, 권오광, 구성모, 조현민
  • 소품 김순근(모도아트)
  • 의상 김소라
  • 출연 변요한, 이주승, 하윤경, 류준열, 유대형, 오희준, 박근록, 임지호
  • 제작사 (재)한국영화아카데미발전기금,CJ CGV
전국민을 떠들썩하게 한 군인의 자살 소식에 남긴 악플로 네티즌들의 분노를 사며 실시간 이슈에 오른 ‘레나’. 여기에 경찰지망생 지웅(변요한)과 용민(이주승)은 인기 BJ 양게가 생중계하는 현피 원정대에 참여한다. 하지만 현피 당일 날 ‘레나’는 싸늘한 시체로 발견되고, 비난의 화살은 순식간에 이들에게로 향한다.
경찰 시험에 불리한 기록이 남게 될까 불안한 지웅과 용민은 ‘레나’의 죽음에 의혹을 제기하는데…
과연 그녀의 죽음은 자살인가, 타살인가!
다시 시작된 마녀사냥의 끝은?

한국영화아카데미 기증 <소셜포비아>소품

"소셜포비아"(KAFA FILMS) 홍석재 감독, 류준열 배우 인터뷰
태상준
공교롭게도 오늘(이 인터뷰는 4월 3일 진행됐다) ‘소셜포비아 Socialphobia’(2014)가 케이블 TV에서 최초로 공개되더라. 제작된지가 벌써 3년이나 됐다. 오늘 오랜만에 만나는 건가?
류준열
감독과 배우는 개봉 후 영화가 아주 잘 되면 서로 볼 일이 무척 많다.(웃음) 가장 최근에는 지난 2월에 열렸던 모 영화 시상식에서 만났다.
태상준
감독에게나 배우에게나 모두 ‘소셜포비아’는 운명의 영화가 됐다. 지금 과거 작업했던 순간들을 돌아보면 어떤가.
홍석재
힘들었던 기억 뿐이다. 촬영 기간이 겨울이었어서 엄청나게 추웠던 것도 생각난다. 영화적인 면으로는 과연 이 작품을 완성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과 공포감이 컸다. 이렇게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거라고는 영화에 참여한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다. 감독 입장에서도 영화의 이야기에 대한 불안과 의심이 많았다. 장편 영화는 처음 경험이었기 때문에 촬영하는 내내 여러 가지 힘든 상황에 빠져들어야만 했다.
영화 엔딩이 특히 그랬다. 엔딩을 가장 마지막에 찍었는데, 자칫하면 출구가 없는 이야기가 될까봐 그 점이 가장 두려웠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었다. ‘이렇게 찍으면 이야기가 닫히는건가?’ ‘출구가 생기는건가?’ ‘엔딩을 너무 ‘툭‘ 하고 끊은건 아닌가?’ ‘관객들이 영화에서 현실을 보고 싶어했을까?’ ‘영화적인 마침표를 잘 찍은건가?’ 아직 이런 여러 질문들에 대한 해답은 찾아내지 못했다.(웃음) 지금 다시 한다고 해도 더 잘할 순 없을 것 같지만, 기존과는 다른 포인트가 있었을 것도 같다.
류준열
감독님과는 달리 나는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경험 부족 탓이다. 단편 작업은 이전에 많이 해봤지만 나도 장편은 ‘소셜포비아’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원래 다 이렇게 찍는 줄 알았다. 또 젊은이 특유의 기대감과 설렘, 그리고 에너지가 꽉 차 있어서 더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지금 다시 그렇게 찍으라고 하면? 하하, 절대 못 찍을 것 같다.
태상준
모든 촬영 현장이 다 ‘소셜포비아’ 같진 않다는 걸 느낀건 언제인가?(웃음)
류준열
지금 현장은 모두 편하고 예전 현장은 모두 어려웠다는, 그런 생각은 전혀 안 한다.(웃음) 상업 영화나 TV 드라마 현장도 모두 다 수월하고 편안하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적어도 연기적으로는 전혀 힘들지 않았다. 다만 워낙 추위에 무력한 스타일이라서 추운 날씨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
태상준
그아니, 신인 배우가 연기하면서 연기적으로 힘든게 없었다니 놀랍다.
류준열
솔직히 연기는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감독님이 배우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부분들이 많았다. 오히려 내가 너무 내 마음대로 연기해서 문제가 생기면 생겼을까?(웃음) 모든 게 감독님의 배려와 응원 덕분이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홍석재
영화에서 ‘배우 캐스팅이 반‘이라는 말이 있는데 정말 맞는 말이다. 배우 캐스팅할 때 홍하늘 프로듀서와 공을 많이 들였다. 관객들 눈에는 낯선 배우들일 수도 있겠지만, 인디펜던트 영화와 단편 영화에서는 활동을 꽤 많이 한, 연기를 잘 하는 배우들을 찾아 헤맸다. 상황이 이러하니 그들의 연기에 대해 불만이 있을 턱이 없었다.(웃음) 오히려 감독 입장에서 배우들에게 많이 얻었다. 사실 시나리오 상의 캐릭터는 모두 미완(未完) 상태였다. 캐스팅된 배우들과 함께 실제로 촬영을 하나둘 해나가면서 캐릭터를 완성한 경우다. 사실 ’소셜포비아‘에선 아홉 명의 캐릭터를 한 프레임 안에 담아내는 게 가장 힘들었다. 아홉 캐릭터가 한 공간에서 합을 맞추는 게 흔한 일은 아니니까 말이다. 배우들도 처음엔 조금 힘들어 했지만,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모두 다 또래여서 급속도로 친해지더라고. 그래서 연기도 조금씩 자연스럽게 좋아진 것 같다.
태상준
행운이다. 한국의 다른 인디펜던트 영화 감독들은 기본기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신인 배우들을 연기 수업까지 시켜가며 연출하는 게 너무 힘들다고 하던데.
홍석재
내가 그런 말을 할 정도로 ‘짬‘이 있는 감독이 아니라서.(웃음) 배우들에게는 미안한 점이 많다. 빠듯한 제작비 때문에 잘 갖춰져 있지 않은 어려운 환경에서 촬영을 진행했어야 했다. 이래저래 배우들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류준열
‘짬’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연기를 잘 하고 못 하고 그런 걸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감독님은 배우들에게 서로 의도가 다를 때만 살짝 이야기한다. 배우 입장에선 아주 좋은 감독이다.
태상준
실제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는 즐겨 하는 편인가?
류준열
지금은 팬들과 만나는 소중한 창구로 인식하고 있다. 과거에도 그저 계정만 갖고 있었지,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편은 아니었다.
홍석재
영화 찍을 때만 해도 인터넷과 SNS에 무지한 배우들이 많았다. 특히 이주승은 그가 맡은 역할 때문에 내가 개인적으로 블로그나 트위터 하라고 종용하기도 했다.
태상준
‘소셜포비아’ 이후 주요 한국 영화들의 클라이맥스는 SNS였다. 박보영, 정재영 주연의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2015)나 우민호 감독의 ‘내부자들’(2015) 같은 영화가 그랬다. ‘소셜포비아’가 일종의 시발점 같은 영화다.
홍석재
그렇게 말하기에는 우리 영화를 아주 많은 수의 관객들이 보지 않았는데.(웃음) 사실, ‘소셜포비아’가 아니었더라도 그와 비슷한 소재의 영화가 분명히 나왔을 거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점차 온라인의 비중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 않나. 당연히 그런 현상들을 반영하는 영화가 제작됐을 것이다.
태상준
배우 이야기를 해보자. ‘소셜포비아’ 처음 봤을 때 ‘양게‘ 역의 배우는 실제 ’양아치‘가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 싱크로율 100%였다. 그런데 ’응답하라 1988‘을 보면 그와는 180도 다른 인물로 등장한다. “이 배우 뭐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류준열
양게 역을 위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양게가 집중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거였다. 그 해답을 알아내고 나니 살을 입히는 것이 비로소 수월해졌다. 양게는 그 무리에서 가장 표본적이고 대표적인 인물이다. 직업을 떠나서 그가 가장 관심 있어 하는 영역에 집착하는 느낌을 최대한 내려고 했다. 말하는 속도나 톤도 평소보다 더 빠르고 높게 설정했다.
극 중 의상은 내가 절대 입을 것 같지 않은 것들 위주로 입었다.(웃음) 지금 내 의상에서도 눈치 챌 수 있겠지만 평소에는 절대 튀지 않는, 단순하고 무난한 옷들을 좋아한다. 아, 이렇게 이야기하는 게 편하겠다. 극 중에서 좀 ‘튄다‘ 싶은 건 다 의상 팀이 준비한 것이고, 일반적인 옷들은 내 옷이다. 그러나 의상에 대해선 의문점이나 불만이 없었다. 나 취향과 안 맞을수록, 내가 싫어할수록 스태프들은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평소에 연기를 할 때 의상이나 헤어 등 외적인 요인에 아주 민감한 편인데, 그 요소들이 잘 맞아 떨어지면 연기가 쉽게 잘 나온다. 저절로 말이다. 그런 점에서는 도움이 많이 된 최고의 의상이라 칭할 수 있을 것 같다.
태상준
영화 배우 혹은 영화 팬 입장에서 예술 영화와 상업 영화의 구분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류준열
어려운 질문이다. 개인적으로 예술 영화는 작가주의 영화와 연결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상업 영화라고 해서 꼭 작가주의 영화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상업 영화도 연출자가 자본에서 일정 부분 자유로우면서 자신의 색깔을 내는 작가의 입장에서 만들면 예술 영화가 될 수 있는 거다.
태상준
그렇다면 홍석재 감독은 작가주의 감독인가?(웃음)
류준열
그래서 어려운 질문이라고 한거다.(웃음) 상업 영화감독도 충분히 자기 색깔을 낼 수 있다. 칸 국제 영화제에 진출하는 감독도 충분히 상업 영화감독일 수 있다. 분명히 말한다면 홍석재 감독은 확실한 자기 색깔을 가진 상업 영화 감독인 것 같다.
태상준
홍석재 감독이 다음 작품에 출연해 달라고 한다면 어떻게 할 건가. 단, 아직 완성된 시나리오도 없고, 어떤 역할을 맡을지도 결정되지 않았다는 전제 하에서.
류준열
100% 한다. 홍석재 감독은 내가 전적으로 믿는 감독 중 하나다. 나를 ‘소셜포비아’에 뽑아줬기 때문에 하는 말은 절대 아니다. 나는 그가 굉장히 집요한 감독이라는 점이 마음에 든다. 그런 점에서 그는 나와 궁합이 잘 맞는다. 그 집요함이 배우를 힘들게 만들 수 있겠지만 오히려 나는 그의 그런 집요함을 즐긴다. 배우보다 감독이 먼저 포기하면 배우는 힘이 빠질 수 있다. 그러나 감독이 더 완성도 높은 것들을 원해서 그 집요함을 발현시킨다면 나는 기쁨을 느끼는 편이다. 현장에서 감독의 그런 자세나 모습들이 배우들로 하여금 더 파이팅 넘치게 한다.
태상준
많은 칭찬을 들었다. 감독의 화답(和答)이 있어야 할 시간이다.(웃음)
류준열
여기서는 좋은 이야기만 하고, 나쁜 이야기는 나중에 사적으로 하는 게 도움이 될 것 같다.(웃음)
홍석재
연기를 너무 잘 하는 배우이고, 동시에 좋은 사람이기도 하다. 양게 캐릭터가 너무 ‘양아치’ 같아서 실제 류준열도 그럴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전혀 그렇지 않다. 독실한 기독교인에 밤 11시면 이미 꿈나라를 헤매고 있는 청년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고, 운동 매일 하고, 술과 담배 안 하고. 어쩌면 예, 체능 계와 절대 어울리지 않는 라이프 스타일을 가진 사람이다.(웃음) 또 배우 류준열은 자신이 세운 뚜렷한 목표에 성실하게 다가간다. 촬영 현장에서 볼 때마다 깜짝 놀랐던 적이 많다. 언제나 그 날 촬영 분량을 완벽하게 준비하고 숙지한 채 현장에 온다. 테이크가 반복되면 될수록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배우다. 언제나 감독으로서의 내 높은 기대치를 완벽하게 충족시켜준다.
태상준
만약에 ‘소셜포비아’를 하지 않았다면 2016년의 류준열은 뭘 하고 있을까?
류준열
여럿 인터뷰에서 가장 기억나는 작품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으면 언제나 나는 ‘소셜포비아’라고 대답한다. 이게 가장 정확한 답변이 될 것 같다.(웃음)
홍석재
지나친 겸손의 발언이다. 꼭 ‘소셜포비아’가 아니었더라도 류준열 배우는 다른 작품으로 잘 됐을 거다.
태상준
동시대에 활동하는 다른 감독 들 중에서 자신에게 영감을 주는 영화 감독이 있는가?
홍석재
너무 많아서 문제다. 영화 전체가 아닌, 아주 작은 한 구석이라도 내 마음에 드는 영화를 만날 때가 있다.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한둘이 아니라 꼽을 수 없을 정도다
태상준
결과적으로 봤을 때 ‘소셜포비아’는 류준열과 변요한, 그리고 이주승까지 신인 배우들의 놀라운 현재가 있게 한 영화가 됐다. 신인 배우에 대한 선구안이 훌륭하다는 말이다.
홍석재
절대 그렇지 않다. 촬영 당시에는 이주승 배우가 가장 인지도가 높았지만, 류준열이나 변요한 등 모든 출연 배우들이 ‘포텐‘이 넘친다고 확신했다. 시간 문제라고 생각했다. 빠르건 늦건 어쨌든 다 잘 될 사람이었다. 아, 이런 생각도 있었다. “연기 잘 하는 배우들 모아서 영화 찍었으니까, 이 배우들이 다음 작품으로 유명해지겠지? 그러면 그 팬들이 그 배우의 초기작을 찾아보겠지?”라는 노림수도 조금 있었다.(웃음)
류준열
정말? 몰랐던 사실이다.(웃음)
홍석재
박정민과 변요한 나오는 ‘들개’(2014)가 그렇지 않나. 그런데 거기는 주연이 두 명인 반면, ‘소셜포비아’에는 무려 아홉 명이 나온다. 아홉 명 중에 둘 셋만 걸리기를 바랐다. 대성공이지.(웃음)
태상준
‘벼락스타’라는 말에 어울릴 정도로 요즘 가장 핫한 스타가 됐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해를 품은 달’(2012)의 김수현 급이라고 하던데. 자신에게 집중된 대중의 시선이 조금 불편할 수도 있겠다.
류준열
김수현 이야기는 동의하지 않는 걸로 하겠다.(웃음) 불편하다기 보다는 관심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좋게 생각하고 잘 흘려 보낸다. 밖을 돌아다닐 때는 확실히 과거와 달라지기는 했다. 하지만 역시 크게 개의치 않는다. 편하게 받아들인다.
태상준
최근 부산국제영화제 사태에 대해 “건강하고 멋있게 마무리되길”이라는 말로 의사 표현을 했다. 특히 감독에게 부산국제영화제는 무척 뜻 깊은 곳이다.
홍석재
단지 영화인들뿐만 아니라,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사태가 잘 해결되기를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부디 서로간의 갈등이 잘 봉합된 후 좋은 방향으로 진행됐으면 좋겠다.
태상준
다음 작품 이야기를 좀 해보자. ‘소포모어 징크스 Sophomore Jinx’를 우려하고 있는 건가? 너무 오래 걸리고 있다는 불만이 영화계에서 많다.(웃음)
홍석재
원래 시나리오 작업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스타일인데, 이번에는 좀 더 더딘 것 같다.(웃음) ‘소셜포비아’에 오래 잡혀있기도 했고. 요즘에서야 비로소 털어내고 있다. 이젠 떠나 보낼 준비가 된 것 같다.
류준열
워낙 영화가 관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어서 그런 것 같다. 최근에도 DVD 커멘터리 작업을 했고, 관련 인터뷰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아, 오늘 인터뷰도 ‘소셜포비아’ 관련 아닌가!(웃음)

홍석재 감독이 선정한,(순서는 영화 제작 년도를 기준으로 했다) 미술과 소품이 인상적인 영화 BEST 5
1
'양들의 침묵 The Silence Of The Lambs'(1991)
감독_조나단 드미
출연_안소니 홉킨즈, 조디 포스터, 스코트 글렌
장르_범죄, 공포, 스릴러
"렉터 박사(안소니 홉킨즈 분)의 입을 구속하는 마스크와 그가 갇힌 감옥 창살의 이미지는 렉터 캐릭터 그 자체입니다. 특히 창살의 이미지는 식인마 혹은 흡혈귀의 이를 연상시키죠. "
2
'매드니스 In the Mouth of Madness'(1994)
감독_존 카펜터
출연_샘 닐, 줄리 카르멘, 주겐 프로크노
장르_공포, 판타지, 미스터리, 스릴러
"스티븐 킹과 ‘러브 크래프트’ 신화를 가장 완벽하게 영상화한 작품입니다. 현실이 조금씩 저 너머의 침투에 잠식돼 모든 사람이 광기에 휩싸여가는 세계를 시각화하는 데 성공했죠. 인간보다 훨씬 거대한 존재, 인식 저편에 있는 너무나 오래된 악의 실체 등의 문학적 수사들을 영화로 찍어냈습니다. 무엇보다도 작가인 서터(주겐 프로크노 분)가 숨어있는 사악한 교회에 도착했을 때의 기괴한 공기가 일품입니다."
3
'이벤트 호라이즌 Event Horizon'(1997)
감독_폴 W.S. 앤더슨
출연_로렌스 피시번, 샘 닐, 캐슬린 퀸란
장르_SF, 스릴러, 공포
"에일리언 Alien' 시리즈로 시작된 우주선과 귀신들린 집 사이의 비유는 '이벤트 호라이즌'이 비로소 완성합니다. ‘에일리언’처럼 우아하고 복잡하진 않지만 직접적으로 우주선 이라는 공간을 귀신들린 집이나 유령선 혹은 지옥문 그 자체로 둔갑시키는데 성공하고 있습니다. 그냥, 마구 무서워요.(웃음)"
4
'악마의 등뼈 The Devil's Backbone'(2001)
감독_기에르모 델 토로
출연_에두아르도 노리에가, 마리사 파레데스, 페데리코 루피
장르_드라마, 범죄, 미스터리, 판타지
"고아원 마당 한복판에 커다랗게 박혀있는 미사일이 기억납니다. 이 영화의 모든 이야기와 세계가 집약되죠. 일상의 한복판에 태연히 세팅된 초현실의 박력이라고나 할까요?"
5
'배트맨 비긴즈 Batman Begins'(2005)
감독_크리스토퍼 놀란
출연_크리스찬 베일, 마이클 케인, 리암 니슨
장르_액션, 범죄 스릴러
"크리스토퍼 놀란은 기본적으로 과잉된 프로덕션 디자인을 선호하는 감독이 아니에요.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배트맨 비긴즈’는 유별나죠. 이후 나오는 ‘다크 나이트’ 시리즈들과 비교하면 거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보일 정도인 고담 시티의 디자인은 과잉되고 화려하지만 훌륭했다고 평가합니다. 만약 ‘배트맨 비긴즈’의 프로덕션 디자인 콘셉트가 지속된 채로 ‘다크 나이트’가 나왔으면 어땠을까요? 그 버전도 흥미로웠을 것 같습니다."
By 태상준(영화저널리스트) | 사진제공_씨제스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