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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공녀

  • 감독전고운
  • 각본전고운
  • 미술김남숙
  • 의상지지연
  • 출연이솜, 안재홍, 최덕문, 김재화, 김국희 더보기
  • 제작사광화문시네마, 모토MOTTO
  • “집은 없어도, 생각과 취향은 있어!”
    하루 한 잔의 위스키와 한 모금의 담배 그리고 사랑하는 남자친구만 있다면 더 바라는 것이 없는 3년 차 프로 가사도우미 ‘미소’.
    새해가 되자 집세도 오르고 담배와 위스키 가격마저 올랐지만 일당은 여전히 그대로다.
    좋아하는 것들이 비싸지는 세상에서 포기한 건 단 하나, 바로 ‘집’.
    집만 없을 뿐 일도, 사랑도 자신만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사랑스러운 현대판 소공녀 ‘미소’의 도시 하루살이가 시작된다!

소공녀

광화문시네마 대여
<소공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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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고운 감독 인터뷰

  • <소공녀>의 주인공 미소(이솜)는 가진 게 없지만 자존감이 높은 20대 여성이다.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그는 아무리 가난해도 담배와 위스키 그리고 웹툰 작가 지망생인 남자친구 한솔(안재홍)만은 포기할 수 없다. 담뱃값이 2천원 오르자 비싼 월세를 내던 집을 과감히 포기한다. 미소는 대학 시절 함께 밴드를 했던 친구들을 차례로 찾아가 신세를 진다. 전고운 감독은 미소가 친구들을 만나는 여정을 통해 현재 젊은 세대들의 풍속도를 그려낸다. <소공녀>는 여러 이유 때문에 삶은 각박해도 취향만큼은 지키고 싶고 그러면서 자존감을 잃지 않으려는 청춘들의 노력을 때로는 코믹하게, 또 때로는 씁쓸하게 펼쳐 내보인다.

    이 영화가 첫 장편 연출작인 전 감독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전문사 출신이고 독립영화제작사인 광화문시네마의 대표를 맡고 있다. 광화문시네마의 멤버로서 <족구왕>(우문기, 2013)을 기획하고 <돌연변이>(권오광, 2015) <범죄의 여왕>(이요섭, 2015) <굿바이 싱글>(김태곤, 2016) 각색 작업에 참여했다. <소공녀> 상영이 끝난 지 한참 지난 5월, 전고운 감독을 만나 <소공녀> 제작기를 들었다.

김성훈
<소공녀> 시나리오를 쓰기 전에 주변의 30대 또래 여성들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전고운 감독 사진
전고운

주변에 영화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전부 가난하다. 사무실에서 주거하고 그러다 보니 결혼 생각을 아예 할 수 없다. 영화하지 않는 친구들도 10년 이상 서울에서 버텼는데 월세도, 보증금 500만원도 구하는 걸 너무 힘들어한다. 진심을 다해서 사는 친구들인데, 집을 구하지 못하는 게 너무 마음이 아팠다, 나도 마찬가지고. 그런 현실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고 안타까웠다.

김성훈
20, 30대 세대들이 겪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는 원인이 복합적인 까닭에 마땅한 해결책이 없는데.
전고운 감독 사진
전고운

결국은 집값이 떨어지지 않는 이상 나나 주변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해소되지 않은 채 계속 될 거라고 보았다. 그렇다고 감독인 내가 어쭙잖은 희망을 줄 순 없었다. 그저 내가 느낀 현실을 솔직하게 보여주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엔딩 씬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것도 그래서다.

김성훈
<소공녀>를 구상하게 된 계기도 그런 고민과 관련된 건가.
전고운 감독 사진
전고운

특별한 계기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광화문시네마에서 멤버 모두 영화를 찍었고 나만 남았다. 영화 속 미소처럼. 그동안 사무실에 앉아 있으면서 봤던 영화들, 살면서 느낀 분노들, 평소 좋아했던 것들이 자연스럽게 맞물리면서 이 이야기가 나온 것 같다. 특히 코언 형제의 <인사이드 르윈>(2013) 같은 영화를 보면서 첫 장편으로 길을 돌아다니는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성훈
광화문시네마 얘기가 나와서 생각난 질문인데, 옛 밴드 멤버들을 차례로 찾아가는 영화 속 미소가 그렇듯이 미소처럼 길에 나앉게 된다면 광화문시네마 멤버 중에서 누구부터 찾아갈 건가.
전고운 감독 사진
전고운

광화문시네마 오빠들한테 갈 것 같진 않다. 모두 남자고 가정도 있고. 그 조건들을 제외하면 결혼을 안 한 권오광(<돌연변이> 연출) 오빠한테 갈 것 같다. 혼자 살고 있기도 하고. 남자라서 사회적인 시각도 있겠지만 저희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김성훈
얘기 나온 김에 하나 더 물어보자. 가장 눈치를 많이 줄 것 같은 사람은 누군가.
전고운 감독 사진
전고운

김지훈 프로듀서 오빠. 많이 바쁘고 칼 같은 성격이 있으며, 아이도 좀 큰 데다가 오빠의 아내와 부딪혀야 하니까. 반대로 따뜻하게 받아줄 것 같은 사람은 역시 (권)오광 오빠, 하하하.

김성훈
미소는 가난하지만 담배, 위스키 같은 취향이 확고하다.
전고운 감독 사진
전고운

비싼 월세 때문에 나도, 주변 사람들도 좋아하는 걸 줄이게 되더라. 월세 내기 위해 열심히 돈을 벌다 보니 바빠지고 친구들과 멀어지고. 그런 현실에서도 좋아하는 걸 고집하는 인물을 그려보고 싶었다. 돈이 없어도 담배를 끝까지 피고 빚을 내서라도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있지 않나. 위스키가 아닌, 소주라도 빚을 내서라도 마시는 광경이 전혀 한심하지 않고 오히려 되게 멋있었다. 그들은 결국 빚을 갚더라. 내 주변 사람들뿐만 아니라 어르신들도 돈이 없어도 소주를 마시고 담배를 계속 피우시지 않나. 그 점에서 미소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김성훈
영화에서 미소가 즐겨 마시는 위스키 종류가 뭔가.
전고운 감독 사진
전고운

글렌피딕. 내가 좋아하는 싱글 몰트 위스키다. 가장 대중적인 몰트 위스키이기도 하고. 특별히 좋아하는 위스키가 또 있냐고? 기분에 따라 다르지만 아무래도 비싼 위스키를 좋아한다(웃음). 종류보다는 연도가 높은 게 맛있더라. 평소 사먹을 수 없는 발렌타인 21년산 같은 위스키 말이다. 가끔 아드벡도 좋아하고.

김성훈
위스키를 좋아하는 이유가 뭔가.
전고운 감독 사진
전고운

원래 술을 마시지 않았다. 소주와 맥주가 몸에 안 받는다. 술을 마시면 몸이 가렵고 심장이 뛰고. 어느 날,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대학살의 신>(2011)을 보는데, 등장인물들이 서로 막 싸우다가 위스키를 마신 뒤 다시 친해지더라. 위스키, 저게 뭘까. 궁금한 나머지 용기를 내 마셔봤는데 이게 나를 위한 술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독주가 내 몸에 맞더라. 이 맛을 안지 3년밖에 안 됐지만 말이다(웃음).

김성훈
미소는 자존감이 높되, 자존심을 낮출 줄 안다는 점에서 좋았다.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에서 어떤 고민을 했나.
전고운 감독 사진
전고운

돈은 없어도 가오가 있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자존감이 높은 캐릭터가 나온 것 같다.

김성훈
미소의 모델이 된 실제 인물이 있나.
전고운 감독 사진
전고운

내 친구다. 돈이 없는데 자존감이 높아서 존경스러웠다. 그 친구를 관찰해보니 특별한 욕심이 없었다. 반대로 나 같은 경우는 감독이 되고 싶다,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싶다는 욕망과 욕심을 가지고 사는데 말이다. 물과 담배만 있어도 잘 지내고 책을 많이 읽으면서 자존감을 지켜내더라. 친구의 모습을 미소로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다.

김성훈
미소가 옛 밴드 멤버들을 차례로 찾아가는 서사는 동화에서 익히 봐온 이야기 구조가 아닌가. 이런 서사 전개 방식이 필요했던 이유가 뭔가.
전고운 감독 사진
전고운

집값이 말도 안 되게 비싸다는 현실을 이야기하려면 비교대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미소와 다른 친구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하나하나씩 보여주는 수밖에 없었고 그게 미소가 여러 집을 전전할 때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김성훈
그렇게 찾아간 멤버들은 각기 다른 삶을 살고 있지 않나. 그 또한 주변에서 영감을 받은 것 같은데.
전고운 감독 사진
전고운

그렇다. 서사가 병렬 구조인 까닭에 멤버들의 삶을 다섯 개 정도로 요약해야 했다. <소공녀> 시나리오를 쓰기 전, 1년 동안 다른 일을 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써야지, 라고 생각해왔고 광화문시네마의 김태곤 감독이 연출한 <굿바이 싱글>(2016)에서 스크립터로 일하면서 눈에 들어온 사람들을 극대화시켜 보니 서울에 살고 있는 청년들의 표본이 금방 수집되었다(웃음). 미소가 찾아가는 대용(이성욱)이 같은 경우, 뒷모습을 보면서 가슴 아픈 느낌을 많이 받은 광화문시네마의 누군가를 모델로 만든 캐릭터다. 이름을 밝힐 순 없다. 그 친구는 울어야 하는 상황인데 절대 울지 않았는데, 그런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너를 지켜보고 있다는 암시를 주기 위해 만들었다. 차라리 울어라, 그런 메시지를 던지기 위한 자기 위로라고나 할까.

김성훈
미소와 한솔(안재홍) 커플은 돈은 없어도 사이가 매우 다정하고 착하더라. 이 커플을 어떻게 그리고 싶었나.
전고운 감독 사진
전고운

미소와 한솔이를 그릴 때 가장 신경 썼던 건 동등한 남녀 관계를 묘사하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관객들이 어떤 기준에서 한솔이를 착하고 달달한 남자로 봐주신 것 같다. 보통은 가난할수록 다툴 확률이 높지 않나. 서로 기대고 의지하는 모습이 비현실적으로 달달해진 게 아닌가 싶다.

김성훈
이 커플이 추운 자취방에서 섹스를 하기 위해 끝없이 옷을 벗는 영화 초반부 시퀀스는 둘의 현실적인 상황을 함축적으로 드러내준다. 코믹하게 연출됐는데 마냥 웃을 수만은 없고. ‘웃프'다고 해야 할까.
전고운 감독 사진
전고운

현장에서 이솜, 안재홍 두 배우가 옷을 많이 껴입었다. 그게 그 장면의 포인트였기 때문이다. 너무 꽉 껴입어서 두 사람이 옷을 벗는 속도가 안 맞는 거다. 여러 테이크를 갔었는데, 테이크가 거듭될수록 액션영화처럼 옷을 벗는 속도를 맞춰가더라. 정말 액션영화를 방불케하는 시퀀스였다.

김성훈
앞에서 짧게 언급한 엔딩 씬에 대해 얘기해보자. 미소가 앞으로도 머물 곳 없이 여기저기를 전전할 거라고 생각하니 씁쓸했다.
전고운 감독 사진
전고운

원래 엔딩은 미소가 베를린에 가는 거였다. 베를린에 사는 친구의 집에서 지내면서 미소의 여정이 계속 되는 거였다. 내 친구가 베를린에 살고 있다. 베를린은 우리나라보다 흡연이 자유롭고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한국과 다른 풍경으로 느껴질 것 같았다. 물론 그가 베를린에 가는 건 판타지일 수도 있겠다. 그 이유로 광화문시네마 오빠들의 반대가 심했다. 미소가 베를린으로 떠나는 건 무책임하다, 한국에 사는 애들은 뭐가 되냐 같은 이유를 들면서 말이다. 그래서 담배 천국인 중국에서 ‘길빵(노상흡연)’하는 모습을 보여줄까 싶기도 했고. 정말 시도하고 싶었던 결말은 미소를 담배 공장에서 일하게 하는 거였다. 자신이 만든 유기농 담배를 피우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오빠들이 그것도 판타지에 그치는 결말이라고 했다. 관객으로서 영화의 엔딩은 감독 마음이라고 생각하는 까닭에 그렇게 엔딩을 보여주지 못한 건 아쉽다.

김성훈
첫 장편영화를 찍은 소감이 어떤가.
전고운 감독 사진
전고운

이 영화는 내 한계를 본 작품이다. 편집본이 처음 나왔을 때부터 최근 감상했을 때까지 한계가 잘 드러나서 아쉬운데, 그나마 다행인 건 귀엽고 순수한 면도 있다는 사실이다. 그게 어디야, 그 정도 위로가 됐다.

김성훈
한국영상자료원 수집캠페인에 참여해보니 어떤가.
전고운 감독 사진
전고운

영화를 찍을 때 그렇게 중요했던 것들이 촬영이 끝나면 휴지조각처럼 버려지지 않나. 스탭들이 공들여 만든 유산들을 보존하는 것만으로도 그때 그 순간을 치열하게 보낸 제작진에게 감사한 일인 것 같다. 보관도, 관리도 쉽지 않을 텐데 정부가 지원을 잘 해주었으면 좋겠다.

By 김성훈(<씨네21> 기자) ㆍ 사진 김성백(스튜디오 “오늘의 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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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고운 감독이 말하는
미소의 “롱코트”

이솜이 연기한 주인공 미소는 자신의 취향과 소소한 행복을 지키기 위해 과감히 집을 포기한다. 그래서 미소에게 자신의 몸은 자기 존재나 마찬가지다. 그것이 그녀가 입은 의상이 다른 영화 속 의상에 비해 도드라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전고운 감독은 자신이 믿는 지지연 의상감독에게 “100% 의지”했다. “센스가 매우 좋고 작품을 잘 해석한다”는 이유에서다. 미소가 여러 겹을 겹쳐 입고 롱코트를 입은 것도 지지연 의상감독의 판단이다. 물론 미소가 처음부터 롱코트를 입는 설정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솜씨를 보는 순간 롱코트를 생각했다. 롱코트를 소화할 수 있는 옷걸이가 있는데 시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솜씨가 롱코트를 입은 모습이 워낙 멋지고 의도한 것보다 훨씬 품위가 느껴졌다”는 게 전고운 감독의 설명이다. 9월 15일까지 한국영화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한국영화박물관 소장품 특별 전시회 “옷, 영화를 입다”에서 머플러를 두른 미소의 롱코트를 감상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영상자료원 홈페이지(https://www.koreafilm.or.kr/main)를 참조할 것.

By 김성훈 <씨네21>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