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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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증된 영화유산

비상선언

  • 감독 한재림
  • 각본 한재림
  • 프로듀서 김대승
  • 촬영 이모개, 박종철
  • 편집 한재림, 김우현, 이강일
  • 조명 이성환
  • 음악 정지훈, 이병우
  • 의상 채경화
  • 출연 송강호, 이병현, 전도연, 김남길, 임시완, 김소진
  • 제작사 (주)매그넘나인
‘비상선언’: 항공기가 재난 상황에 직면한 항공기가 더 이상 정상적인 운항이 불가능하여, 무조건 적인 착륙을 요청하는 비상사태를 뜻하는 항공 용어

베테랑 형사 팀장 인호(송강호)는 비행기 테러 예고 영상 제보를 받고 사건을 수사하던 중 용의자가 실제로 KI501 항공편에 타고 있음을 파악한다. 딸의 치료를 위해 비행 공포증임에도 불구하고 하와이로 떠나기로 한 재혁(이병헌)은 주변을 맴돌며 위협적인 말을 하는 낯선 이가 신경 쓰인다. 인천에서 하와이로 이륙한 KI501 항공편에서 원인불명의 사망자가 나오고, 비행기 안은 물론 지상까지 혼란과 두려움의 현장으로 뒤바뀐다. 이 소식을 들은 국토부 장관 숙희(전도연)는 대테러센터를 구성하고 비행기를 착륙시킬 방법을 찾기 위해 긴급회의를 소집하는데… (출처 : 보도자료)

(주)매그넘나인 기증 <비상선언> 의상
인호 역(송강호) 의상 인호 역(송강호) 의상
재혁 역(이병헌) 의상 재혁 역(이병헌) 의상
현수 역(김남길) 의상 현수 역(김남길) 의상
희진 역(김소진) 의상 희진 역(김소진) 의상

채경화 의상감독 인터뷰
올해 여름 극장가에서 개봉했던 한재림 감독의 영화 <비상선언>은 멀게는 세월호 참사가, 가까이는 10·29 이태원 참사가 떠오르게 하는 ‘포스트 세월호 영화’라 할만하다. 스포일러 때문에 자세한 설명을 할 순 없지만, 영화 속 서사의 반전이 일어나는 부분에서는 코로나 19로 인한 펜데믹 상황마저도 연상케한다. 비행기 안에서 테러 사건이 벌어진다는 사건이 아주 비현실적이진 않지만, 이러한 극적 상황이 사실적이고, 또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것도 어쩌면 그래서인지도 모른다. <곡성>(2015) <터널>(2016) <공작>(2017) <엑시트>(2018)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2020) <모가디슈>(2021) 등 많은 영화와 <킹덤> 시리즈, <파친코> 등 여러 시리즈에서 의상을 작업한 채경화 감독이 만든 의상은 <비상선언>에 리얼리티를 부여한다. <파친코> 시즌2를 준비하고 있는 그를 만나 <비상선언>의 의상 작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성훈
<비상선언>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이야기가 어땠나.
채경화
영화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이 코로나 19와 비슷한 상황이 많이 있어서 이야기가 새로웠다. 한번도 해보지 않은 작업이었고, 영화를 찍고 나면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시나리오를 받자마자 합류해서 다소 급하게 작업을 시작했었던 기억이 난다.
김성훈
이 영화는 기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많은 인물이 등장하고, 이야기에서 등장하는 인물로는 형사, 기장, 스튜어디스, 정부 관료 등 직업적 특성이 뚜렷하다는 점에서 의상감독으로선 어떤 도전이 될 거라고 보았나.
채경화
비행기에서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스튜어디스가 승객들을 챙기고, 희생하는 모습들을 의상을 통해 좀 더 부각시키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한국에서 스튜어디스라는 직업은 외모가 예쁘고 고객에 대한 서비스 정신이 투철한 직업으로 인식되는 선입견 같은 것들이 있지 않나. 이 영화에서 스튜어디스 유니폼을 설계할 때 그런 선입견을 깨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다. 사실 항공사 유니폼은 회사마다 디자인이 조금씩 다르지만, 색감, 컬러 포인트, 정갈함 같은 세세한 부분들을 표현할 수 있어서 신경을 좀 더 많이 썼던 것 같다.
김성훈
사건은 다소 비현실적일 수 있지만, 서사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리얼하다. 한재림 감독과 영화 속 의상의 전반적인 컨셉에 대해 어떤 의견을 주고 받았는지 궁금하다.
채경화
비행기 목적지가 하와이이지 않나. 승객들이 좋은 이유로만 하와이를 가는 게 아니니 저마다 여행길에 오른 사연들이 다양하게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게 한재림 감독님의 의견이었다. 일반인들 또한 비행기를 많이 타는 시대인데 승객들이 입은 의상들이 익숙하면서도 튀지 않게 신경을 썼던 것 같다. 물론 승객 하나하나에 깊은 의미를 두진 못했지만, 비행기에 탄 승객 전체적으로 톤이 튀지 않게, 현실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었다.
김성훈
전반적으로 승객들이 입은 의상의 채도가 높지 않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채경화
하와이에 간다고 해서 승객들이 알록달록하고 화려한 옷을 입는 것도 촌스러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동생이 하와이에 살고 있어서 하와이에 자주 가는 편인데 비행기 안의 승객들이 입은 의상들이 그렇게까지 다양하진 않다. 전작을 통틀어 살펴보면 의상감독으로서 내가 설계하고, 디자인하는 의상들은 사실을 기반으로 한 작업을 선호하는 것 같다. 포인트를 강조하는 의상도 매력적이겠지만, 관객이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하는 것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게 생각한다.
김성훈
주요 등장인물의 의상 컨셉에 대해 구체적으로 여쭙고 싶다. 송강호씨가 연기한 인호는 형사고, 비행기에서 발생한 사건을 수습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인물이다.
채경화
조사를 해보면 형사는 사람마다 옷을 제각각이더라. 어떤 형사는 와일드하게 입기도 하고, 또 어떤 형사는 선생님처럼 점잖게 입기도 하더라. 그래서 처음에는 인호는 수트를 입는 게 어떨까 생각했었다. 감독님과 끝까지 고민했는데, 결과는 인호는 어디서나 자켓을 입고, 따뜻하게 느낄 수 있는 컬러에, 너무 세련되지 않는 사람 정도로 설정하기로 했다.
김성훈
이병헌씨가 연기한 재혁은 아들과 함께 단둘이 여행길에 오르는 남자로, 사연이 있는 인물인데.
채경화
재혁의 전사가 관객에게 반전처럼 느껴져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거추장스럽게 않은 자켓을 걸쳤고, 그 안에는 푸른색 톤의 세무 티셔츠를 입는 식으로 설계했다. 스포일러 때문에 자세하게 말씀드릴 수 없지만, 재혁의 전사 때문에 조금은 차가운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푸른색 톤을 골랐다. 그 위에 항공 점퍼 같은 느낌을 가진 블루종 자켓을 걸쳤고. 비행기 안이라 운동화는 카메라 앵글에 잘 잡히지 않았는데, 재혁은 좋은 운동화를 신었다.
김성훈
전도연씨가 맡은 국토부 장관 숙희는 다양한 패션을 소화해 관료 특유의 딱딱함과 거리가 멀어서 좋았다.
채경화
한재림 감독님이 한 인터뷰에서 이런 설명을 하셨던 것 같은데, 숙희는 딱딱한 관료 같은 느낌보다는 좀 더 따뜻한 면모를 강조하기 위해 부드러운 컨셉의 수트 차림을 설계했다. 너무 딱 떨어지는 장관 같은 느낌을 배제하고, 트위드를 통해 엄마 같은 면모를 부각시키고자 했다.
김성훈
임시완씨가 연기한 인물은 이 서사에서 빌런 역할이다. 서사에 긴장감을 줘야 하는 동시에 빤하지 않게 표현하는 게 관건이었을 것 같다.
채경화
임시완씨가 연기한 악역이 이 영화를 선택하는데 중요하게 작용했다. 내가 이전에 했던 영화들 중에서 센 작품이 많았지만, 일상적이지 않은 내면을 가진 사람의 옷차림에 대해 평소 흥미가 많았다. 시완씨가 어떤 옷을 입으면 좋을지 마지막까지 한재림 감독님과 얘기를 나눴었는데, 티셔츠 같은 평상복을 입으면서도 나름의 도발이나 독특한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언밸런스’함을 가방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다. 여러 원단을 일일이 테스트할만큼 시완씨가 입은 의상을 신경 썼다.
김성훈
기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라 카메라 앵글이 인물의 상체 위주로 찍는 숏들이 많지 않나. 그러한 특성이 의상에 어떤 영향을 끼쳤나.
채경화
앞서 말씀드린대로 이병헌씨가 신은 운동화가 좀 더 보였더라면 인물을 지금보다 풍성하게 보여줄 수 있었을 것 같다. 인호의 경우도 형사들이 보통 끈이 없는 운동화를 선호한다고 해서 그냥 발이 쓰윽 들어가는 운동화를 신었고. 카메라 앵글이 하의 쪽으로 잡았더라면 양말 같은 세세한 부분까지 더 재미있게 표현했을 것 같다.
김성훈
<비상선언> 제작진을 대표해 <비상선언> 의상을 한국영상자료원에 기증해주신 소감을 부탁드린다.
채경화
보통 촬영이 끝난 뒤 의상을 챙기는 게 쉽지 않다. 간혹 제작자가 영화 홍보하는데 필요하다고 챙기는 경우에는 보관하는 게 좀 더 수월한 편이고. 우리가 작업했던 결과물이 단순히 스크린에 남는 것보다는 이렇게 전문적으로 보관하는 게 좀 더 의미가 있고, 재미있는 것 같다. 나중에는 내가 직접 기증할 의상들을 선택할 수 있다면 선택한 의상들로 기증했으면 좋을 것 같고, 의상을 만든 입장에서 전시하고 싶은 의상이 있으면 전시 대여나 열람이 가능했으면 좋겠다.
김성훈
차기작은 무엇인가.
채경화
김성훈 감독의 신작 <피랍>은 촬영이 끝났고 후반작업을 하고 있다. 하정우, 주지훈 등 좋아하는 배우들이 출연해서 정말 애정을 가지고 작업했다. 그리고 현재 애플TV+의 인기 시리즈인 <파친코> 시즌2를 준비하고 있다. 연말 휴가가 끝나면 해외에서 촬영을 시작한다.
글 김성훈(<씨네21> 기자) / 사진 김성백(스튜디오 '오늘의 나' 작가) / 편집 이주영(한국영상자료원 수집카탈로깅팀)