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상준
아주 남성적이고 마초적인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의 프로듀서가 여자라는 사실에 놀랐다. 윤종빈 감독의 월광영화사와 함께 ‘군도: 민란의 시대’를 제작한 회사의 이름은 게다가 사나이 픽쳐스가 아닌가.(웃음) 사나이 픽쳐스의 여자 프로듀서가 다분히 낯설게 다가오기는 한다. 그 동안 참여한 작품을 말해 달라.
강현
지난 2000년에 김정권 감독의 ‘동감’에서 제작부 막내로 시작해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올라온 경우다. 류승완 감독의 ‘튜브’(2003) ‘아라한: 장풍 대작전’ (2004) ‘친절한 금자씨’(2005) ’싸이보그지만…괜찮아’(2006)까지 쉬지 않고 달리다가 2011년에 송일곤 감독의 ‘오직 그대만’에서 라인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윤종빈 감독의 2014년 작 ‘군도: 민란의 시대’는 나의 프로듀서 입봉작이기도 하다.
태상준
‘부당거래’(2010) ‘신세계’(2013) ‘베를린’(2013) 등 과거 사나이 픽쳐스가 제작한 영화들은 여자보다는 남자에 초점이 맞춰진 남자 영화들로 범주를 잡을 수 있다. 여자 프로듀서로서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도 같은데.(웃음)
강현
원래 센 영화를 좋아한다.(웃음) 사실 사나이 픽쳐스에 나 말고도 프로듀서가 두 명 더 있는데 공교롭게도 둘 다 여자다. 류승완 감독의 ‘베를린’을 거쳐 현재 오승욱 감독의 ‘무뢰한’의 프로듀서를 하고 있는 분도 여자고, 올 초 ‘남자가 사랑할 때’를 내놓고 지금 박훈정 감독의 ‘대호’를 준비하고 있는 프로듀서도 여자다.
태상준
아무래도 프로듀서로 살아남기 위해 여성성보다는 남성성을 더 발휘해야 할 것 같다.(웃음)
강현
꼭 그렇지는 않다. 아, 다른 프로듀서님들도 그러려나?(웃음) 생각해 보니까 나 자신이 대단히 여성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와일드한 부분도 많고. 영화적으로는 장르 영화만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말랑말랑한 멜로 영화 보다는 시각적으로 센 영화를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런 이유로 사나이 픽쳐스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게 아닌가 판단한다.(웃음)
태상준
프로듀서는 영화 촬영 현장을 100% 통제해야 하지 않나. 어떨 때는 악역을 맡아야 할 경우도 많을 것 같다. ‘군도: 민란의 시대’의 경우 통제가 잘 됐나?
강현
그럴 리가.(웃음). 아주 센 남자들 아닌가! 통제도 안 되고, 애초에 통제할 엄두도 내지 않았다. 사실 욕먹으라고 있는 자리가 프로듀서다. 사나이 픽쳐스의 대표이자 ‘군도: 민란의 시대’에서 총괄 프로듀서를 맡은 한재덕 대표나 윤종빈 감독은 둘 다 영화판에서 워낙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다. 그래서인지 현장에서 영화 제작진들을 절대로 힘들게 하지 않는다.(웃음) 상식적이고 합리적이며 결정적으로 대화가 잘 되는 분들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남자들과 일해서 받는 스트레스는 크지 않았다.
태상준
그러면 프로듀서로서 언제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가?
강현
회 차가 됐든 예산이 됐든 영화 프로듀서가 제작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느끼는 스트레스다. 사실 ‘군도: 민란의 시대’의 경우는 로케이션 촬영이 많아서 날씨 등 외부 영향에 무척 민감했다. 대개 도심에서 촬영하는 현대물은 당일에만 비가 오지 않으면 영화 촬영이 가능하다. 하지만 ‘군도: 민란의 시대’는 산과 들 등 대자연에서 주로 촬영됐다. 군산 새만금 간척지 이런 곳은 촬영 전날 비가 오면 당일에는 ‘쨍쨍’해도 땅이 젖어 있어서 장비가 들어갈 수 없다. ‘군도: 민란의 시대’를 하면서 프로듀서로서 경험할 수 있는 어려움은 모두 겪은 것 같다. 그만큼 프로듀서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하기도 한 것 같고.(웃음)
태상준
상업 영화에서 소품 관리는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
강현
대개 소품 팀은 미술 감독이 핸들링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조금 더 베테랑의 경우는 미술 감독이 과거에 자신이 작업을 함께 했었던 미술 팀과 소품 팀에 더해 의상팀장과 분장팀장까지 캐스팅하는 경우도 있는데, ‘군도: 민란의 시대’는 미술 감독이 완벽하게 팀을 꾸려서 미술과 소품을 담당한 경우다. 시대극을 많이 했던, 손발이 잘 맞는 소품 기사와 함께 100% 모든 소품을 창조했다. 미술 감독이 디자인을 하면, 그걸 소품 팀이 구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태상준
‘군도: 민란의 시대’에 등장하는 소품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제로베이스에서 만들어 졌다고 들었다. 녹녹하지는 않은 작업이었을 것 같다.
강현
맞다.(웃음) 일단 영화에 등장하는 무기의 경우는 각 캐릭터에 맞게 디자인을 했다. 윤종빈 감독이 생각이 많았다. 애초에 시나리오를 구상하면서 캐릭터 별로 그가 사용하는 무기까지 감안했다. 예를 들어 이성민씨가 연기하는 대호는 긴 검을 쓰는 캐릭터였으면 좋겠다든지, 일자무식이지만 귀여운 느낌의 천보(마동석 분)에게는 어떤 무기가 어울릴지 등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수많은 아이디어 회의를 거쳤다. 사실 ‘군도: 민란의 시대’는 완전히 현실 기반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아니지 않나. 기본적으로 자료 조사를 거치기는 했지만, 고증을 베이스로 특정 성격을 극대화하기도 하고, 이야기에 맞지 않으면 버리기도 했다. 예를 들어 극 중에서 천보가 사용하는 둥근 철퇴는 원래 날카로운 바늘이 사정없이 돋아있다. 하지만 15세 이상 관람가를 지향하는 ‘군도: 민란의 시대’에서 고증 그대로 철퇴가 등장했다면 시각적으로 지나치게 잔혹하고 세게 나왔을 거다.(웃음) 그래서 최대한 귀엽고 예쁘게, 하지만 무기로서의 역할은 충분히 할 수 있게 창조하는 과정을 거쳤다.
태상준
각 캐릭터에 맞게 무기를 제작했다고 했는데, 그 이야기를 조금 더 해 달라.
강현
윤종빈 감독이 아이디어를 주면 미술 감독이 구현하고, 실제 제작은 소품 팀이 한다. 소품 제작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액션에 실제 사용되어야 한다는 거다. 그래서 윤종빈 감독 외에도 정두홍 무술 감독도 검의 길이나 폭의 너비 등에 있어 수없이 많은 의견을 냈다. 조윤 역의 강동원이 사용하는 검의 경우 동원씨가 워낙 마르고 키가 크니까 배우 자체를 더 돋보이게 할 필요가 있었다. 팔다리가 기니까 검은 최대한 길고 얇게 만들었다. 대호 역의 이성민씨가 사용하는 대검은 과장이 많이 된 거다. 원래 검은 길이가 다양하지만, 고증을 통해서 확인하니까 1미터 80센티가 넘는 긴 검이 실제로 사용되지는 않았다. 자기키보다 길고 무거운 검을 휘두를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대호라는 캐릭터 특성상 대호는 최대한 긴 검을 사용하게 하는 것이 이야기 전개에 맞았다. 그 덕분에 이성민 씨가 자기보다 더 큰 검을 갖고 휘두르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웃음)
태상준
지금까지 참여한 작품 중 소품 때문에 가장 고생한 영화를 꼽는다면?
강현
물론 ‘군도: 민란의 시대’다. ‘군도: 민란의 시대’를 빼면 내가 참여한 작품들은 모두 현대물이어서 비교 자체가 곤란하기도 하고.(웃음) ‘군도: 민란의 시대’는 시대극에 액션이다 보니 소품과 의상 등 영화 속에 등장하는 모든 것을 모두 제작할 수밖엔 없었다. 또 워낙 영화 톤이 더럽지 않나.(웃음) 조선 시대 말 사진들에 등장하는 의병이나 뱃사공의 면면을 보면 독한 살 냄새가 진동하고, 더럽게 검정 칠이 되어 있는 등 과장이 많이 되어 있다. 아무래도 흑백 사진들이라 톤 앤 매너가 더욱 그렇게 보이는 것일 수도 있겠다. 상황이 이러니 기존 시대극에서 사용했던 의상이나 무기를 대여하는 것은 불가능해서 상당한 제작비를 투입해서 의상, 무기, 소품 모두 제작했다. 주연 캐릭터들은 물론이거니와 보조 출연자들도 모두 톤을 맞추어야 했기 때문이다. 특히 의상은 빠듯한 제작 기간 안에 팀원들이 모두 수작업으로 제작한 경우다. 공장에서 찍어낼 수 없는, 뭔가 엉성하고 빈약한 느낌을 의상에 넣어야 했고, 너덜너덜해진 느낌을 주려면 일일이 사람의 손이 들어가야만 했다. 결정적으로 옷에 땟물도 다 넣어야 했고.(웃음) 조상경 의상팀장님과 그 팀들이 고생 정말 많이 했다.
태상준
이야기를 듣다 보니까 궁금한 점이 하나 생겼다.(웃음) 영화 속에서 사용된 소품들은 촬영이 끝나면 어떻게 되는가?
강현
현대물에 사용된 다른 소품들과는 달리 ‘군도: 민란의 시대’ 속 소품은 영화 자체의 특정한 색이 강하게 묻어있는 것이어서 다른 영화에서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 영화 촬영이 끝나고 나면 영화 제작사에서 소품을 모두 모아두지는 않는다. 특정 제작, 투자, 배급사의 경우는 일괄적으로 그들이 참여한 영화 속 소품을 일괄적으로 모으기도 하고, 작은 제작사들은 일반 관람객들에게 기증하는 이벤트를 통해 소품을 사용하기도 한다.
태상준
제작사들에서 보관하는 경우는 어떤가? 천년만년 보관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
강현
소품이나 의상이라는 게 영화 안에서 보여질 때 멋지지, 실제로 그것만 딱 떼어 놓고 보면 조잡하고 허름할 때가 대부분이다.(웃음) 촬영할 때 많이 상하기도 하고. 워낙 소품들이 부피가 크다 보니 일일이 다 보관을 할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대개는 의상은 의상 팀, 소품은 소품 팀에서 보관하도록 제작사가 조치를 한다. 그러나 모든 작업이 종료된 이후에는 이런 보관도 계속된다고 말할 수는 없겠다. ‘군도: 민란의 시대’의 무기나 의상 등은 워낙 공을 들여서 제작한 경우라 애착이 많이 갔다. 사실 영화 개봉 당시에 개봉 이벤트로 의상과 무기 전시를 준비하기도 했는데, 다른 일에 치여서 무산됐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 ‘군도: 민란의 시대’의 소품들이 다시 빛을 보게 되어 영화에 참여한 프로듀서로서 무척 기쁘게 생각한다.
태상준
‘군도: 민란의 시대’에서 소품을 만들 때 참고한 다른 작품들이 있는가?
강현
워낙 많아서.(웃음) 윤종빈 감독님이 잘 알려진 것처럼 대단한 영화광이라, 이런 저런 레퍼런스 영화들을 사정없이 던졌다. ‘삼국지’나 ‘수호지’ 등의 중국 고전들도 참고했다. 예를 들어 대호의 대검은 ‘삼국지’에서 관우가 사용하는 무기에서 힌트를 얻은 경우다. 또 영화 속의 전반적인 분위기인 농민들의 찌든 표정이나 젖어있는 흙의 느낌은 톰 티크베어 감독의 2006년 작 ‘향수 Perfume: The Story Of A Murderer’의 축축하고 가라앉은 분위기를 많이 참고했다.
태상준
‘군도: 민란의 시대’ 촬영할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강현
사실 현대물의 경우 소품 분실 때문에 어려움을 느꼈던 적은 한 번도 없다. 언제나 다른 것으로 대체 가능하니까 말이다. ‘군도: 민란의 시대’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배우들의 안전 문제였다. 소품들을 갖고 배우들이 액션을 해야 하는데, 철로 만든 100% 실제 검으로는 액션이 불가능 하다. 배우가 너무 힘들기도 하고, 잘 못 휘두르면 무게 때문에 아무리 검의 날이 없다 해도 상대 배우가 다칠 수 있다. 그래서 안전용 검이라고 해서 스티로폼, 플라스틱, 대나무 등 가벼운 무게와 부드러운 소재의 다양한 재질로 다수의 여분 검들을 제작해야만 했다. 하지만 리허설 과정에서 워낙 잘 파손되는 통에 여분의 스페어, 여분의 여분의 여분 등 여러 번 검들을 제작하는 과정을 겪었다.
태상준
여분 검으로 촬영을 하기는 어렵지 않나? 클로즈 업 장면에서는 아무래도 티가 날 것 같다.
강현
정확히 본거다. 요즘 같은 HD 시대에 관객들의 눈이 얼마나 매서운데.(웃음) 클로즈 업 등 배우들이 가깝게 잡히는 장면들에서는 실제 무기를 사용할 수밖에는 없다. 강동원씨가 고생이 많았다. 극 중 보이는 액션을 모두 다 하려고 시도해서, 영화 촬영 내내 오른쪽 어깨에 오십 견을 달고 살았다. 아, 여기에는 정두홍 무술 감독도 일조한 부분이 꽤 있다.(웃음) 정두홍 무술 감독이 강동원이 영화에 최종적으로 캐스팅이 확정됐을 때 윤종빈 감독보다도 더 좋아했다. 과거에 ‘전우치’를 함께 작업한 인연도 있지만, 한국 영화에서 검으로 액션을 했을 때 가장 예쁘고 우아하고 멋지게 나오는 배우가 강동원이라고 여러 차례 말할 정도였으니까. 이런 이유로 ‘군도: 민란의 시대’에서 더욱 욕심을 낸 것 같다. 분명히 편집에서 끊어가는 장면일지라도 정두홍 감독은 강동원씨에게 액션을 한 번에 갈 것을 계속 요구했다. 그래서 편집 과정에서 자르지 않고 한 번에 진행된 액션 장면들도 꽤 된다. 이 기회를 빌려 완전히 혹사당한 강동원 배우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웃음)
태상준
그런데 조윤 역의 강동원에 비해 도치 역의 하정우는 좀 덜 주목 받았던 것 같다. 윤종빈 감독의 페르소나로서 살짝 서운했을 것 같기도 한데.(웃음)
강현
그런 건 전혀 없었다. 사실 캐릭터의 특성 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 않나. 도치라는 캐릭터가 최대한 무식하고 저돌적이고 더럽게 그려졌어야 하니 우아하고 예쁜 조윤과 더 비교가 됐던 것 같다. 사실 도치와 조윤이 붙는 촬영은 그리 많지 않았고, 윤종빈 감독과 하정우, 강동원 모두 촬영 기간 내내 더할 나위 없이 잘 지냈다. 그런데 밖에서 “누구 분량이 많네. 누구 분량이 적네” “누구 분량이 점점 늘어나네” 등 터무니없는 소문들이 많이 들려왔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열심히 한 하정우 배우에게 더 고마웠다. 극 중 도치가 사용하는 칼이 어떤 무기 못지않게 무게가 나간다. 그런데 극 중에서 도치는 그 칼을 한 손가락으로 돌린다. 여러 차례 윤종빈 감독이 하정우씨에게 티 안 나는 안전 테이프를 붙이고 촬영하자고 했지만, 완벽주의자인 하정우씨가 거절했다. 덕분에 하정우씨는 손가락이 다 까지고 물집도 생기는 등 고생이 심했다.
태상준
‘군도: 민란의 시대’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일이었겠지만(웃음), PPL(Product Placement)에 대해서 프로듀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강현
중요하다. 먹을 수 있는 PPL 한번 받으면 백여 명의 영화 제작진이 한동안 맛있게 먹을 수도 있지 않나.(웃음) 개인적으로 좋은 PPL은 영화 내용을 해치지 않은 한에서 수용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광고주들과 의견이 완전히 상반되는 거다. 광고주들 입장은 그들의 상품이 좀 더 잘 보이고 더 잘 부각돼야 하는데, 감독과 프로듀서의 입장은 정반대다. 영화 안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나야만 한다. 예를 하나 들어 보자. 뜨거운 땡볕 아래서 밭을 갈고 있는 여자 주인공이 쉴 때 걸쭉한 막걸리를 마셔야지, 산뜻한 이온 음료를 마시면 시쳇말로 깬다.(웃음) 아무래도 매체 특성 상 영화는 좀 덜하고 방송이 더 심할 수밖에는 없지만, 차라리 PPL이 극의 분위기를 깬다면 PPL을 받지 말아야 한다고 확신한다. 프로듀서 입장에서 열심히 광고주를 설득해서 PPL을 받아 왔는데, 실제 촬영할 때 전혀 사용할 수 없을 경우도 가끔 있다. 그럴 경우는 엔딩 크레딧이나 포스터, 브로셔 등에 표시하는 것으로 양해를 구하기도 한다.
태상준
프로듀서 입장에서 가장 좋아하는 PPL을 꼽는다면? 아무래도 담배나 음식 같은 경우가 가장 좋을 것 같다.
강현
그렇기는 하지만 외국 담배의 경우 한국 영화에서는 광고를 할 수 없는 상품이다. ‘군도: 민란의 시대’ 때는 한 외국 담배 회사에서 소량을 무상 증정을 받기도 했다. 과거 담배의 PPL의 허용이 될 때 외국 담배 회사들이 좋은 것이 제작사에 어떠한 강요도 하지 않았었다. 영화 안에서 배우가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 나오기만 하면 됐다. 하지만 도의적인 입장에서 영화감독들이 담뱃갑을 어딘가에 두기는 하겠지만.(웃음) 그밖에는 음료나 주류 같은 것들이 좋다. 회 차 때마다 필수적으로 필요한 것이니까. 하지만 영화 안에 녹여낼 때 가장 골머리를 썩이는 것들이기도 하다.
태상준
이번에 한국영상자료원이 진행하는 영화 유산 수집 캠페인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강현
무척 바람직한 캠페인이라고 확신한다. 한국영상자료원은 보고 싶지만 네가 필름이 분실돼서 볼 수 없었던 한국 영화들을 다수 복원해서 관객들에게 공개하는, 한국 영화사 적으로 유의미한 활동을 하고 있지 않았나. 한국에서 개봉되는 모든 영화들의 프린트와 dcp를 보관하는 작업은 정말로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영화에 참여하는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한국영상자료원이 소품이나 의상 등 영화 자료들을 보관하고, 추후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게 전시까지 기획하고 있다는 것은 무척 고무적인 일인 것 같다.
태상준
어떻게 해야 더 많은 영화인들이 이번 수집 캠페인에 동참할지 충고를 한다면?
강현
모든 영화인들이 이 캠페인에 공감은 할 거다. 하지만 솔직히 약간의 번거로움 또한 있다. 영화 개봉할 때는 조금 더 그렇고. 개봉이 끝나고 한두 달 뒤에 영화 제작사에 소품 기증 관련해서 문의가 오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안타깝게도 그때는 그 팀이 모두 해체되어 뿔뿔이 흩어져 있을 때가 대부분이다. 다들 영화 하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사실에 대해 모두 이해하고 공유할거다. 일단은 이런 캠페인을 더 활성화시키고 영화인들에게 많이 알리는 게 급선무인 것 같다.
태상준
준비하고 있는 다음 작품 이야기를 해 달라.
강현
‘신세계’ 박훈정 감독의 차기작인 ‘대호’는 ‘남자를 사랑할 때’를 했던 박민정 프로듀서가 진행한다. 나는 아직 작품이 정해지지는 않은 상태다. 뭐가 됐든지 경험을 못해본 것들이 많아서 다 하고 싶다. 아, 공포는 빼고. 개인적으로 공포 영화는 무서워서 보지도 못하는데, 그런 장르의 영화를 진행하는 것은 역량 적으로 볼 때 불가능할 것 같다. 좋아하는 장르는 스릴러나 액션 등 센 영화다. 아마, 다음 영화도 이런 게 오지 않을까?(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