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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증된 영화유산

최선의 삶

  • 감독 이우정
  • 원작 임솔아
  • 각색 이우정
  • 프로듀서 백재호
  • 촬영 이재우
  • 미술 유정민
  • 의상 박남일 (스타일7)
  • 편집 한영규 (한영규 편집실)
  • 음악 이민휘
  • 출연 민아, 심달기, 한성민
  • 제작사 ㈜마일스톤컴퍼니
그때는 몰랐다 그게 우리의 최선이었다

열여덟 ‘강이’, ‘아람’, ‘소영’.
더 나아지기 위해서 기꺼이 더 나빠졌던 우리의
이상했고 무서웠고 좋아했던 그 시절의 드라마

최선의 삶 (출처 : KOBIS)

이우정 감독 기증 <최선의 삶> 의상/소품
아람(심달기) 의상 : "강이(민아)가 아람이를 따라 두번째로 가출했을 때 아람이가 ‘그라나다’라는 술집에서 일한 후 퇴근할 때 걸치는 점퍼다. 소영이를 제외한 아이들의 옷은 모두 세탁기에 30번씩은 들어갔다 온 듯 한 느낌이 나야 한다고 생각해서 새 섬유 특유의 쨍한 염료는 피하려고 했다. 이 점퍼는 동묘에서 보자마자 아람이에게 어울릴 것 같아서 구입했다." (이우정 감독) 아람(심달기) 의상 : "강이(민아)가 아람이를 따라 두번째로 가출했을 때 아람이가 ‘그라나다’라는 술집에서 일한 후 퇴근할 때 걸치는 점퍼다. 소영이를 제외한 아이들의 옷은 모두 세탁기에 30번씩은 들어갔다 온 듯 한 느낌이 나야 한다고 생각해서 새 섬유 특유의 쨍한 염료는 피하려고 했다. 이 점퍼는 동묘에서 보자마자 아람이에게 어울릴 것 같아서 구입했다." (이우정 감독)
소영(한성민) 의상 : "영화 초반에 강이, 소영이, 아람이 셋이서 같이 술을 사서 모텔에서 놀고 그 다음 날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는 장면에서 소영이가 입었던 옷이다. 그 시절의 옷을 찾기 위해 빈티지 의류 사이트에서 구매했는데, 일단 옷을 엄청 많이 사서 입어본 후 소영과 가장 잘 어울리고 영화 초반부 계절감에도 맞는 것으로 골랐다." (이우정 감독) 소영(한성민) 의상 : "영화 초반에 강이, 소영이, 아람이 셋이서 같이 술을 사서 모텔에서 놀고 그 다음 날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는 장면에서 소영이가 입었던 옷이다. 그 시절의 옷을 찾기 위해 빈티지 의류 사이트에서 구매했는데, 일단 옷을 엄청 많이 사서 입어본 후 소영과 가장 잘 어울리고 영화 초반부 계절감에도 맞는 것으로 골랐다." (이우정 감독)
강이(민아) 의상 : "<고양이를 부탁해>에서 옥지영 배우가 입었던 것과 비슷한 의상을 강이가 마지막 장면에 입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이 옷을 보자마자 너무 마음에 들어서 바로 정했다." (이우정 감독) 강이(민아) 의상 : "<고양이를 부탁해>에서 옥지영 배우가 입었던 것과 비슷한 의상을 강이가 마지막 장면에 입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이 옷을 보자마자 너무 마음에 들어서 바로 정했다." (이우정 감독)
곰인형 소품 : "영화 초반부 소영이가 강이한테 주는 인형이다. 디즈니와 같은 유명한 캐릭터면 몰입을 깰 것 같아서 고민하던 차에, 아이들이 처음으로 가출해서 지내는 아파트 헌팅을 갔을 때 뒤편 쓰레기장에 버려진 것을 발견했다. 보자마자 마음에 들어서 바로 주워 와서 세탁 후 사용했던 친구다." (이우정 감독) 곰인형 소품 : "영화 초반부 소영이가 강이한테 주는 인형이다. 디즈니와 같은 유명한 캐릭터면 몰입을 깰 것 같아서 고민하던 차에, 아이들이 처음으로 가출해서 지내는 아파트 헌팅을 갔을 때 뒤편 쓰레기장에 버려진 것을 발견했다. 보자마자 마음에 들어서 바로 주워 와서 세탁 후 사용했던 친구다." (이우정 감독)
벽시계 소품 : "벽시계의 반사를 통해 강이가 집에 들어오는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을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강이가 소영이를 칼로 찌르고 집에 들어오는 장면인데, 그 전까지는 들어오는 강이를 정면으로 보여줬지만 그 순간만큼은 집으로 들어오는 강이를 정면에서 보이게 하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었다. 그 때 촬영감독님께서 시계의 반사를 이용해서 찍어보자고 했고 딱 맞는 느낌이라고 생각했다." (이우정 감독) 벽시계 소품 : "벽시계의 반사를 통해 강이가 집에 들어오는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을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강이가 소영이를 칼로 찌르고 집에 들어오는 장면인데, 그 전까지는 들어오는 강이를 정면으로 보여줬지만 그 순간만큼은 집으로 들어오는 강이를 정면에서 보이게 하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었다. 그 때 촬영감독님께서 시계의 반사를 이용해서 찍어보자고 했고 딱 맞는 느낌이라고 생각했다." (이우정 감독)
시나리오북 : "현장에서 썼던 내가 쓴 시나리오 북이다. 촬영기간 동안 잃어버리지 않은 게 신기했던 시나리오북이다. 촬영장에서 나는 늘 무언가를 잃어버리기 때문에 시나리오북도 처음 받는 순간 당연히 잃어버리게 될 거라고 생각해서 많은 노트를 하지 않았다. 공간이동이 많은 편이라 시나리오북에도 의상 연결을 위한 노트들이 있다. 사실 연출노트를 포스트잇에 써서 씬 앞에 붙여두었는데 촬영이 끝나고 보니 민망해서 다 뜯어버렸다." (이우정 감독) 시나리오북 : "현장에서 썼던 내가 쓴 시나리오 북이다. 촬영기간 동안 잃어버리지 않은 게 신기했던 시나리오북이다. 촬영장에서 나는 늘 무언가를 잃어버리기 때문에 시나리오북도 처음 받는 순간 당연히 잃어버리게 될 거라고 생각해서 많은 노트를 하지 않았다. 공간이동이 많은 편이라 시나리오북에도 의상 연결을 위한 노트들이 있다. 사실 연출노트를 포스트잇에 써서 씬 앞에 붙여두었는데 촬영이 끝나고 보니 민망해서 다 뜯어버렸다." (이우정 감독)
스틸북 : "프로듀서를 해주셨던 백제호 감독님께서 현장에서 필름카메라로 스틸을 찍고 선물로 주신 스틸북이다. 스탭과 배우들만 가지고 있는 스틸북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마지막 장에 강이가 혼자 있는 이런 사진들을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이우정 감독) 스틸북 : "프로듀서를 해주셨던 백제호 감독님께서 현장에서 필름카메라로 스틸을 찍고 선물로 주신 스틸북이다. 스탭과 배우들만 가지고 있는 스틸북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마지막 장에 강이가 혼자 있는 이런 사진들을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이우정 감독)
특별 제작 달력 : "2주 전(2021년 11월 중순)에 인디스페이스에서 마지막 GV를 했을 때 관객분들께 너무 감사해서 스틸들로 내년 달력을 손수 만들어서 드렸던 것이다. 한정판으로 총 200부를 만들었다." (이우정 감독) 특별 제작 달력 : "2주 전(2021년 11월 중순)에 인디스페이스에서 마지막 GV를 했을 때 관객분들께 너무 감사해서 스틸들로 내년 달력을 손수 만들어서 드렸던 것이다. 한정판으로 총 200부를 만들었다." (이우정 감독)
스티커 사진 소품 : "촬영을 진행하는 도중에 정말로 찍었던 사진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진은 소영이와 강이가 아람이에게 뽀뽀하는 사진이다." (이우정 감독) 스티커 사진 소품 : "촬영을 진행하는 도중에 정말로 찍었던 사진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진은 소영이와 강이가 아람이에게 뽀뽀하는 사진이다." (이우정 감독)

이우정 감독 인터뷰
"더 나아지기 위해 우리는 기꺼이 더 나빠졌다. 그게 우리의 최선이었다."
담담하게 과거를 돌아보는 <최선의 삶> 속 강이(민아)의 내레이션이 마음에 와닿는 까닭은, 우리 모두 다르면서도 비슷한 실수를 거듭하면서 각자 최선의 삶을 향해 나아가며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우정 감독의 말처럼 '살면서 한번밖에 쓸 수 없는 에너지'를 담은 <최선의 삶>은 보는 이로 하여금 상처인지도 모르고 묻어두고 지냈던 각자의 과거를 가만히 마주보게 한다. 영화의 영어제목 Snowball처럼 금방이라도 눈송이가 떨어질 것 같은 겨울 날, 부산국제영화제·서울독립영화제부터 뉴욕·런던·홍콩 등 세계 여러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으며 첫 장편영화를 성공적으로 내놓은 이우정 감독을 만나 소감을 들었다.
황민진
170여쪽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하는 과정에서 생략하거나 달라진 부분도 많다. 영화화 과정에서 어떤 기준을 세워서 각색하고 연출했는지 궁금하다.
이우정
원작 소설을 시나리오로 각색하는 과정에서 일차적으로 “내가 스탭들, 배우들과 함께 동의할 수 있는 그림인가?”라는 생각으로 많은 것을 걸렀다. 긴 시간을 담고 있는 원작을 두 시간 안에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생략해야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원작이 품고 있는 사건들과 감정들 중 ‘시간이 지날수록 더 사무치는 감정들’에 마음이 갔다. 그런 감정들을 더 보여줄 수 있는 부분에 집중을 해보자, 라는 생각으로 각색을 했다.
황민진
영화가 시작하면서부터 다양한 푸티지를 통해 2000년대 초반을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과거 한 시점을 영화의 배경으로 선택한 이유가 있나.
이우정
원작에 정확한 연도가 나오진 않았지만 상황으로 얼추 시대배경 유추가 가능하다. 사실 사전 제작 단계에서 스텝들이 먼저 돈이 많이 드는 애매한 과거를 꼭 배경으로 해야하는 이유를 물어본 적이 있다. 질문을 받고 고민을 해보아도 이 이야기는 과거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과거에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선택을 한 사람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무조건 그 사람의 과거시절로 가야한다고 생각했고, 지금의 나와 같은 30대분들의 과거이자 원작의 배경에 가까운 2000년대 초반이 제일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영화 초반 과거 영상들은 방송국에서 찾아 구입해서 쓴 영상이다. 2002~2004년 쯤의 학교행사 방송국 라이브러리를 찾아서 구입했다. 그 외 필요한 장면은 캠코더로 촬영했고 졸업식 풍경 같은 것들은 다 구입했다. 이런 영상들을 사용한 이유는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다 같이 그 때 그 시대로 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황민진
영화 시작부터 흘러나오는 강이(민아)의 내레이션이 작품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강이의 내레이션은 영화 속 시점으로부터 얼만큼의 시간이 흐른 후라고 생각하고 녹음했는가.
이우정
졸업식까지 마치고 집에 돌아온 후의 회고라고 생각하기도 했었지만, 어떤 시점을 딱 정해놓고 녹음하지는 않았다. 민아 배우에게는 “그게 우리의 최선이었다.”라고 말할 수 있는 타이밍을 편하게 찾아서 그 때를 상상하며 이야기를 읊어달라고 부탁했다. 민아 배우는 그 시점을 보다 시간이 흐른 20대 후반 쯤으로 생각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게 더 맞겠다 싶었다.
황민진
강이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 연출하는 것 모두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이우정
첫 장편이었기 때문에 불안한 마음이 있어서 촬영 들어가기 전에 민아 배우랑 정말 오랜 시간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나리오를 놓고 첫 장면부터 엔딩까지 짚어보기도 하고 강이가 태어나서 처음 맞닥뜨리는 감정들을 보며 서로의 옛 감정들을 나누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되게 미안하다. 배우들이 가지고 있는 감정을 계속 묻고 끄집어내는 것은 좋지 않은 연출이라고 생각한다. 배우와 나 모두 서로 인생에서 딱 한 번씩 쓸 수 있는 에너지를 꺼내어 쓴 것 같다.
황민진
보는 이들에게까지 전해지는 에너지였다. 로케이션에 대해서도 묻고 싶다. 원작과 같이 대전 읍내동과 전민동을 실제 배경으로 촬영했나.
이우정
강이 집이 있는 풍경과 기차와 관련된 장면은 모두 대전 읍내동에서 촬영했다. 대전의 읍내동에서 촬영하겠다는 결정부터가 <최선의 삶>이라는 영화의 톤을 정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원작에도 언급된 ‘동건자연빌라’는 아쉽게도 리모델링을 끝낸 상태라서 그 근처에 있는 ‘혜강빌라’에서 촬영했다. 사실 각색 과정에서도 읍내동을 여러번 오갔는데 전혀 영화적으로 느껴지지 않아서 ‘이 곳을 영화의 가장 중요한 공간으로 선택해도 될까?‘라는 고민이 있었다. 마지막 결정을 하려고 다시 찾았을 땐 오히려 그런 점이 우리 영화에 딱 맞게 느껴지더라. 너무 진하지 않고 특출 난 부분 없이 평범하게 쓸쓸한 이 공간이 <최선의 삶>에 맞겠다 해서 촬영지로 최종 결정했다.
황민진
기증 의상에 대해 각각 간단한 설명 부탁드린다.
이우정
앞서 언급한 촬영지를 정할 때와 같은 맥락으로 옷과 소품들도 그 시대에 맞으면서도, 너무 유행해서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소품이 아닌 것들을 일부러 골랐다. <응답하라 시리즈>에는 아주 정확하게 그 시대를 드러내는 소품으로 재미를 주는 것이 어울리지만, <최선의 삶>에서는 감정을 깨뜨릴 것 같아서 일부러 그런 소품들을 제외했다.

(아람이 입었던 버드와이저 점퍼를 가리키며) 강이가 아람(심달기)이를 따라 두번째로 가출했을 때 아람이가 ‘그라나다’라는 술집에서 일한 후 퇴근할 때 걸치는 점퍼다. 동묘부터 빈티지 의류 사이트를 찾아다니며 구입했던 옷들이다. 촬영감독님과 영화에 16mm 필름 질감을 넣기로 했었고 의상을 준비할 때에도 소영이를 제외한 아이들의 옷은 모두 세탁기에 30번씩은 들어갔다 온 듯 한 느낌이 나야 한다고 생각해서 새 섬유 특유의 쨍한 염료는 피하려고 했다. 이 점퍼는 동묘에서 보자마자 아람이에게 어울릴 것 같아서 구입했다.
황민진
해당 씬을 편집에서 삭제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우정
두번째 가출은 강이라는 인물이 이미 텅 빈 상태에서 아람이가 이끄는 대로 흘러간 것이기 때문에 그전에 강이의 상태를 보여줬던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영화의 중후반부였기 때문에 다시 반복된 생활을 보여주면 오히려 관객들이 지칠 수 있겠다 생각했기 때문에 아람이가 술집에서 일하는 한 씬만 남기고 걷어냈다.
황민진
기증해주신 소영(한성민)의 의상도 설명을 부탁드린다.
이우정
아이들이 모텔 가서 놀았을 때 소영이가 입었던 나이키 점퍼다. 영화 초반에 강이, 소영이, 아람이 셋이서 같이 술을 사서 모텔에서 놀고 그 다음 날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는 장면에서 소영이가 입었던 옷이다. 그 시절의 옷을 찾기 위해 빈티지 의류 사이트에서 구매했는데, 일단 옷을 엄청 많이 사서 입어본 후 소영과 가장 잘 어울리고 영화 초반부 계절감에도 맞는 것으로 골랐다. 소영이는 나이키가 어울리더라.(웃음) 소영의 의상 연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흰 바지인데 그건 의상팀의 옷이어서 가져오지 못했다.
황민진
소영의 의상에서 흰 바지를 가장 신경 쓴 이유는 무엇인가.
이우정
소영은 더러워지면 바로 티가 나는 바지를 입는 그런 인물이다. 아이들이 함께 가출을 하면서 결국 소영의 흰 바지가 더러워지고, 더러워지는 것을 견딜 수 없는 소영이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결정한다. 더러워진 바지로 집에 돌아가는 소영을 강이가 바라보는 장면에서 볼 수 있듯이 흰 바지가 소영이에겐 가장 중요했다. 흰 바지를 입고 그 바지를 계속 하얗게 유지해야하는 소영이라는 인물을 보여주는 의상이다.
황민진
기증자료이기도 한, 강이의 의상을 정할 때는 어떤 점을 고려했나.
이우정
기증한 강이의 점퍼는 엔딩에서 강이가 입었던 옷이다. 겨울 배경이라서 계절감을 보여줄 수 있는 두툼한 옷이어야 했고 칼을 손에 들거나 바지 주머니에는 넣을 수가 없으니 칼을 넣을 수 있는 옷이어야 했다. 따로 옷 속을 뜯어서 칼을 넣을 수 있도록 바느질했다.
2000년대 초반의 영화들을 연출팀과 찾아보면서 의상 이미지를 정했는데, <고양이를 부탁해>에서 옥지영 배우가 입었던 것과 비슷한 의상을 강이가 마지막 장면에 입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이 옷을 보자마자 너무 마음에 들어서 바로 정했다. 이 옷이 또 좋았던 이유는 강이 아빠도 입고 강이도 같이 입을 수 있는 집에 있는 오래된 옷 느낌이 났기 때문이다. 강이만을 위한, 몸에 딱 맞는 옷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황민진
소영의 ‘흰 바지’처럼 강이 의상에서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
이우정
색감이었다. 강이는 읍내동부터 이어지는 제일 눈에 안 띄는, 평범함이 가장 많이 묻어있는 인물이어야 하기 때문에 무조건 무채색의 의상으로 통일했다. 개인적으로 강이의 신발을 기증하고 싶었다. 영화 내에서 강이는 아디다스 가젤 회색 운동화를 하나만 신는다. 나에게는 강이가 초식동물 이미지가 있어서 ‘가젤’을 신겼다. 소영이는 슈퍼스타라서 아디다스 슈퍼스타를 신게 했다. (웃음)
황민진
기증 소품에 대해 각각 간단한 설명 부탁드린다.
이우정
먼저 곰인형 소품은 영화 초반부 소영이가 강이한테 주는 인형이다. 디즈니와 같은 유명한 캐릭터면 몰입을 깰 것 같아서 고민하던 차에, 아이들이 처음으로 가출해서 지내는 아파트 헌팅을 갔을 때 뒤편 쓰레기장에 버려진 것을 발견했다. 보자마자 마음에 들어서 바로 주워 와서 세탁 후 사용했던 친구다. 나도 스탭들도 아무도 모르는 캐릭터라서 너무 좋았는데 나중에 찾아보니까 일본의 ‘마루쿠마’라는 캐릭터였다. 민아 배우가 이 인형을 너무 좋아했다. 이제 이 인형이 영상자료원으로 간다고 민아 배우에게 말했더니, 마지막으로 기념사진을 찍더라.

벽시계 소품의 경우, 그 시절에 정말 집에 있었을 법한 벽시계를 찾았다. 예전에 집 근처에 있는 고물상에서 직접 사서 쓰던 벽시계를 촬영할 때 가져가서 사용했다. 벽시계의 반사를 통해 강이가 집에 들어오는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을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강이가 소영이를 칼로 찌르고 집에 들어오는 장면인데, 그 전까지는 들어오는 강이를 정면으로 보여줬지만 그 순간만큼은 집으로 들어오는 강이를 정면에서 보이게 하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었다. 그 때 촬영감독님께서 시계의 반사를 이용해서 찍어보자고 했고 딱 맞는 느낌이라고 생각했다.

기증한 시나리오 북은 현장에서 썼던 내가 쓴 시나리오 북이다. 촬영기간 동안 잃어버리지 않은 게 신기했던 시나리오북이다. 촬영장에서 나는 늘 무언가를 잃어버리기 때문에 시나리오북도 처음 받는 순간 당연히 잃어버리게 될 거라고 생각해서 많은 노트를 하지 않았다. 공간이동이 많은 편이라 시나리오북에도 의상 연결을 위한 노트들이 있다. 사실 연출노트를 포스트잇에 써서 씬 앞에 붙여두었는데 촬영이 끝나고 보니 민망해서 다 뜯어버렸다.

같이 기증한 스틸북은, 프로듀서를 해주셨던 백제호 감독님께서 현장에서 필름카메라로 스틸을 찍고 선물로 주신 스틸북이다. 스탭과 배우들만 가지고 있는 스틸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스틸북을 훑어보면서) 마지막 장에 강이가 혼자 있는 이런 사진들을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달력은, 2주 전에 인디스페이스에서 마지막 GV를 했을 때 관객분들께 너무 감사해서 스틸들로 내년 달력을 손수 만들어서 드렸던 것이다. 한정판으로 총 200부를 만들었다.

스티커 사진 소품은 촬영을 진행하는 도중에 정말로 찍었던 사진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진은 소영이와 강이가 아람이에게 뽀뽀하는 사진이다. (웃음)
황민진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대사(장면)는?
이우정
딱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영화의 마지막 읍내동에 눈 내리는 장면을 좋아한다. 그 장면으로 영화를 끝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본 촬영이 다 끝나고 눈이 오는 날에 최소 스탭으로 움직이기로 하였는데, 그 해 이상하게 눈이 안 왔다. 그런데 어느 날 딱 하루 눈이 온다는 소식을 들었고, 스탭들에게 급하게 연락을 돌리기 미안해서 그 날 아침에 혼자 캠코더를 챙겨 들고 나갔다. 눈이 오다보니 길도 많이 막혀서 영화에 등장하는 ‘원종고’가 위치한 부천과 대전 둘 다 갈 수가 없었다. 고민을 하다가 대전으로 출발하면서 제작사 대표님한테 전화로 대전을 가겠다고 했더니 제작사 대표님이 “그러면 내가 부천을 가서 눈 오는 인서트를 찍겠다.”고 하셨다. 대표님은 부천으로 가고 저는 대전으로 가서 강이가 혼자 걷던 길들, 읍내동, 강소아(강이, 소영, 아람)가 함께 뛰어다니는 기찻길을 막 찍는데, 그냥 마지막 숙제를 끝내는 것처럼 찍으면서 이상하게 눈물이 많이 나서 엄청 울면서 찍었다. 그 장면으로 결국 마무리를 하게 되어서 정말 좋아한다. 아무튼 내가 원하던 대로 정말 을씨년스럽게 눈이 내렸다. (웃음) GV를 할 때마다 영어제목을 왜 <Snowball>로 했냐는 질문이 꼭 있는데, “마지막 눈 내리는 풍경이 스노우볼 안의 장면처럼 보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그렇게 했다.”고 대답한다.
편집 황민진(한국영상자료원 수집카탈로깅팀) ㆍ 사진 김성백(스튜디오 “오늘의 나”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